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사랑에 관한 개똥철학

결혼 결혼은 제도 그 이상이다. 서로 다른 두 인격체가 만나는 것이다. 사회 공동체의 주체로서 독립된 두 개인의 만남이다. 지적, 정신적, 의지적 특성을 가진 두 개인의 연합이다. 결혼을 통해 사랑을 키워갈 수 있다면 결혼 자체가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는 장이 된다. 반면, 결혼을 통해 사랑을 키워가지 못하면 서로를 구속하며 편협한 삶의 틀로 들어가게 된다. 배우자는 독립된 개인간의 만남이다. 대중가요에서 듣는 '나의 반쪽'이란 표현은 결혼이 0.5 + 0.5 = 1 이라는 수식인 듯하지만 행복한 결혼은 1 + 1 = 1 이라는 묘한 수식에 더 가깝다. 이것은 홀로 살아가기 힘들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서로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개인들이지만, 더욱 잘 살아가기 위해서 상대방과 함께 살 ..

행복의 발명, 발견, 창조

발명은 이전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생각하여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렸을 적, 내 삶에는 행복이란 것은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행복해지려면 나에게 맞는 행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행복의 발명을 시도했던 것이다. 내 삶이 곧 실험실이었다. 행복을 발명하기 위한 실험은 번번히 실패했다. 실험해 볼 만한 특별한 재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복의 실험을 위해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행복이 깃들여져 있다는 걸 깨달았을 무렵... 행복은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에게는 새로운 조건이나 새로운 일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했던 것이다.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 의미와 행복을 발견하면서 나는 좀 더 행복해졌다. 그러다가 행복이 꼭..

고독과 함께 있음

홀로 있음이 좋다. 홀로 살다보니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나의 친구는 홀로 살다 보니 늘 외롭다고 말한다. 그의 엄살을 걷어내어 '늘 외롭다' 대신 '자주 외롭다'고 생각하더라도 그와 나는 다르다. 홀로 있을 때, 그가 자주 외롭다면, 나는 자주 행복하다. 기질에서부터 뭔가 다른 것이 있다. 홀로 여행하는 것이 좋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지만 홀로 떠나보니 말하지 못해 답답하고 외롭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비하면, 확실히 나는 홀로 잘 다니는 편이다. 중국에서의 한 달 동안 홀로 배낭여행을 했고 캐나다 벤쿠버에서 일주일 동안 홀로 지냈다. 며칠 전, 홀로 몽촌토성에 가서 한적한 시간을 보냈다. 홀로 여행할 때, 나는 전혀 외롭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70~80%는 자유롭고 ..

4월의 슬픔

#1. 어머니 기일 며칠 전, 4월 2일은 어머니 기일이었다. 올해로 열일곱 번째가 되었다. 세월은 지체함이 없다. 나는 청도 인근의 남성현 고개, 어느 작은 산으로 갔다. 엄마가 잠들어 계시는 곳, 앞에 서기만 하면 눈물이 나는 곳. 망자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기에 (그래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망자를 그리는 이들은 그의 뼈가 묻힌 곳을 찾는다. 늘 마음 속에 품고 살고 있기에 항상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그리움이 절절해지거나 특별한 날이 되면, 발걸음이 그 곳을 향한다. 묘하다. 지난 해, 출간한 책을 엄마 묘 앞에 두고 왔는데 아직까지 있을까? 책은 없었다. 궁금했지만, 의붓아버지가 가져가셨나, 하고 생각했다. 올해 기일에는 외삼촌, 외숙모, 외할머니와 함께 엄마에게 갔다..

자기 혁신의 기회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옷차림에 한껏 신경을 써서 집을 나섰는데 어떤 가게 앞에서 찬물 한 바가지의 물세례를 맞았다면 기분이 언짢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나, 그걸 찾는 시간에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사람들의 시선을 인식하기보다는 그저 나다운 편안한 복장으로 길을 나섰는데 똑같이 한 바가지의 물세례를 맞았다면 나는 별로 기분이 나쁠 것 같진 같다. 나는 글을 쓸 때에 편안하게 쓴다. 읽어 주는 이가 있기에 일종의 책임감으로 뭔가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하긴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읽지도 않은 채 책장을 뒤적이지는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한 바가지의 물을 나의 온 몸과 옷에 끼얹은 것이 아니라..

