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추모②] 대통령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려 드립니다

걸어가는 길에 중간 중간 눈물이 흐른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 봉은사 분향소에 갔다. 헌화를 하자마자 눈물이 주루룩 주루룩 흐른다. * 마지막 인사 대통령님. 마지막 인사를 드리며 웃고 싶었는데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방명록에 쓰는) 이 글이 무슨 소용인지요. 당신께서는 이미 이 땅을 떠나셨는데... (살아계실 때, 당신께서 원칙과 신념을 향해 힘차게 걸으실 때 사나이로서 핏대올린 한 마디의 말로도 대통령님을 돕지 못했는데.... 그런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잠시 글을 멈추게 됩니다. 허나, 바로 그게 너무 한스러워 이렇게 속풀이라도 합니다. 애꿎은 방명록에.) 상록수처럼 늘 푸르른 영혼으로 언제까지나 희망의 상징으로 살아 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녹화된 자료가 아니라 실시간 모습의 대통령님 웃음을 지..

독백

몸도 마음도 무거운 날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무기력이 날 감싼다 살아오며 아픔을 주었던 이들 그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다행히도 신뢰해 준 소수의 사람들 그들에게 부끄러운 내 삶이다 숨는 것은 쉬운 일이다 부끄러운 낯짝을 들고 사는 것은 조금 더 힘든 일이다 가장 힘든 일은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삶이 되도록 훌륭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나를 몰고 가는 것이다 쉬는 일을 택하려는 연약함 옳은 길을 생각하는 안간힘 그래서 눈물 나는 날이다 글 : 현운 이희석 hslee@eklc.co.kr

[추모 ①] 당신은 믿을 만한 분이었습니다.

나는 슬픕니다. 눈물이 납니다. 온 몸을 바쳐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따라 살아 온 훌륭한 정치인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늘 믿을 만한 분을 찾았습니다. 한 사람이 늘 옳은 행동만을 하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그러기가 쉽지 않겠지요. 그렇기에, 저는 어떤 한 사람이 스스로 옳다고 믿는 신념에 따라 살 때면 "바로 이 길입니다. 여러분 이 길을 함께 갑시다"라고 말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잠시 스스로의 신념을 놓치었을 때에는 "제 불찰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잘못했으니 제가 다시 제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혹, 제가 영원히 길을 되찾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저를 잊어버리십시오."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前..

이제 편히 쉬시길.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이 서거했다. 11시가 되니, 유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족에게 남긴 짤막한 내용이 담겨 있단다. 마음이 아프다. 한 나라의 최고 리더십이었던 분이 본연의 생애를 다하지 못하신 것 같아 애통한 심정이다. 서거 기사에 달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플에는 화가 났다. 나는 이번 박연차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노무현 대통령님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지만, 그저 세상에 대한 섭섭함과 운명하신 분께 대한 비통함이 감돈다. 투신 자살이라는 속보 앞에 먹먹해진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사의 슬픈 현실인지, 권력과 욕망 앞에 무너지는 인간사의 보편적인 모습인지, 개혁과 정의를 두려워하는 권력자들의 비열한 어리석음인지, 이것 역시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의 바람만큼은 분명하다. 더 ..

올해 들어...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무기력한 날인 것 같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진행하지도 못했다. 5월 20일 이후의 바쁜 일정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다. 점심을 함께 했던 친구 녀석의 작은 힘겨움 때문도 아니고, 오늘은 광주민주화항쟁이 있었던 날이기 때문도 아니고, 일주일의 첫 날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꾸역구역 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하고 싶지 않은 강연이 주말에 떡하니 날 기다리고 있다는, 중요한 일들을 미루다 할 일이 쌓인 압박감 때문이라는, 이유들이 정답에 가까운 듯하다. - 18:54, 꾸정물처럼 흐린 기분으로. 소중한 하루를 흐린 기분으로 마무리하기 싫었다. 마침, 밥 먹자고 말하기 좋은 옆동네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함께 강남 롯데백화점 인근의 삼겹살 집으로 들어갔..

