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지금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나의 첫사랑은 뜨거웠다. 이팔 청춘을 갓 넘겼던 나는 교회에서 만난 여고생 H에게 흠뻑 빠졌다. 짝사랑이었지만 열렬했다. 학교 친구들에게 H 이야기를 자주 했다. 내 일상은 점점 그녀로 채워졌다. 친구들과 3 on 3 길거리 농구대회에 나갈 때의 팀명은 H 이름에서 따 왔고, 시험 기간이면 독서실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시를 짓곤 했다. 학교 친구들이 일면식도 없던 H에게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녀석들은 나만의 '천사'를 보고 싶어했다. 급기야 교회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친구들이 참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명 사건이었다. 그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아니 교회를 안 다닌 정도가 아니라 교회와는 거리가 먼 친구들이었다. 소위 '일진'이라 부르는 친구들! 녀석들은 담배를 태웠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

나는 가을을 타는 남자입니다

나는 가을 남자입니다. 가을이 되면 마음이 들뜨고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일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집중해서 일을 하는 시간이 다른 달보다 현격히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산으로 들로 자주 여행을 떠나기 때문입니다. 10월 한 달 동안에만 2박 3일 여행 한 번, 1박 2일 여행 두 번, 당일치기 여행을 세 번 다녀왔습니다. 안면도의 꽃지 해수욕장, 충남 예산의 예당저수지와 추사고택, 충남 홍성의 용봉산 그리고 가평과 강원도 홍천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북한산, 계룡산, 남한산성에 올라 한나절 동안 단풍을 즐기기도 했지요.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여전히 나는 떠나고 싶습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남이섬과 아침고요수목원에 다녀오고 싶고, 경북 봉화의 백천계곡으로 올해의 마지막 단풍여..

집안은 가깝고 천하는 멀다

글을 쓰다가 단어 하나를 검색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사전을 찾았다. 1분 만에 끝내야 할 일이 5분이나 걸렸다. 포털의 첫 화면의 기사 때문이다.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들은 김정일의 반응'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던 게다. 나경원 후보의 '억대 피부과' 논란에 관한 기사도 나를 유혹했지만 참았다. 나의 관심사는 Everything 이라 할 만큼 '폭넓다'. 산만하다고 썼다가 '폭넓다'고 고쳤다. 글의 내용도 '자책'에 관한 것이라 서두에서는 스스로 살짝 높여 보았다. 나는 세상 여러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편이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식당가에서 전단지를 나누는 아주머니들의 열심 홍보에도 감동을 받는다. 가슴 아픈 사연에 한동안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물론 ..

너무 늦기 전에 해야 할 일

사랑은 야속합니다. 어떤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야 자기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하니까요. 젊음 또한 야속합니다. 훌쩍 지나가고 나서야 그것이 참으로 소중했음을 절감하니까요. 내 친구 B는 좋은 사람입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친한 벗에게 이것 저것 퍼주며 즐거워하는 친구입니다. 그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2년 전 이맘 때입니다.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불행은 끝이 아니었죠. 이듬 해 봄, 어머니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아버지는 건강이 많이 호전되셨습니다. 두 달 전에는 아버님, B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보양식을 먹으러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의 병환은 점점 더 깊어지셨습니다. 석달 전 쯤 뵈었는데, 아들인 내 친구까지도 겨우 알아보실 정도였습니다. ..

알랭 드 보통에게 사인을 받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글빨에 감탄할 때가 있습니다. 작가(여기서 말하는 작가는 소설가)들이야 대개 글빨이 뛰어나지만, 책의 저자들이 모두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요. 인문 사회과학 서적의 미덕은 유려한 문장이 아니라 심오한 깊이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심오한 깊이와 유려한 문장력을 모두 지닌 저술가들이 있습니다. 나는 2010년 5월, 내가 뽑은 글빨 최고의 작가(여기서 말하는 작가는 작가 수준의 글빨을 갖춘 저술가)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 찰스 핸디, 말콤 글래드웰 그리고 구본형 선생이었습니다. ( '내가 뽑은 최고 글빨의 작가' 링크 http://www.yesmydream.net/1004 ) 눈이 번쩍 뜨인 기사 9월 22일 중앙일보를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

