™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547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1. 낚시질 마종기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平生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中年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2. 시인은 찌에 지렁이를 끼우며 그 찌를 집어삼킬 물고기를 생각하며 저마다의 존재 이유를 물었으리라. 당신이 시인의 곁에 있었더라면, 그가 직접 묻진 않더라도 (수줍은 일이니) 당신의 존재 이유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3. "먼저 자신에게 앞으로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 이야기하십시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 에픽테토스 세네카와..

가슴이 섬뜩했던 날의 깨달음

"KU 시네마파크에서 롯데시네마 거리가 가깝나요?" 친하게 지내는 지인 K로부터 카톡이 왔다. KU 시네마파크에선 이, 롯데시네마에선 이 상영되던 날이었다. 며칠 전에 추천드렸던 영화들이다. 상영관까지 알려 드렸더니, 직접 관람하러 가시려나 싶었다. "두 편 다 보고 싶어서 시간을 확인했는데, 가능하겠더라고요." 그 분의 말에, 두 상영관이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려 드렸다. (하나는 건국대 안에, 하나는 건대 바로 앞에 위한 영화관들이다.) 이틀이 지나, 어제 K를 만났다. 늘 만나는 J와 함께 셋이서 식사 장소로 이동하면서 K에게 물었다. "영화 보셨어요?" 웃으면서 말한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어제도 J를 만났어요. 오랫만에 명동을 구경하고 집에 들어와 집안 정리를 좀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서 ..

에피쿠로스를 읽을 필요가 있을까

"그는 신이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지혜라고 일컫는 삶의 법칙을 최초로 발견했으며, 자신이 정립한 학문을 통해 인간의 실존을 숱한 폭풍과 암흑으로부터 끌어내어,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온과 빛의 세계 속에 정착시켰다."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 루크레티우스(BC 99~55)가 한 말이다. 인간이 겪는 대부분의 불안과 두려움은 필연적인 감정이 아니다. 생각과 인식을 바꾸면 감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루크레티우스는 자신의 스승이야말로 불필요한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바로 우리에게 쾌락주의자로 알려진 에피쿠로스다. 루크레티우스처럼 그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긴 이들이 많았다. 두려움, 불안, 삶의 고통으로부터 구해 주었으니 신의 구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에피쿠로스..

1사분기의 내 삶은 어떠했나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벚꽃은 벌써 피었고요. 어젠 '내가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하여 잠시 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른 벚꽃이 핀 3월의 휴일에 느낀 단상을 포스팅하고서(yesmydream.net/2018), 오후엔 종로 낙산공원에 갔습니다. 나트막한 동산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모두 피었더군요. 1/4분기 나의 3대 뉴스를 작성하러 갔다가 꽃 구경만 하고 왔네요. (아직 봄나들이를 못하셨다면, 4월의 첫째 주말이 벚꽃의 절정이랍니다. 서울시는 주요 벚꽃길을 선정하여 홍보하고 있네요.) 2014년의 1/4이 지났습니다. 남은 해를 잘 살기 위한 노력으로, 요즘 무얼 하며 지내는지를 돌아보았습니다. 말하자면, 3개월짜리 나의 3대 뉴스 쯤이 되겠습니다. 1. 『어떻게 자기답게 사는가』(가제)를 탈..

3월의 서울에도 벚꽃이 핀다

1. 또 한달이 저문다. '매월 삶을 성찰하진 못해도, 분기를 건너뛰지는 말자.' 이것이 내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삶은 주인이 사는 대로 만들어진다. 나는 삶의 주인의식을 가지려고 애쓴다. 그것은 나무같은 삶이다. 태어난 땅(숙명)을 원망치 않으면서도 하늘(꿈)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는 것, 부단히 성장하여 결국엔 꽃과 과실을 맺어, 세상의 아름다움에 나답게 공헌하는 나무같은 삶! 내 삶의 마당에 누가 오물을 던지고 달아난다면, 나는 그 죽일 놈을 뒤쫓아가서 왜 그랬냐고 따지기보다는 오물을 걷어내면서 삶을 이해하고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 사람은 모든 행위, 모든 사건 속에서도 배울 수 있는 존재니까. 모순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삶이지만, 언제나 배울 수 있고 어디에서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

몽테뉴가 페이스북을 한다면?

