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이모네 고깃집

지난 월요일, 친구와 함께 마포에 있는 이모네 가게로 갔다. 이모는 고기 집을 하는데, 친구와의 동행은 처음이다. 이태 전 가을에 군 복무 중 외출 나온 동생과 함께 이모네서 고기를 먹었고, 지난 해 겨울에는 이모 아들이 결혼해서 이모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전에는 왕래가 없었으니 최근에는 그나마 자주 뵌 셈이다. 이리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내가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살가운 조카가 아님을 알리고 싶어서다. 그런데도 나는 고기 집 이모가 무척 편하고 좋다. '이모가 편안하고 좋은 것은 당연하지. 엄마랑 다른 없는 사람이 이모인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엄마의 친자매가 아니라 사촌 여동생이고, 서로 대구와 서울에 살았으니 거리도 조금 멀었다..

와우빙고들

2010. 두번째 주간성찰 1월 11일~1월 17일 #1.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 선생님이 회사를 추천해 주셨기에, 3년 만에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갈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라이프 스타일을 통째로 바꿔야만 하는 결정이었기에 퍽 부담스러운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어디에서부터 생각해야 할지,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몰라 잠시 답답했지만 이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양을 그려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나는 잠시 나의 30대가 가야 할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고, 다른 길을 걸을 때에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틀 동안 고민한 것은 유익했다. 강상중 교수의 말처럼,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고민하는 힘'은 '살아가는 힘'임을 체험했다. 내가 가고 싶은 길..

안부 인사

신문의 헤드라인 기사를 보지 않아도 오늘의 맹추위를 이미 아시겠지요? 아침에 출근하시면서 (열)차를 타고 내릴 때 살짝살짝 맛보았을 테니까요. 혼잡한 버스 안에서 창문 사이로 잠깐씩 내비치는 바깥 풍광을 보는 것처럼 저는 오늘 추위를 아주 잠깐 맛보았는데도 대단하더군요. 6년 만의 한파라지요? 남쪽 나라, 제주도에도 폭설과 한파가 몰아쳐 이번 겨울 첫 영하권을 기록, 도내 골프장은 모두 문을 닫고, 항공기 60여 편이 무더기로 결항되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친구 안부가 걱정되니, 이 역시 남의 일이 아니네요. 지구상 곳곳에 친구를 두면, 이렇게 세상 일에 관심을 갖게 될까요? 할머니에게 문자 한통을 보냈습니다. "할머니, 춥지만 석이는 잘 있으니 염려 마세요. 밖에 나가시더라도 눈길, 빙판 조..

시작하는 연인을 위하여

2010. 첫번째 주간성찰 1월 1일~1월 10일 #1. 시작하는 연인을 위하여 사람 유해진과 사람 김혜수는 연인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사귐은 전인(全人)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돈을 잘 번다는 것, 좋은 직업을 가졌다는 것, 멋진 외모를 가졌다는 것. 이것은 참 좋은 것들이지만, 좋은 사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파트너를 그가 가진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관계가 좋은 관계다.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요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류해진과 김혜수의 연인 발표는 '루저의 승리'도 아니고 '순애보의 예쁜 사랑'도 아닌, 사람 유해진과 사람 김혜수가 만나 이뤄낸 사랑으로 바라봐야 한다. 유해진이 남들이 몰랐던 매력을 지닌 남자로 재평가되고, 김혜수는 진정한 사랑을 볼 ..

홀로 사는 즐거움

홀로 사는 즐거움은 자유로움에서 오는 것들이다. 집에 들어오면 나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나는 이 세계가 좋다. 혼자서 가만히 자유롭게 음악을 듣고, 침대에 몸을 던질 수 있는 자유가 좋다. 하루 동안의 피곤을 홀로 조용히 달래 주는 순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을 이 곳으로 초대하는 것도 유쾌한 일이지만, 나만의 공간으로 은밀하게 두는 것이 더욱 좋다. 그래서, 누군가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겠다는 뜻을 비추면 일단은 방어 자세를 띠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녀석의 하룻밤 묵자는 말조차도 달가워하지 않은 모습은 스스로도 당황스럽다. 그렇다면, 나는 폐쇄적인 사람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다. 홀로 있음을 즐기지만, 누군가와 더불어 있어도 불편하거나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는다. 어쩌면 어떤 ..

눈이 엄청나게 내리네요.