소통을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

나는 제대로 배워 둔 것이 없습니다. 교육을 업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가르치는 기술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습니다. 21세기 초반 기업교육 업계에서는 코칭이 유행이었습니다. 나도500만원에 달하는 코칭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가 비싼 교육비에 비하여 내용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중에 관두었습니다. 컨설팅이나 상담을 배운 적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대학 공부마저 듣고 싶은 과목만 골라 듣는 바람에 졸업학점을 채우지 못했지요. 나의 배움은 독서와 현장 체험의 조화로 이뤄져 왔습니다. 한 가지 배우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그에 관련한 좋은 책들을 골라 읽습니다. 그러면서 읽은 책의 내용을 삶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정독해나가는 독서의 과정에도 정성을 다합니다. 이것은 모두 ..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

얼마 전 두물머리에 다녀왔습니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 줄기를 이루는 양평의 명소지요. 집 근처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그들과 함께 종종 자주 가는 곳입니다. 집에서 가깝거든요. 같은 장소를 서로 다른 사람들과 갔더니 사람들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실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인식의 습관대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탄할 줄 알고, 사람이나 세상의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그는 "와! 정말 멋지네요!"를 연발했습니다. 예쁜 꽃을 보면 잠시 멈춰 서서 감탄하며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분명 같은 공간을 비슷한 날씨에 거닐었는데도 시큰둥한 사람이 있었지요. "날씨가 별로네요"라고 말하며 분위..

누군가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법

누군가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법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지만, 단점은 균형을 잃은 장점일 뿐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는 활발한 성격의 연수 씨. 사람들은 그녀의 유쾌함과 삶의 열정을 좋아한다. 나 역시 그녀와 함께 있으면 즐거워진다. 수년 전의 그녀는 감정 기복이 심하여 들뜸과 우울함 사이를 자주 오간다 싶었는데, 요즘엔 자존감이 강해져서 우울함도 얼른 떨쳐낼 줄 아는 내면이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경민 씨는 배려의 달인이라 부를 만하다. 그녀는 수줍음도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모임 속에 있을 때에도 조용한 편이다. 어울려 말을 섞기보다는 가만히 경청한다. 그녀의 존재감이 드러날 때에는 일손이 필요할 때나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다. 말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고..

세월을 빼면 우리가 장사지요

김동주 선수는 걸출한 프로야구 스타입니다. 2011년 7억원의 연봉을 받아 3년 연속으로 연봉킹을 차지할 정도이니 인기도, 팀내 공헌도 최고 반열에 이른 선수입니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99경기 2할8푼8리 15홈런 62타점(9월 3일 현재)입니다. 나쁘지 않지만, '김동주'이기에 아쉬움이 드는 성적입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심타선을 지켜오던 김동주였으니까요. 김동주 소속팀인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 성적도 6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시즌 중반에 사퇴할 정도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김동주 선수가 약진을 보이고 있지만, 팀 성적이 부진하니 표정이 밝지는 않았습니다. 9월 3일 문학 SK전서 연타석 스리런을 때려내며 혼자 2홈런 6타점을 올려 팀의 9-7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말이..

램프처럼 살기

작년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카드에다 직접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2010년 연말의 일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정성을 다해야 했습니다. 이전에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으니 믿을 만한 것은 정성 뿐이었습니다. 사실 그림이라 하기엔 좀 민망한, 그저 작은 사물 하나를 그린 것입니다. 그린 것 중의 하나는 선물 상자였고, 옆에 이런 글을 써 두었습니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았던 탐욕을 떨쳐 내어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 주는 기쁨을 만끽하며 살아야지." 법정 스님의 글을 읽다가 느낀 바가 있어 쓴 글입니다.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쓰고 그린 카드였습니다. 나에게 나눔은 자연스럽지 않기에 어디에선가 자극을 받을 때에야 잠깐 실천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런 결심이 필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