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상처 입은 치유자

와우팀원들을 선발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들은 평생 함께 갈 사람들이다' 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살아가다가 아주 깊은 인연으로 만났다는 것이 이유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와우팀의 리더를 하는 것 뿐이다. 내가 반드시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다. 결국 내 그릇의 크기만큼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내게 있는 것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없는 것을 주다가는 탈진하거나 지속적으로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게 있는 것은 다 주어도 괜찮다. 날마다 소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팀원들을 대할 때가 흥미진진하다. 그는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지 못한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면 사람들이 달아날까 봐 염려한다. 그들은 집을 나서면서 가면..

봄이 시작되는 곳

1월 음악회를 다녀온 후, 두 달여 만에 예술의 전당에 갔습니다. 이번에는 전시회나 회화전을 보기 위함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더군요. 한 달에 한 번 있는 휴관일이라네요. 야외 벤치에 앉아 있기에는 햇살은 좋았지만 바람이 쌀쌀했습니다.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카페마다 문을 닫아 캔커피 하나를 마신 후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예술의 전당을 감싸고 있는 우면산 자락을 둘러보며 봄꽃이 피었는지 정도는 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봄이 오지 않은 것은 3월 말에 어울리지 않은 쌀살한 날씨 탓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 볼 여유로운 마음을 지니지 못한 제 탓이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든, 진정한 계절이든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나 봅니다. "그대 가슴에 꽃이 피지 않았다면 온 ..

모델의 굴욕이 아름다운 이유

동영상 중간에 넙죽 절을 하듯 넘어지는 모델 분을 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한참을 웃은 후에야 모델의 사태(?) 수습이 걱정되더군요. 대부분의 모델이 갖은 수모 후에도 다시 일어나 워킹을 마쳤지요. 얼마 전, 카라의 한승연 양이 방송 도중 미끄러져 넘어졌다지요. 부끄러웠겠지만 곧장 일어나 노래를 무사히 마쳤다지요. 그 귀엽고 진솔한(^^) 모습에 누리꾼들이 호응을 했다지요. 우리 모두는 카라 한승연 따라하기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길을 가다 넘어질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입니다. 그런 후에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카라처럼 박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느 시인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야말로 진짜 원숭이라 노래했지요. 나무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원숭이라면 떨어질 일이 없겠지만 원..

가난해지는 법

이모할머니는 오래 전에 물난리를 당했던 일을 들려 주신 적이 있다. 홍수가 마을을 삼켜 버렸고 이모할머니네 집엔 무릎 높이 이상으로 물이 찼단다. 참담함은 물이 빠진 후에 드러났다. 모든 가전제품을 내다 버려야 했고, 흙탕물에 뒤덮였던 가재 도구들은 못쓰게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절망에도 할머니는 꿋꿋이 살아오셨다. 6남매를 키워내시며. 지난 해,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붕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최첨단 금융상품인 줄은 모르고 그저 은행예금인 줄 알고 투자했다가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날려 버린 시골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참이나 안타까웠었다. 노후 자금으로 모았던 전재산을 날려 버린 할머니는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 만큼이나 앞으로의 날들이 험난하게 보였다. 문득, 그 분들이 떠오..

자신을 받아들이는 지혜

누구에게나 타고난 기질이 있습니다. MBTI 나 에니어그램 등의 성격유형 검사는 우리가 어떤 기질을 지닌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타고난 기질은 평생동안 변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고서 화를 내거나 절망하지 않아도 되지요. 우리가 성장하지 못한다거나 변화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니까요. 밤과 낮이 어우러져 온전한 하루를 이루듯이 자기 기질을 수용하고 반대되는 기질을 이해하면 온전한 자신이 됩니다. 성장의 전제 조건은 자기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자신과 비슷한 기질의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의 말과 행동에 예민해지거나 때로는 그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지요. 자신에게도 같은 문제가 있을 경우, 우리는 그 문제를 잘 발견해 냅니다. 헤르만 헤세는 다음과 같이 정확히 ..

