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난 겸손한 사람이 싫다

난 겸손한 사람이 싫다 - 겸손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지 않을까?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 겸손의 사전적 정의다. 겸손은 좋은 것이다.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매우 좋은 것이다. 남을 존중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고, 내세우지 않음에는 은근한 멋이 깃든다. 선행이라도 자기를 내세우는 정도가 커질수록 은은함을 잃어간다. 남을 존중하지는 않지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는 겸손이라 할 수 있을까? 이를 테면, 마음 속으로는 '나야말로 적임자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의상으로 "아, 제가 어떻게 그걸 해요."라고 말하며 손사레 치는 것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을 겸손하다고 표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마..

원할 때마다 여행을 떠나는 비결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떠나는 편이지만 매년 가을이면, 좀 더 자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단풍 나들이를 즐기며 낙엽길을 걷고 싶은 게지요. 그래서 영주 부석사, 소수서원에 다녀왔습니다. 자주 떠나다 보니, 몇몇 분들이 걱정을 하거나(철이 덜 들었다고), 오해를 하시더군요(돈이 많다고). 걱정도 덜어 드리고 오해도 풀 겸, 오늘은 여행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쓰고 나니 걱정을 덜지는 못했고, 오해는 조금 푼 듯 합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시지만, 생각에 그치시는 분들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저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진 않습니다. 노년이 되어 여행을 하는 것도 멋스럽지만, 청년의 때에 떠나는 여행도 활기차고 즐..

꼬마여행자 리노

햇빛이 화창한 날,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키워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저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께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들의 여행을 돕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아무 것도 도와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리노야, 엄마가 항상 너를 지켜 줄께." 돌아가신 아빠 대신 홀로 아이를 키워 오느라 아들에게 쥐어 줄 여행비가 없었던 게지요. 아이는 이해했습니다. 엄마의 가난을.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지난 일 년 간 열심히 일해서 벌어 둔 돈을 챙기고 엄마의 마음을 가슴에 담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는 이제 여행자입니다. 새로운 도시, 비엔나를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아이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내가 잘한 것일까? 이 도..

Cafe De Verts Day!

내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대개 카페 데 베르에 와서 여기에 앉는다. 한쪽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창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이 자리에. 나는 이 한적한 시간을 사랑하고, 홀로 자유로이 놀 수 있는 이 공간을 사랑한다. 애인의 입술을 부드럽게 물듯이,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을 구석구석까지 핥아낸다. 특히나, 휴일의 카페 데 베르는 더욱 여유로워 평화롭기까지 하다. 세상도 쉬는지, 나를 찾는 전화는 멈추고 일감바구니는 더 이상 채워지지 않는 휴일. 2007년부터 4년 동안 몇 번이나 이 곳을 찾았을까?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은 오늘이다. 나는 혼자고, 아무도 없다. 종업원 한 명 뿐. 추석 전날인데다, 워낙 세찬 비가 내려서 인적은 매우 드물다. 테헤란로의 배수로 몇..

'오고 가는' 이들에 대하여

삶을 이해하는 명상 (1) 오고 가는 이들에 대하여. 삶을 이해하고 싶다면 '오고 가는' 것에 대하여 사색해야 한다. 1978년 2월 15일, 나는 지구별에 왔다. 삶은 여행이니, 나는 '지구별 여행자'인 셈이다. 유럽 여행을 여행을 하며, 호스텔에서 세계 각지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국적과 나라가 다르지만, 우리는 하루짜리 친구가 된다. 다음 날이면, 우리는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난다. 삶을 살면서도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학창시절에 만난 친구들,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 함께 하는 동안, 우리는 종종 싸우기도 하지만 대체로 즐겁게 어울렸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지평이 넓어졌다. 사는 집의 평수도 함께 넓어지면 좋으련만 친구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산다. 자..