촉촉한 봄날에

지난 주, 응봉산을 오르며 코끝을 찌른 아카시아 향이 떠오른다. 지금의 내 방에도 꽃향기가 가득한데, 향기가 지난 추억을 부른 것이다. 사실적인 시인들보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많은 시인들이 화려한 늦봄을 노래했다. 새 봄 5 - 김지하 꽃 한번 바라보고 또 돌아보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봄엔 사람들 우주에 가깝다. 아직 자연의 변화에는 눈이 먼 나로서는 초봄을 노래한 것인지 늦봄을 노래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작위적으로 해석하며 상상에 잠길 수 있을 뿐이다. 모든 꽃은 자신에게 적합한 시기에 자기만의 빛깔로 피어나듯 모든 사람들도 자신만의 시기에 자기들의 빛깔로 피어날 것이다. 꽃이 피고 지듯, 우리도 나타났다가 사라질 것이다. 덧없지 않다. 우리들은 떠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는 남을..

스승의 날에...

부끄럽고도 감사한 일인데, 나를 선생 혹은 팀장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를 아는 이들이기에 저와 함께 하는 것이겠지요. 십여 명이 모이게 되니, 선생을 통해 배울 뿐만 아니라 동학(同學)에게서도 배우니까요. 살아가다 마음을 나누고 서로 배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멋진 일입니다. 그것을 알려 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몇 마디를 전해 보았습니다. * 아주 아름다운 꽃다발 하나가 배달되었습니다. 제 생에 가장 화려한 꽃 바구니입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축하한다는 글이 쓰인 꽃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부끄러움과 울컥함이었습니다. 나는 아름다운 꽃다발을 받기에 괜찮은 삶을 사는 선생인가? 이 물음이 들자마자 먼저 부끄러운 감정이 찾아들었고, 그런 ..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지난 밤, 88만원 세대들의 힘겨운 사회 데뷔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완벽에 가까운 스펙을 준비했음에도 그네들의 도전기는 쉽지 않았다. 그네들의 힘겨움은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맞닿아 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에는 88만원 세대, 유럽에는 천 유로 세대. 세계 경제의 한파 때문에 이들의 마음까지 얼어붙을까 봐 염려되었다. "왜 우린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라는 한 여대생의 말. 밤을 새워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인데 또 떨어졌다고 웃으며 한 말이지만 그녀의 말에 순간 울컥했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밤은 세상살이의 힘겨움으로 인해 훌쩍이는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언젠가 내가 울었던 울음. 오늘... 누군가의 울음. 우리는 그렇게 아무도 몰래 그렇게 밤에 기대어 살짝씩..

아름다운 영혼, 닉 부이치치

"길을 가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어요. 넘어지면 일어서야 합니다. 넘어진 상태로는 아무데도 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살다 보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저는 백 번이라도 다시 일어나려고 시도할 거예요. 만약에 백번 모두 실패하고 일어나려는 것을 포기한다면 저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또 다시 시도한다면 그것은 끝이 아니예요. 어떻게 끝내는가가 중요한 것이죠. 강인하게 이겨내세요. 저를 보시면 다시 일어날 용기를 얻을 거예요." - 팔, 다리가 없는 닉 부이치치 저 역시 동영상에 나오는 학생들처럼 눈물로 보았던 동영상입니다. 2개월 전에 보았던 영상인데, 가정의 달 5월이 되니 다시 떠오르네요. 제가 몇 마디를 더하는 것이..

나의 성격에 대한 단상

8년간 IVF 간사로 활동했던 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적 도전을 받게 되고 진리 안에서 자유하는 그의 모습을 갈망하게 된다. 한 마디로,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대구의 어느 대학 캠퍼스를 섬겼던 그는 서울에서 다른 사역을 하게 된다. 한 두 달은 형수님과 떨어져 지내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우리 집에 머물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조심스레 거절했다. 주말에 우리 집에 오는 친구가 있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형, 저는 집에서는 저만의 개인 공간이 필요해요. 그게 없으니 에너지가 떨어지더라구요." 이것은 내 안에 있는 약간의 내향성이다. 홀로 가는 여행을 즐기고, 오전 시간을 홀로 보내기 좋아하는... 핸드폰에서 낯선 번호가 뜨면 받기를 꺼리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