봄을 선취(先取)하다

겨우내내 옷걸이에 걸려 있던 파란색 자켓을 끄집어내어 몸에 걸쳤다. 포근한 날씨에 봄옷을 꺼내 든 것이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점심 먹고 회사로 들어가는 와우팀원이다. "팀장님, 오늘 날씨 정말 좋아요. 근데 회사로 들어가야 해요." "나는 놀러가지롱~!" 이라고 말했던가? 기억 안 난다. 분명한 것은 그 말이 머릿 속에 맴돌았다는 사실이고 했다면 놀리려던 것일 테고, 안 했다면 어떤 이유로 참았던 것이겠지. 오늘부터 3일 동안 나는 휴가다. 여행을 떠난다. 마음 가는 대로. 오늘 날씨가 좋았지만, 실내에 있은 시간이 많았다. 화창한 햇살을 보며 동장군이 물러가고 있음이 실감난다. 허나, 동장군이 가만히 물러가진 않겠지. 방구를 뿡뿡 두 번 정도는 뀌어 대겠지. 3월이 다 가기 전에 두 번 정도는 꽃샘..

2010 여행 소망

관동 8경 중 3~4군데 다녀와야지. 2경은 북한에 있으니 불가능하고, 나머지는 마음에 품었으니 행해야지. 한 달 동안 유럽에 다녀와야지. 지난 해, 바이마르에서의 다짐을 기억해야지. '결혼하기 전까지 매년 한 달 간의 유럽 여행을 떠나자.' 와우들과 함께 빙고 졸업여행을 떠나야지. 베트남이 되든, 인도가 되든 와우들과 함께 하니 오랫동안 즐거워할 추억 하나 만들고 와야지. 연구원 여행도 빼놓을 수 없지. 선생님과 동료들과 함께하는 곳이니 어디든지 따라가야지. 작가 제의 여행도 실천해야지. 홀로 훌쩍 떠나 성큼성큼 낯선 곳을 밟으며 나의 내일을 희망차게 그려 보아야지. 춘천 한 번 다녀와야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호젓한 여행을 누려야지. 호반을 바라보며 그윽한 시간 가져야지. ..

일상도 좋고 여행도 좋으니

휴식과 놀이, 혹은 무위(無爲)를 비생산적인 것이 아니다. 휴식은 생산적인 것이고, 놀이는 창조의 샘이다. 무위는 내면의 힘을 끌어올리는 위대한 '행위'다. 이 글을 쓴 후, 나는 쉴 것이다. 잠시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작업을 할 기운을 모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 여행을 하며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의례를 거행할 것이다. (생각해 둔 의례가 있다. ^^) '어제까지의 나'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새로운 나'를 맞이할 것이다. 나는 일상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즐겁고 만족스럽다. 일상 탈출로서의 여행이 아니기에 돌아와서 다시 일상을 맞는 즐거움도 가득하지만, 여행은 일상을 재창조하는 힘이 있기에 여행의 과정 역시 즐겁다. 되돌아오고 ..

시작하는 연인과의 식사

2010년과 함께 교제를 시작한 후배 2명. 나는 커플의 두 명 모두를 알고 지내는 사이다. 아니지. 알고 지낸다는 표현은 우리의 친밀함을 나타내기엔 역부족이다. 나는 그들을 신뢰하고 좋아한다. 나를 향한 그들의 마음도 비슷하리라고 생각하며 산다. 나는 그들을 축하해 주고 싶었다. 한 사람은 연인이 되고 싶다는 감정을 전하고 다른 사람은 그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기쁜 일인지! 나는 그 기쁨을 나눌 만한 장소를 예약했다. (내 수준에서 가장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으로.) 책을 좋아하는 녀석들이라, 3권의 책을 구입했다. 연애에 대한 책은 두 권을 샀다. 녀석들끼리 읽고 이야기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전했고, 즐거운 식사 시간을 함께 즐겼다. 마음을 담아 이런 저런..

참 좋은 시간

향이 좋은 와인에 취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와인은 그것의 술기운에 취하는 게 아니라, 향에 취하고 기분에 취하게 한다. 어제 선생님과 연구원 동기 두 분과 함께 식사와 와인을 들었다. 고품격 (그러나 양은 무지 적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으로 행복은 시작되었다. 달빛 은은한 창가에 앉아 있는 것은 감미로웠다. 우리는 선생님 댁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사모님께서 불을 한 번 꺼 보라신다. 산 너머 달이 차올랐던 것이다. 주방은 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창이었기에 우리는 달빛을 만끽할 수 있었다. 와인은 달콤했고, 달빛은 감미로웠다. 낭만적이었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잔잔한 행복감이 깃들었다. 그 무엇보다 참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했으니. "달빛 참 좋지? 그런데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