인생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말입니다. 나는 이 말이 좋습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인생에도 우리가 노력할 영역이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요. 위대한 심리학자의 말에 동의한다면,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메타 주의력, 이것이 집중력입니다.) 윌리엄 제임스는 1세기 전에 주의력과 집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자기경영의 선구자입니다. 최초의 선구자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이미 존재했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현재를 살라고 설파했습니다. 로마의 극작가 세네카도 권합니다. "지금 당신 눈앞에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에 주의를 기울여라." 한두 줄의 명제로 주의를 기울이는 삶을 강조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으로 그러한 삶..

어느 서른 살에게 보내는 편지 (2)

전문성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사회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을 땐 그 어려움을 얕보기 쉽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회의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근거 없이도 낙관하는 사람이 있는데 후자의 사람들이 더욱 그렇다. 두고 볼 일이지만, 아마도 너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너도 그리 생각한다면,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게다. 어느 회사의 신입사원 환영회장에서 사장님이 강연하셨을 때의 일이다. 사장님은 시시한 훈화 말씀이 아닌 사회 생활에 요긴하게 쓰일 멋진 강연을 하셨다. 내용 중의 일부를 전한다. (내 언어로 각색됐지만 요지는 그대로다.) "여러분, 저는 한 신입사원의 말을 듣고서 매우 흐뭇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의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열정적으로 일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

어느 서른 살에게 보내는 편지 (1)

1. 꼰대 같은 어른들이 있다. 유연한 사고를 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의 어른들 말이다. 나도 머잖아 40대가 될 텐데, 훌륭한 어른이 되지는 못해도 골치 아픈 어른만큼은 피하고 싶다. 서른 일곱의 내가, 마흔의 나에게 건네는 당부의 말이다. 헤이 마흔아, 꼰대가 되지는 마시게. 한편,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도 있다. 나이에 걸맞는 독립심을 갖추지 못하면 어른스러움과도 멀어진다. 그러니 그대 서른아, 한껏 독립적인 사람이 되시게. 무엇이 독립적인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무엇보다 책임감을 꼽고 싶다. 책임의식의 차이가 곧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라 믿는다. (회사에서도 (능력이 아닌) 책임감의 차이가 부하와 상사의 가장 큰 구별점이라고 생각한다.) 2. 독립하면, 지금까지는 엄마가 해 주..

몰입은 성찰의 재료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사랑하는 법을 발견하라. 그러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니체의 말이다. 자기 발견의 여정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몰입과 성찰이다. 수학과를 다니는 어느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의 일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수학과를 지원하긴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공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가 물었다. 한 학기 정도 전공 공부에 몰입한 적이 있느냐고. 그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부탁의 말을 건넸다. “용기를 내면 전과는 언제라도 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의 진로 변경은 빠른 축에 속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전공을 바꾸려는 이유를 발견하는 겁니다. 단지 수학이 싫어서라는 이유만으로 전공을 바꾸는 것은 아쉽네요. ..

'아직은 아니야 증후군'에 대하여

1. '아직은 아니야 증후군'에 걸려 항상 준비만 하느라 시도하지 못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공식 병명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기 일쑤고,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자신이 마치 200년이라도 사는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야 진작에 실행했어야 함을, 실력은 준비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시행착오의 여정에서도 쌓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증상은 후천적이기보다는 기질로 타고나는 성향이다.) 나도 저 고약한 증후군을 36년 동안 달고 살았다. 요즘엔 조금씩 기질적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한다. 비평 에세이를 쓰고 싶은 것이 내 바람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는 이런 식이었다. '공부를 좀 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