에 와서 플래너를 펼쳤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들여다 보기 위함이다. 아침에 적어 둔 첫번째 일을 보며 피식 웃는다. "산책하며 생각하기" 집 안에서 오늘의 계획을 세울 때에는 몰랐다. 밤새, 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음을. 오전 10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4시간째 출근 중이예요. 아직 고속도로에 있어요." 기흥에 있는 삼성전자로 출근하는 와우팀원의 메시지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할 듯 하다"는 이어지는 글에 하하하 웃었다. 다행히도 그는 홀로 시간을 즐기는 법을 터득했기에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이 황당, 유쾌, 곤란한 사태를 하늘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지금도 눈은 펑.펑.펑. 내리고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 위의 그녀는 지금도 그 속에 '갇혀' 있다. 부디 즐기는 힘이 오래 오래 발휘되기를..

보보의 주말 표정

주말을 2010년 새해의 첫 강연을 위해 투자했다. 올해는 나의 모든 강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싶었다. 새로운 템플릿에다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을 정성들여 만들었다. PPT 파일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토요일에 여러 시간을 투자했고, 오늘 새벽에는 유인물을 출력했다. 4시간 동안의 강연, 참가자 분들을 열심히 들어 주었고 나는 늘 그렇듯이 즐거움을 만끽하며 강연을 진행했다.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정성들인 준비가 어떠한 결과를 맞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을 뿐이고, 하나님께 칭찬 받는 일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강연을 끝내고 나서는 이런 느낌이었다. 참 열심히 한 순간을 달렸지만, 쉴 수 없는 느낌이랄까. 나는 지금 마라톤에 출전 중이..

크리스마스날에 또 울다

[2009 대한민국 돌아보기] ① 용산참사 다행이다. 나의 관심이 간혹 '나'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이나 '세상'을 향한다는 사실이. 보보는 분명 '나의 성공'을 꿈꾸지만, 더불어 '우리의 행복'을 소망한다. 종종 말하는 바대로, 보보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나의 관심이 '종종' 사회의 약자, 소외된 자를 향하는 것 뿐이다. 그 빈도가 '항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주' 정도만 되어도 글쓰는 것이 이리 부끄럽지는 않을 텐데... 2009년 크리스마스 날의 새벽, 나는 '또' 눈물을 흘렸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날에는 『88만원 세대』를 읽다가 울었다. 다음 구절 때문에. "20대를 88만원 덩어리 속에 집어넣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수 없다." 이번에 눈물을 쏟게 한 것은 지난 1월에 일어났던 용..

우리 모두 화이팅!

"치약이나 칫솔은 안 필요하세요?" 그녀를 지나치고 나서야 작은 목소리의 이 말이 들렸다. 이미 그녀를 지나쳐 왔기에 타이밍이 늦은 호객이다. 불과 2~3초 전에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그 때야말로 치약 칫솔을 선전할 찬스였으니 말이다. 사실,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녀의 존재를 발견했다. 젊은 20대였기 때문이다. 어려 보였다. 대부분의 점원이 아주머니들이기에 금방 눈에 띄는 것이지, 결코 내가 아가씨들을 눈비비며 찾는 놈이 아님을 전한다. ^^ 호호. 3일 전에 마트에 왔었을 때 없었으니 고작해야 그녀의 근무 일수는 이틀이리라. 혹은 오늘 처음 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사 매대에서 며칠 간만 근무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치약이나 칫솔은 안 필요하세요?" "치약 칫솔 할인 행사하고..

나는 12월을 탄다

T.S. 엘리엇은 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을 썼지요. 사실, 시인의 감상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한국 현대사의 슬픈 장면이 많은 4월이기에 와 닿았지요. ‘국가 권력에 의한 무고한 인명의 희생’으로 규정되어 국가의 공식 사과를 받은 제주 4·3사건. 국제법학자협회가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할 정도로 무차별적인 인권 탄압의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된 1975년 4월 8일의 인혁당사건. 수구냉전의 기득권층을 거부하고 살아 있는 정신으로 이 사회를 쇄신하고 변화시키는 동력이 된 4월혁명. - 서중석,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의 책소개에서 인용. 제 개인사에서도 4월(그리고 5월)은 슬픈 달이었지요. 4월 2일은 어머니의 기일이었고, 그 해의 봄 햇살은 참 슬펐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