마음앓이

부탁 11시 20분에 동료와 만나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선릉역에 도착하니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도봉산역 근처까지 다녀 왔으니 하루가 지나버렸다. 절친한 회사 동료의 부탁이었지만 처음에는 거절했다. 오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녔고, 해야 할 일도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할 일이 많아져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들에게만 집중하고 싶었다. 지난 주에 차를 마시며 넌지시 하지만 강하게 이번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동료는 다시 한 번 부탁했고 나는 그의 거듭되는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이란, 모 부대의 병사 교육에 참가하여 강사에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었다. 올해부터 시작된 교육이라 여러 가지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랬다.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발걸음이라는..

도전을 주는 여인

LONDON 의 수요일 아침 6 시에 눈을 떴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 축일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께 나타나 예수님의 잉태를 알린다 성모님의 겸손과 순명을 묵상하며 나도 오늘의 은총을 청하였다 바깥 길이 보이는 호텔 까페 table 에서 내가 좋아하는 English Breakfast 을 먹는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행여나 또 아플 까봐 이것 저것 조심스럽게 챙겨 먹는다 건강에 좋다는 natural yogurt 가 밋밋하여 자연산 꿀과 호두를 으깨어 넣었더니 맛이 일품 이더라… 나의 인생도 이런 것 아닐까 밋밋한 나의 삶에 사랑 믿음 열정 노력 겸손 등을 첨가하면 먹음직스러운 하루가 되지 않을까 얼굴색이 진한 아가씨가 묻는다 따끈한 커피를 더 원하십니까 라고 그러나 순간적인 그녀의 실수로 테이블은 검게 ..

느낌형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 들려오는 노래에 온 몸이 마비되듯 얼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전기에 감전되듯 온 몸이 짜릿해지며 우수, 그리움, 아쉬움 등의 여러 감상에 빠지는 사람들. 빠져드는 정도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놓고 잠시동안 (혹은 한 동안) 멍해지는 증상을 가졌다. 몸을 빠져 나간 정신이 금방 돌아오든, 오랜 시간 동안 감상에서 허우적거리든 그 시간 동안에는 도무지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다. '느낌형의 사람들'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종종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주로 '사고형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답답한 사람으로 비쳐진다. 사고형의 사람들은 감상에 빠지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

빵과 커피 이야기

오늘 아침엔 빵과 커피를 먹었다. 예전 같으면 정말 부적합한 조화라 생각했을 테지만, 요즘 종종 빵과 함께 '우유'가 아니라 커피를 마신다. 놀라운 변화다. 이전에도 빵 우유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워 다시 쓴다. '빵과 우유'는 오랫동안 내게 아주 최상의 조합으로 이뤄진 군것질 거리였다. 군대에서도 '빵 우유'는 병사들의 주요한 간식으로 마치 관용어처럼 쓰인다. 군대에서 '빵 우유'는 그렇게 하나의 세트였고, 하나의 상품이었다. (사실, 또 다른 막강한 간식 '냉동'이 있긴 하다. 허나, 난 '빵 우유'를 더 좋아했다. 빵 우유는 주머니 가난할 때, 냉동은 조금 두둑할 때 먹을 수 있다. 일종의 위화감 조성 식품인 셈이다.^^ '냉동'은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만두, 떡삼겹 등의 이름은 가..

강연 후에 찾아오는 감정들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늘 어떠한 감정이 일어난다. 괴로움. 강연을 망친 날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브릿지증권, 오로라월드, 천성교회, 서부교회. 한국NSK, 일년 중 몇 번의 강연에는 이런 괴로움이 찾아든다. 으악! 평온함. 그럭저럭 잘 마무리된 날이다. 도서출판 예수전도단, 와이더댄, 전경련 EIC, 대원외고, 이화외고, 은성교회, 무학여고. 엔트리브소프트, 인포유, 일동제약, 삼성SDS, 경희대학교, 순천시립도서관 나의 사명에 연결된 일을 했다는 평온함이 들어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한 날이다. ^^ 기쁨과 충만함. 강연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날이다. 에틱스아카데미, 성김대건성당, 삼육외국어학원, 강릉대학교, 아모레퍼시픽, 휴잇어소시엇츠, 한성시스코, 퍼스트유. 전인학교. 보끄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