나의 음악감상실이 좋은 3가지 이유

나의 음악감상실이 좋은 3가지 이유 밤 10시 남짓한 시각, 귀가하는 길. 지하철 역에서 노래 한 곡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겐 영원한 음악적 진원지가 될 8~90년대 발라드들. 그 중 유난히 입에 착 달라 붙고, 마음을 감성으로 적시는 노래가 있었으니. "보고 싶었던거야 단지 그 마음뿐이었어 헤어졌던 그 이유와 상처는 모두 잊은 채 위~~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게 생각처럼 쉽진 안았어 니가 있던 그 자리엔 누구도 들어올수가 없었던거야 수없이 부서졌던 내마음 기도가 아마도 너를 울렸는가봐 힘겨웠던 지난날을 딛고 서서 다시 한번 시작해 보라고~ 사랑해!" 열창할 때 목에 핏줄이 붉어지는 모습이 그리도 멋있었던 김정민의 이다. '오늘은 집에 가서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불러야지.' 집에 도착하여 샤..

KIA 타이거즈 슈퍼히어로, 서재응

8월 27일, 선두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 서재응은 빼어난 피칭을 보여주었다. 6.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팀이 2: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왔다.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승리의 여신은 그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8회에 등판한 기아의 세번째 투수 이대진이 2사 만루에서 사구를 두 개 내주었고 순식간에 경기는 동점이 되었고, 서재응의 승리는 날아갔던 것이다. 승리의 여신은 웃어주지 않았지만, 서재응은 이대진을 웃으며 맞이했다. 덕아웃에서 나와 환히 웃으며 이대진을 맞이하며 어깨를 다독였다. 감동적이었다. 2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선발 등판한 서재응은 팀 동료가 멋진 플레이를 보여 줄 때마다 활짝 웃으며 환호했다.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듯한, 양팔 벌려 환호하기도 볼 수..

게으르지 않은 느슨함으로

밀린 집안 정리를 했더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났다. 티셔츠 두 장 손빨래 (선물해 주신 분이 손빨래 하랬다), 책 정리 (대개는 책 기둥을 새로 쌓는 일이다), 그리고 살짜쿵 방 청소를 했다. (제대로 하면 한나절이 걸릴 테니) 가벼운 운동을 하고서, 찬 물을 온 몸에 끼얹고 나니 개운하다. 어제 온 메일을 읽고 회신하니, 한 시간이 지났다. 오후 1시, 더 지체할 수 없어 책과 노트북을 챙겨 카페 데 베르에 왔다. 예배 드리기 전까지, 잠시라도 카페에 홀로 있고 싶었다. 좋다. 이 곳에 앉아 있으니, 좋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다음 주에도 이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 주 일정을 확인해 보니, 토요일부터 일요일에 걸쳐 4기 와우팀원들과의 MT 가 있었다. 혼자만의 휴일이 아니기에 아쉬울만 ..

나는 정체하고 있다

나는 정체하고 있다. 나의 강연에 감동 받는 청중들이 줄어 들었다. 수년 전의 내 강연은 사람들에게 여러 번 감동의 눈물을 선사하곤 했지만, 최근엔 그런 적이 없다. 며칠 전에야 우연히 깨달았다. 소수의 내 독자들은 지금 쓴 글보다 수년 전의 글을 더 좋아한다. 독자들로부터 오는 메일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이상한 점은, 강연 콘텐츠에 대한 실력은 늘었다는 점이다. 삶의 문제가 매우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하나의 현상을 쉽게 단정하지 않게 되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면서 직관적으로 던지던 메시지에 논리가 결여되면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 신중함이고, 논리와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벼의 성장과 수확에는 지름길이 없다. 봄에 뿌리어 여름에 수고하면..

멋진 싸움

마음을 나누고 영혼을 교감했던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간다. 쌓이고 쌓여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된다. 마음이 닫히고 서로를 공감하지 못했던 시간은 흘러가기라도 해야 할 텐데 고여 썩는다. 쌓이고 쌓여도 가슴이 답답하고 영혼은 외롭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가슴벅찬 일이다 공감에서 오는 충만함, 소통에서 오는 기쁨, 표현에서 오는 후련함, 경청에서 오는 배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가슴 답답한 일이다. 오해에서 오는 실망, 단절에서 오는 절망, 그와의 관계에서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연인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할 때, 생애 처음으로 독신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남자를 (혹은 여자를) 두려워하게 되기도 한다.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