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일상으로부터 배우는 연습

사소한 작업도 쉽게 하지 못하는 요즘입니다. 웹진 원고를 보내라는 메일이 오니, 괴로워지더군요. '원고, 이제 없는데 어쩌지?' 연재 칼럼인데, 초고를 대략 써 둔 파일이 없으니 난감합니다. 아니 괴롭습니다. 오늘 대강의 골격이라도 잡아보려고 한글 파일 하나를 열었더니 그간 빼곡하게 써 둔 원고가 떠올라 울컥했습니다. '아! 정말 쉽지 않구나.' 내일은 브라질에서의 첫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물론, PPT도 없고, 강연에 참고할 만한 스크립트도 없습니다. 강연 전에 스크립트 한 번 훑어보고 임하면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데, 지금은 PPT 부터 만들어야 하다니요! 피식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허탈함이란 녀석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일상을 흔들어..

모자가 선물해 준 감동

누군가의 Mail에 회신하다가 마음에 드는 사색이나 표현을 내놓게 되면 흐뭇해집니다. Mail 회신을 한 내용으로 한 편의 글을 쓸 때도 있고, 강연 재료가 될 만한 생각을 얻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메일 회신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을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제가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5~6년 동안 누군가에게 정성스럽게 보냈던 메일이 쌓인 것은 제겐 큰 자산이지만, 이것 역시 지난 N 사건 때 몽땅 날아갔지요. 요즘엔, 흐뭇한 메일을 보내고 나면, 소실된 메일에 대한 아련함이 떠오르곤 하지요. ^^ 상실에 대한 아픔은 거의 모든 일상 속에 있습니다. 사진을 찍거나 정리할 때 떠오르는 감정은 '덧없음'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여행을 했고 그 때마다 찍고 정리한 것들이 대부분 사라졌는데, 이걸 해서 뭣하..

고통을 통해 성장하는 법

힘겨운 일을 겪고 나니,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 왔습니다. 변화 전후의 일상을 비교하며 무엇이 더 나은지를 따져보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실제로 평온했던 일상에 파문이 일어났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불청객처럼 나를 찾아 온 고통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 노력은 두 가지로 이뤄집니다. 하나는 어서 일어나려는 회복의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슬픔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체험의 노력입니다. 전자는 새로운 삶을 향한 나의 이상(Ideal)이고, 후자는 새로운 삶의 원동력이 될 나의 현실(Reality)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는 또한 자신이 딛고 서 있는 땅을 내려다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최근 저는, 블로그에서 두 가지의 노력 중에 한 가지..

변혁과 성장을 부르는 단어

브라질 여행의 첫 날은 새로운 달의 첫째 날이었습니다. 6시 30분에 식사를 하고, 7시 30분부터는 호텔 앞 공원을 걸었습니다. 짧은 운동을 하며 지난 '1월의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2월 1일, 새로운 달이 되었으니, 저 역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1월을 살짝 들여다보았더니, 하드디스크 안의 자료를 모두 상실하여 무척이나 힘겨워하는 사내가 있었습니다. 강연 PPT, 출판사에 넘겨야 할 책 원고들, 그간 찍은 사진 모두가 사라졌음에 허망해하며 하릴없이 TV를 보거나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년이었습니다. "저 힘들어요. 아시잖아요.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사라진 걸요..."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이해줄 것 같기도 합니다. 엄청난 사건을 면죄부 삼..

생각과 행동을 통합하기 위하여

세르반테스는 "모든 길은 여인숙보다 낫다"고 말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닙니다. 짐작컨대, 세르반테스는 행동주의자입니다. 적어도 그가 그려 낸 돈키호테는 분명히 행동주의자입니다. 행동주의자는 도전과 행동으로 배우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잠시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고 창가에 앉아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색이 종종 필요하다는 것이지, 사색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라는 말이 아닙니다. 방 안에 있으면 좀이 쑤시는 그들이니,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야 힘이 날 것입니다. 제가 하고픈 말은, 길 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행동주의자도 방 안에 머무는 법과 그 유익을 깨닫는다면 더욱 탁월해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몇 해 전에 방 안에 머무는 법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파스칼의 말 덕분입니다...

