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하루NA] (9) 카페 데 베르

7월 23일. 카페 데 베르. Cafe des Verts. 지금도 Jazz가 흐른다. 언제나 그렇듯이. 넓은 테이블은 책을 읽기에도, 작업을 하기에도 편하다. Jazz와 테이블은 언제나 나를 반긴다. 이 곳에 일백 번도 넘게 방문했으리라. 종업원들의 얼굴은 안 봐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인사 한 번 나누지 못한 것은 바쁜 직장인들의 삶(허나 조금은 메마른)을 아는 종업원들의 배려일까? 나의 수줍음 때문일까? 테헤란로에 위치한 이곳의 영업은 직장인들의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다. 테헤란로의 휴일은 여유롭고 건물들은 외롭다. 이 곳이 가장 여유롭게 편안한 곳이 되는 날이다. 평일의 오전은, 직장인들이 업무에 몰두하는 시간이고 이 곳에 아침의 상쾌함과 음악의 경쾌함이 깃드는 시간이다. 점심 시간 이후(..

[하루NA] (8) 강연.

7월 13일. 강연. 꿈꾸었던 날을 맞게 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그 꿈이 누군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나의 가슴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춤을 추게 된다. 그러니 반드시 자신의 꿈을 쫓아야 한다. 춤을 추며, 환히 웃으며, 기분 좋게 살기 위해. 신나게 춤사위 한 판을 벌이지도 못하는 길로는 여행하지 않으리라. “춤 한 번 추지 않은 날은 아예 잃어버린 날로 치자. 그리고 웃음 하나 동반하지 않는 진리는 모두 거짓으로 간주하자.” - 니체 오늘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춤을 추듯 걷는 길이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강연을 마쳤기 때문이다. 강연은 내 평생의 일이고, 일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 때 행복해진다. 참가자 분들의 표정은 밝았고 내 마음 속의 만족은 깊었다. 강의 평가도 꽤 좋은 편이었으..

[하루NA] (7) 행복.

7월 8일. 행복.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 할머니~ 석입니다. 오냐 그래. 밥 문나? (반가움이 가득하시다.) 네. 이제 밥 먹으려고 나왔습니다. 밥 뭐 묵노? 몰라요. 나가 봐야지요. 맛있는 걸로 먹을께요. 그래 맛난 거 무래이. 네. 할머니는요? 할머니는 식사하셨나,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나는 맨날 내가 묵고 싶을 때 안 묵나, 어디 때가 있나. 내가. 그래도, 손자 전화 받았으니 맛나게 식사하이소. 건강하셔야 손자 덕 좀 보지요. 오냐 알았다. (웃으신다.) 참, 할머니.. 용돈 찾아 쓰세요. 확인해 보셨어요? 아니, 아직 안 봤다. (어쩌면, 이미 몇 만원 쓰셨을 수도 있다. ^^) 매달 초에 안 잊고 보내드리니 혹 제가 전화가 며칠 늦어도 찾아 쓰이소. 알았다. (또 웃으신다.) 닌 별 일 없..

[하루NA] (5) 직장 상사.

7월 6일. 직장 상사. 사당역 반디앤루니스에 도착했다. 시각은 12시 16분, 손님이 없어 한적했다. 평대에 놓여 있는 책을 이리 저리 훑어본다. 귀여운 강아지를 만지듯 한 권 한 권 책을 매만지기도 하며 씹어삼킬 만한 책이 없나 사냥개처럼 이리 저리 어슬렁거린다. 내 첫째 자식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으나, 둘째 자식(공저)은 신간이라 금방 눈에 띄었다. 저 놈이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을까, 하는 것에는 관심을 끈다. 이제는 그저 셋째 녀석의 아름다운 탄생을 위해 노력할 일이다. 사실, 새로 나온 신간들을 뒤적이느라 둘째 놈에게는 시선을 줄 시간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아, 오셨나 싶어 두리번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나의 직속 상사였던 분이다. 아마도 오래..

[하루NA] (4) 유럽 여행.

7월 2일. 유럽 여행. 그저 가고 싶은 곳을 꼽아 본다. 영국, 파리, 이탈리아, 빈, 크로아티아... 목록은 도시와 국가가 뒤섞여 있다. 나만의 절절함이 깃든 소원이 아닌 경우, 지극히 일반적인 목록이 되거나, 한없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목록이 된다. 내가 꿈꾸는 유럽의 여행지 리스트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 아이고야. 목록에 이유를 달아 본다. 영국.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파리.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도시라고 생각해서. 이탈리아. 그냥. 빈. 드러커의 생가에 가고 싶어서. 크로아티아. 이번 여행의 출발지니까. 이런 밋밋하고 재미 없는 까닭들이라니. 이대로는 안 되리라. 삶은 자기 소원으로 채워져야지. 절절하게. 새벽녘까지 책 한 권을 읽었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내가..

