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피겨 예술가, 김연아

아, 요즘 김연아라고. 그 녀석 하는 것 보니 기분 좋두만. 나도 기분 좋아. 경희대에서 연락이 왔어. (더 큰 목소리로)아니, 김연아 올림픽 스케이트 선수 말야.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어? (쩌렁쩌렁하게) 아니, 김연아가 어제 1등했잖우. 아, 그렇지. 나도 어제 봤어. 카페에서 여든은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의 대화다. 저만치 떨어진 곳이었는데, 내가 있는 곳에서도 다 드릴 만큼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기본적으로 컸다. 나도 봤다. 김연아 선수의 쇼트 경기. 김연아의 경기는 환상적이었다. 경기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김연아의 예술을 보기 위해 여행 출발을 미룬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 나는 일찌감치 TV 앞에 앉았다. 한국의 곽민정 선수 경기도 보았다. 가녀린 모습의 소녀는 실수없이 잘 해 냈다. 올림픽 첫 무대..

친구에게 (2)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만남은 이런 모양이다. 대화 주제는 아주 진지한 것들이고, (이를 테면 자기 꿈에 대한 이야기, 직장 내 어려움 등) 나는 그런 만남들 후 집을 돌아오면서 깊은 만족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지. 그리고 나를 찾아 준 그들에게 깊은, 아주 깊은 고마움을 갖게 되고 말야.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글에서 이 같은 마음이 잘 표현된 바 있어 옮겨 적어볼게. "밖에서 사람을 만나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꼭 강가로 난 방축 길을 걸어서 돌아옵니다. 혼자 걸어오면서 '이 못난 나를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또 '오늘 내가 허튼 소리를 많이 했구나. 오만도 아니고 이건 뭐 망언에 지나지 않는 얘기를 했구나.' 하고 반..

친구에게 (1)

친구야. 잘 지내고 있니? 이 글은 아마 너에게 전해지지는 않을 거야. 친구야, 라고 쓰기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분 전까지만 해도 너에게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난 그저 라는 글을 블로그의 전면에 두는 건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글 하나 쓰고자 '글쓰기' 버튼을 눌렀을 뿐이야. 불현듯 '친구야'라는 말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그저 진솔한 이야기 몇 마디를 쓰는 데 대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고. 난 잘 있다. 사실, 누군가가 내게 잘 지내냐고 물으면 자동적으로 머리가 돌아간다.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나?'하고. 나의 더듬이는 분위기와 상대방의 표정을 캐치한다. '그는 나에게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인가?' 나의 머리와 더듬이는 소심하고 ..

짜증 섞인 하루

오전 두 시간 반. 공유기를 샀기에 보안 강화가 필요했다. 네트워크나 PC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것 저것 시도해 보았다. 잘 되길 바랬다. 오류가 발생했다. 오류를 제거할 수 없었고,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닫히지도 않는 창, 해결되지 않는 오류. 이걸 갖고 끙끙대느라 두 시간 반을 보냈다. 컨트롤되지 않으니 신경질이 났다. 기계를 만지느라 보낸 시간이 아까운 것이 화의 중요 원인이다. 골치가 아파져 잠을 청했다. 연이어 세 시간. 부아가 치밀어오르거나 머릿 속이 복잡해질 때, 자는 것이 최고다. 일어났다. 또 다시 3시간이 지났다. 으악, 이렇게 오전 시간이 다 지났다. 노트북을 보니 오류가 그대로다. 결국 전원을 뽑아 강제 종료했다. 결국, 이 놈 때문에 날린 시간이 5시간 30분이다. 다시 두 시간..

철학의 유익

결국, 지갑은 찾지 못했다. 예상했던 바였지만 아쉽다.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근거 없는 낙관으로 이틀을 지내고 나서야 카드사와 은행에 전화를 걸어 카드 분실신고를 했다. 신고를 한 후, 이번 일을 잠시 돌아보았다. 대견한 구석도 있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것이 기정 사실임을 인정해야 했던 이틀 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하필 그 때였나, 하는 (대상없는) 원망이었다. 지갑 분실은 여러 사건의 절묘한 조합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사건 하나만 빠져도 지갑 분실이라는 사건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다. 자리를 뜨기 전 평소처럼 앉았던 자리를 슬쩍 훑어보았더라면 (나는 늘 훑어본다.) 카페에서의 미팅을 마치고 그렇게 서두르지 않았더라면, 집으로 갈까, 카페에 갈까를 고민했던 그 때 카페를 선택했더라면 지갑은..