행복 연습

행복 연습 - 힘든 일을 겪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말들 행복이 마냥 들뜬 기분이 아님을 아시는지요? 엉금엉금 기어가는 아가의 움직임에서, 한적한 호숫가의 시원한 바람에서, 푸릇푸릇 돋아나는 새싹에서 행복이 발견되기도 하니까요. 유쾌함도 행복이지만 고요한 평온도 행복입니다. 행복이 슬픔의 기분 속에서도 느껴짐을 아시는지요? 일분, 일초라는 찰나의 순간 속에는 슬픔과 행복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지만, 하루, 일주일이라는 시간 단위 속에서는 슬픔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깊은 슬픔에 잠기고 나면, 작은 것 속에서 큰 것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행복하다고 말하기엔 도무지 그렇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을 거르고, 늦은 점심 식사를 위해 편의점에 다녀 오는 길에서 환히 빛나는 해를 보았습니다...

[N②] 순항 인생

2. 순항 중이던 희망적인 인생 - 불청객이 찾아들기 전의 날들 독서와 음악감상, 이것이 그의 취미였다. 요즘에서야 누가 취미나 관심사를 물을 일도 없지만, 그도 한 때 대학생이었고 서너 번의 미팅을 했다. 처음 만난 남녀들은, 말수가 적어질 무렵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묻는다. "취미가 뭐예요?" 이것은 비장의 무기가 아니다. 이 말을 던진 자기도 무안해하며 후회하는, 어색한 침묵을 견디다 못해 꺼내 든 비운의 카드다. 그는 대답했다. 제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이라고. 이런 대답은 "난 취미 같은 거 안 키워요"라는 말보다 썰렁하고, "열심히 공부만 해서 취미는 없어요"라는 말보다는 센스없는 류다. 심심할 때면 누구나 한 번 즈음은 집에 있는 잡지를 뒤적여 봤을 터이고, 10대를 거쳐온 이라면 귀에 ..

[N①] 폭풍전야

1. 폭풍전야 - 어느 기분 좋은 하루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일주일 내내 괴로웠던 그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신의 일터인 카페로 돌아간 날, 세상은 점점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처음엔 질퍽했던 길바닥 위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원하듯이 눈송이는 더욱 도톰해졌다. 새하얀 도화지에는 어떤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으니까. 집을 나서기 전, 사내는 샤워를 했다. 여느 때보다 오랜 시간 동안 비누거품을 내어 온 몸의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는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빠짐없이 거품을 보내며 생각했다. 지금은 나를 괴롭혔던 가공할 만한 공허감과 무력감을 씻어 내리는 중이라고. 정확히 6일 전, 사내는 자신이 지금 앉아서 창 밖의 눈을 바라보는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즐겁게 일..

전세계약을 한 날

1. 국수역과 선릉역은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다. 3시간 밖에 되지 않는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한 공간차를 느꼈다. 두 공간은 조금 어지러울 정도로 많이도 달랐다. 어지러움은 머릿속에서 일어난 물리적인 골치 아픔이 아니라, 생활의 변화를 앞둔 마음속의 혼돈이었다. 논밭과 들판 사이로 난 중앙선로를 달리다가 서서히 정차하는 국수역은 한적한 시골이다. 토요일 오후임에도 국수역은 한산했다. 청계산을 올랐던 등산객들 열 댓 명이 전부였다. 나는 그들 속에 끼여 한 시간에 2대씩 오가는 왕십리행 열차를 기다렸다. 미끄러져 온 열차는 앉을 자리가 넉넉했다. 국수역은 용산에서 출발하여 양평을 지나 용문까지 내달리는 중앙선의 일개 역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국수리에 속..

실패와 상실 그리고 위로

실패의 순간에서도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도전과 시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면! 사건의 실패를 인생의 실패로 연결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실패는 생각만큼 두려운 것이 아니다. 실패가 위험한 것은 고난이나 좌절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 실패 자체는 그리 고약한 것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상실이다. 상실은 실패와는 다르다. 실패란 것이 개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어라도, 종종 자신의 어떤 잘못된 행동, 혹은 부주의나 실수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상실은 전혀 의도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도, 극심한 죄책감이나 자괴감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상실이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을 어린 시절의 한 동안, 나의 잘못이라 여겼다. 사고 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