[하루NA] (3) 동아일보.

6월 30일. 동아일보. 이른 아침, 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형 오늘자 동아일보에 형 작가로 소개 나오네.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좋네. 축하해 ^^ " 잠시 후에 전화도 왔다. 축하한다고. 이 자식, 얼마 있지 않아 또 문자를 보냈다. "형 너무 자랑스럽다 ㅠㅠ 형은 우리 집에 큰 자랑거리야 더운데 수고해~" 동생은 완전 감동한 것 같다. 나는 이게 뭐 별 건가, 싶다가 녀석의 호들갑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곧, 휴대폰 진동 소리가 생각을 깨운다. 할머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우리 석이 고맙다." 숙모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축하한다. 석이 잘 컸는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네." 오잉? 나도 몰랐다. 가족들이 이 정도로 좋아하실 줄은. 나는 두 번째 책(공저)이 나온 것도..

[하루NA] (2) 정리 정돈.

6월 29일. 정리 정돈. 집안에는 크고 작은 박스가 있다. 화장품이 들어 있던, 셔츠가 들어 있던, 플래너가 들어 있던 박스들.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박스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잡동사니가 들어 있다. 오늘 그 박스를 몽땅 방의 한 가운데에 쏟아 부었다. 정리 정돈을 위해서. 정리 정돈은, 정리가 먼저요 정돈이 나중이다. 나만의 정의에 의하면, 정리는 버리는 것이고 정돈은 있어야 할 자리에 두는 것이다. 잘 버리지 못하면 불필요할 것들을 끌어안고 사는 셈이 된다. 잘 정돈하지 못하면 제 때 찾아야 할 것을 찾지 못해 허둥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버린다면 나의 재능, 탐구심을 죽이는 셈이 된다. 탐구심은 자료를 모으고 수집하는 재능이니까. 결국, 정리 정돈의 여부는 탐구심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하루NA] (1) wow4ever.

6월 28일. wow4ever. 27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와우 모임이 28일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23시간 30분이나 함께 했던 우리는 헤어지면서도 아쉬워했다. "그리움이랄까 마음 이상하네요. 와우와 또 함께 하고파요." 또 함께 하고 싶다는 팀원의 단체문자는 내 마음이기도 했다. 오늘은 wow4ever 의 마지막 수업이 끝난 첫날이다. 4기 와우팀원들은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였다. 와우 4기는 영원하다, 는 뜻의 wow4ever. (숫자를 Four로 읽어야 한다.) 그들은 이름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고,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이 예뻤고, 그들이 자랑스러웠다. 저녁에는 홀로 야구장에 갔다. 경기는 5회말이 끝나 있었고, 내리던 비도 잠시 멈춰 있었다. 시끌벅적한 야구장에 ..

행복

어린 시절, 어른들은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갈 만큼 10대를 학업에 투자하지 못했다. 20대가 되어서야 공부하기 시작한 나는, 결국 세상이 권하는 순서대로 사는 것을 포기했다. 뒤늦게 그 순서를 따르려 하니 무엇보다 과정이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과정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는 결코 그 여정을 걷고 싶지 않다. 나는 과정이 즐거운 길을 택했다. 나의 흥미를 끄는 일들만을 선택했다. 첫번째 직장이 그랬고, 와우팀의 출발도 그랬다. 누가 시킨 것은 없었다. 내 영혼이 꽤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면, 도전을 했다. 지금은 나의 몸과 마음도 그곳에 있다. "지속적인 행복을 얻으려면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

[유머] 학생이세요?

"학생이세요?" 함께 수영을 배우는 아가씨가 묻는다. 입이 헤벌레... 벌어진다. ^^ "그렇게 보이죠? 스물 다섯, 스물 여섯?" 요즘, 20대 중반처럼 옷을 입으려 살짝(!) 노력하긴 하는데, 이런 얘기를 여러 번 듣게 되네. 호호. 이걸 어서 친구에게 전해야 하는데... ^^ 작년 말, 라는 회사에서 강연을 진행하는데 참가하신 분들에게 37살 정도 되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You First, 라는 회사명과는 무관한 말이었다. ^^ 그 얘길 친구에게 했더니, 이런 일화를 들려 주었다. 속을 긁는 얘기다. 집에 와이프랑 함께 있는데, 아주머니가 방문판매를 왔단다. 아주머니는 자신을 고등학생으로 봤다는 것이다. 벨이 울려 대문을 열고 나갔더니 아주머니 왈, "학생.. 어머니 안 계시나?" 했다는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