또 하나의 상실

아마도 지갑을 잃어비린 것 같다. 덕분에 집안을 뒤지느라, 외투 주머니를 확인하느라, 가방의 포켓마다 열어 보느라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확실하게 지갑을 사용한 것은 어제 1시경이다. 이후에 집으로 왔고, 오후에는 강연을 위한 미팅이 있었다. 잠시 집에 들렀다가 다시 저녁 약속으로 나갈 때 지갑이 없어서 그냥 카드만 들고 나왔다. 약속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 후, 잊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지갑의 부재에 놀라며 집안을 뒤졌다. 그런데, 아쉽게도 없다. 유력한 분실 후보지인 어제 오후 미팅을 했던 곳, 카페 데 베르에 왔다. "혹시 분실 지갑 들어온 게 없나요? 제가 어제 지갑을 두고 간 것 같거든요." 라고 물어야 할 터인데, 도착한 지 30분이 지나도록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조급..

출세

"요즘 출세 하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출세지요. 나, 이거 하나가 있기 위해 태양과 물,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이 지구 아니 우주 전체가 있어야 돼요. 어느 하나가 빠져도 안 돼요. 그러니 그대나 나나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 거예요." - 무위당 장일순 무위당 선생은 원주에 대성학교를 세워 후학을 길렀으니 교육자다. 노장사상에 조예가 깊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을 강조한 생명사상가다. 고향 원주를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본거지로 만든 사회운동가요 지도자다. 이것은 무위당 선생의 잠언집에서 소개된 글이다. 무위당 선생님은 묘하게 나를 잡아 끈다. 그의 사상 일부(특히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끌린다. 아마도 당신께 보이신 후학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 앎과 삶을 연결시키는..

친밀한 사랑과 열렬한 사랑

힌두인들은 그들의 신, 비슈누를 사랑한다. 비슈누식 사랑은 다섯 단계로 나눠진다. 1) 주인 대 하인 2) 친구 대 친구 3) 부모 대 자녀 4) 배우자 대 배우자 5) 절대적인 사랑 힌두인들은 번호가 커질수록 높은 수준의 사랑으로 여긴다. 주인을 향한 하인의 사랑은 가장 낮은 단계의 사랑이다. "주인이시여, 당신은 나의 주인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지 말해 주시면 제가 따르겠습니다." 친구 간의 사랑은 (첫 단계의 사랑보다) 자주 서로를 생각하는 사랑이다.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을 통해 사랑을 경험한다.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눔으로 명령에 복종하는 단계보다 친밀함을 누린다. 힌두교 전통 사고에서 나온 이 다섯 가지 척도를 통해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이 생각들은 내게 중요한 생각꺼리..

인복이 많은 사람

오늘 아침, 와우팀원과 책나눔을 하면서 (제임스 패커 『하나님을 아는 지식』)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삶의 구석 구석을 찾아 갔기에 비전을 이루는 전략과 일상의 변화에 대하여 얘기 나누기도 하고 삶의 변화와 영적 성장에 대하여 감사함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지요. 이야기 도중에 그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왜냐면요.." 그는 고등학교 때 친구의 이야기, 대학교 때 만난 절친 이야기, 와우 이야기 등을 했지요. 이야기가 끝난 후, 인복에 대한 평소의 제 생각을 전했습니다. "인복이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가 인복이 있지. 다만, 인복을 깨달은 사람들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지 않을까?"라고. 책나눔이 끝나고..

와우와 함께하는 일상

어제 한국에서는 와우빙고(6기)의 모임이 있었고 오늘은 브라질에서 와우솔개(5기)의 번개가 있다. 2010년 들어 빙고들간의 친밀함이 더욱 진해져 우리는 퍽이나 자주 만난다. 번개에도 6~7명은 모여 드니 분위기가 들뜬다. 어제는 8명이 모였다. 조용한 성격의 빙고들이 많아 '들뜸'보다는 '편안하고 잔잔한 즐거움'이란 표현이 더 맞겠다. 플래너를 뒤적여 보니, 2월 들어 와우팀원을 만나지 않은 단 이틀 뿐이다. 그 중 이틀은 12시간 가까이 함께 지냈고, 그네들의 휴가를 하루 종일 함께 한 게다. 그리고 하루는 빙고들과 MT를 다녀왔으니 24시간을 함께한 것이다. 내친 김에 1월의 플래너까지 훑어보았더니 한달 31일 중에 20일을 만났다. 주일에는 예배 외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강연 날에도 약속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