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요!

1.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핸드폰을 켰다. 가장 먼저 떠오른 글, "제 특기가 뭘까요?" 회사 지원에 필요한 이력서를 쓰던 지인의 문자메시지였다. 응시원서의 '특기'라고 쓰인 공란에 퍽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그의 특기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내가 답한다는 게 아이러니했지만, "그걸 제가 어찌 알까요?"라고 보낼 수도 없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약간의 지식을 짜내어 회신을 보냈다. "사회 보는 일(진행)과 연기가 아닐까요?" 답변이 바로 날아왔다. "그걸 특기라고 하긴 좀 그래요. 특기까지는 아닌 듯 해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매우 높은 기준을 가진 그다.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기 일쑤인 사람. 나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 "기준을 낮추세요. 충분히 특기가 될 만합니다." 회신이 왔다. 결정타였다...

매혹적인 조르바

1.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프란츠 카프카의 말. "나는 오로지 콱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단 한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하러 우리가 책을 읽겠는가?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정말 그래야만 한다. 인생은 짧고 명저는 많으니까. 자신의 삶이 매혹적인 것들로 가득차기를 바란다면 카프카의 말에서 '책' 대신 다른 것들을 대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책을 읽는다면, 그 책은 도끼여야 한다. 만약 우리가 영화를 본다면, 그 영화 역시 도끼여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하고, 영화를 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 도처에는 멋진 일들이 널렸고, 사람은 저마다 제각각이니까. 2..

인생은 여성같다고 생각한 소년

소년은 많이 울었다. 오늘처럼 운 적이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침대에 엎드려 울던 그는 몸을 일으켰다. 집에 있는 게 답답하여 밖으로 나왔다. 가야 할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지만 집을 나서고 싶었다. 밖으로 나서자마자,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봄 오후에 내리는 가랑비였다. 소년의 마음은 가는 빗줄기처럼 약해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약해지다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년은 곧 다른 생각을 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라고. 친한 사람들은 소년을 두고,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 소년은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소년의 외할머니는,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힘겨워도 내색하지 않는 소년을 섭섭해 했었다. 소년을 이..

선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법

1. 봄부터 새롭게 시작할 세미나 의 수업료를 두고 고민했었다. 진행자인 나도 배우는 점이 있을 테고 참가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렴하게 가자는 원칙만 세워 둔 정도였다. 자기계발 시장의 높은 가격대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합리적 가격을 염두에 두고 생각 중이었다. (합리적인 기준이란 것도 주관적이긴 할 것이다.) 30만원, 25만원, 20만원 이렇게 세 가지의 옵션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혜민 스님의 글로써 고민을 종결하였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냥 내가 약간 손해 보면서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십시오. 우리는 자신이 한 것은 잘 기억하지만 남들이 나에게 해준 것은 쉽게 잊기 때문에, 내가 약간 손해 보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 알고 보면 얼추 비슷하게 사는 것입니다..

나의 전도사님 친구 이야기

1. D를 만났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다. 교보문고에서 만나 가까운 카페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직전에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받아 든 광고 전단지를 D에게 건네 주었다. 녀석이 내게 물었다. "이게 뭐니?" 일단 질문을 이끌어냈으니, 성공적인 장난이었다. 나는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쓰레기." "역시,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나오는군. 어이구! 이 쓰레기통 같은 놈." 녀석은 나를 짓밟는 유머를 했다.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투로 던진 녀석의 말은 무지 웃겼다. D는 덧붙였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지. 속에 가득 찬 것이 밖으로 나오게 마련이라고." 나는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2. D는 전도사님이다. 그도 교회에서는 점잖은 전도사님이겠지. 나도 와우스토리연..

책장을 정리하며 향수를 느끼다

한가로이 책장을 정리하는 일은 즐겁다. 읽고 싶었던 책에 빠져드는 시간이고, 읽은 책들의 표지를 발견할 때마다 내용을 확인하거나 되새기는 시간이기에 그렇다. 1. 책기둥 사이에서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를 본 순간, 나는 옛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무엇 때문에 힘겨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었을 당시의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찾고 있었다. 아래와 같은 구절에 밑줄을 쳐 둔 것을 보니 희망과 꿈을 찾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시련이 크고 고통이 심하더라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질 필요가 없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당신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삶은 아름다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의 시련을 기회로, 비극을 승리..

인간의 양면성 이해하기

1. 티벳의 영적 스승 소걀 린포체의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읽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행하든지 우리의 모든 행적은 죽음의 순간에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 줍니다. 모든 것,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감안됩니다." (p.48) 나는 영적 스승도 한번씩 그릇된 말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지난 날의 과오 몇 가지는 제외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흐뭇한 일 몇 가지는 과중치가 부여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의 순간, 내 모든 행적이 나의 평가에 반영된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관건인데 실제로 이 부분에서 포기를 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알려면 자신의 결점을 끄집어내서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자신에게서 그것..

상상력의 날개 달고 일본으로!

1. 한 장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포스터의 풍광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언덕에 계단식으로 들어선 주택들, 그 사이로 난 도로는 내 앞까지 뻗어 있다. 짧은 스커트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철도 건널목이 "이 곳은 일본"임을 말하고 있다. 나는 저 거리를 거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 사실 하나 : 짧은 스커트의 교복은 종종 어른들의 성적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 사실 둘 : 나도 어른이다. 두 가지의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또 다른 두 가지의 사실 때문이다. 사실 셋 : 대부분의 여중생들은 (어른들의 응큼함과 달리) 순수하다. 사실 넷 : 나도 어렸을 땐 순수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잃어버렸다. 순수함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는 영화 에서 영호의 부르짖음이 떠오른다. "나 다시 ..

마음의 평온을 찾는 노력

나는 한없이 어리석다가도 종종 지혜로울 때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 '사람도 인생도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우 지혜롭다가도 한참 어리석어지는 나. 때로는 아주 명쾌하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불확실해지는 인생. 나의 의식은 맑고 고요하기를 원하지만 마음은 파도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을 출렁입니다. 의식과는 별도로 마음이 동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마음을 지나친 욕심과 불필요한 생각에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생각의 집입니다. 좋은 생각이 머물게 하면 마음은 평온하고 고요한 집으로 바뀌어 갑니다. 정돈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마음은 집착과 어지러운 생각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집착과 혼란스러움으로는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없습니다. 결과를 컨트롤하려 할 때마다,..

많은 것들을 사랑할수록

내용이 가볍고 이것저것 짜집기해 놓은 게 많다는 이유로 일본 번역서를 읽지 않는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저 읽지 않으면 될 터인데, 짜증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감정 표현이 진솔하다 생각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감정에 쉬이 휘둘리곤 했다. 그는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정신적인 것을 물질적인 것보다 우위에 둔다. (철학용어로 관념론자다.) 실제의 세상은 정신과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은 둘 중 하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사람은 물질적인 것을 정신적인 것보다 우위에 둔다. (이는 유물론자다.) 관념론자는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본다. 경박하다고, 고상하지 못하다고 그래서 답답하다고. 유물론자는 정신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본다. 뜬 구름 잡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