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우리는 종종 혹독한 일을 맞는다

[주간성찰] 주일 오후, 한가로운 시간이다. 나를 만나기에 바쁜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매주 이 시간에 맛보는 여유로움이 좋다. 어제를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일을 살 수 있는 사람 역시 없다.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을 산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의 '살아있음'이다. 나는 지금 살아 있다. 내 삶의 향기가 어떠한지 킁킁 대며 맡아보고 있고, 일년 동안 무얼 해 왔는지 내 두 눈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2010년, 나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위는 항상 기쁘고 즐거운 일이었는데, 올해는 불미스럽고 괴로운 일이 뽑혔다. 나는 인생에서 몇 번의 혹독한 일들을 겪었다. 그러한 일들은 상상 속에서나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내 삶에서도 일어나는 것이었다. ..

조바심은 학습자의 적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놀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생겨 카트에 책 몇 권을 넣어 두었다. 연말에 몇 분께 선물할 책들, 내가 읽고 싶은 책 두 세 권을 골랐다. 이금이 작가의 동화 한 권과 세계문학명작이다. 『햄릿』은 김재남 역본, 여석기 역본 이렇게 두 권을 넣었다. 수많은 번역본 중에 두 권 정도를 골라 읽을 생각이다. 민음사의 최종철 역본까지 훑어본 후에 고를 예정이다. 번역본까지 따져가며 책을 구입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두 가지 점에서 유익하다. 첫째, 좋은 번역서를 고르는 것 자체가 해당 원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책을 선정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다. 둘째,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것은 책 한 권 덜 사는 문제가 아니라, 책을 보관하는 비용의 문제다. 예전에는 '에이 만원 ..

내 삶을 위한 철학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신뢰』를 읽으면서, 저자와 나의 사상이 자연스레 비교되었습니다. 어떤 대목에서는 나란히 흘러갔고, 어떤 대목에서는 흐름이 갈라지는 것을 지켜 보는 것이 퍽 재밌었지요. 한번쯤 정리해 두는 것이 유익할 것 같아, 늘 써 오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자유롭게 나의 철학에 대하여 써 보았습니다. (이런 저런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보다는 그저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그쳐 불친절한 글일지도 모르겠군요.) 다음 글에서는 『자기신뢰』를 읽고 난 소감과 견해를 곁들인 리뷰를 올리겠습니다. 에머슨과 『자기신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저 한 청년이 자기 생각을 정립해 가는 과정을 슬쩍 엿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혹, 용어가 생소하면 글의 말미에 덧붙여 둔 개념정리를 ..

우리 모두 공부합시다!

뜨거운 사랑이 공부입니까? 그렇습니다. 진지한 토론도 공부입니다. 순수한 몰입도 공부입니다. 엉뚱한 도전도 공부입니다. 무한한 시도도 공부입니다. 그러다 실패해도 그것 역시, 공부입니다. 공부만 공부가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다 공부입니다. - 에서 제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 준 것 같아 반가운 글귀였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다 공부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자기를 한껏 발휘하는 것도 모두 공부겠지요. 축구 선수 지망생들은 필드에서 공부하는 것이고, 화가 지망생들은 도화지를 펼쳐 두고 공부하는 것이겠지요. 부모들은 과거의 패러다임에 얽매여 아이를 제한적 의미인 공부에 가두지 말 일이고, 학생들은 자신을 반겨 줄 미래를 가슴에 품고 한바탕 신나게 공부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보는... 음..

일상에서 만난 리영희 선생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잠드시옵소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목이 뻣뻣하여 잠깐 휴식하려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상쾌했다. 테헤란로의 고층 빌딩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예뻤다. 청랭한 바람이 불어와 주어 정신이 맑아졌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어제 새벽에 저 먼 하늘나라로 떠나신 리영희 선생님이 떠올랐다. (잇달아 어머니와 배수경 선생님, 그리고 저 먼 곳에 사는 분들의 소중한 얼굴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나는 지식인 담론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 강준만, 진중권은 늘 내게 감탄을 주던 지성인이었고, 월간지 을 읽는 일은 즐거움이었다. 좌파나 진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는 나의 흥미로운 관심사였다. 그 중 강준만 교수님의 글이 가장 큰 ..

월든의 달

어젯밤부터,『월든』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눈이 편안한 누런 빛깔의 독자카드가 꽂혀 있었다. '우편요금 수취인후납부담'의 엽서다. 우표를 붙이지 않고 우체통에 넣어도 출판사로 날아간다. 독자의 의견이라면 자기들의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도서출판 이레! 생각해 보니, 이레에는 좋은 책들이 많다. 『인생수업』,『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불안』은 언제 어디서도 자신있게 권하는 책들이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은 많지 않다. 책이 훌륭해도 독자와의 적합성을 생각해야 하니까.) 이레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여러 권 출간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어서 그런가? 독자카드에 작은 글씨의 글귀가 인상 깊은 진정성으로 다가 온다. 이레의..

사회의 소수자를 향한 '반짝' 관심

초능력자 ★★★ 영화의 전반부, 아이가 아비를 죽음으로 몰아간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어지는 장면, 어미에게 해코지를 하는 모습도 다소 무서웠다. 속이 메스꺼울 정도였다. 이후엔 다시 그런 장면이 반복되지 않은 것이 내게 숨통을 터 주었다. 영화는 선량한 세 남자, 임규남(고수 분)과 그의 직장 동생들이 등장하면서 밝아진다. 규남은 가진 것 없는 블루컬러 노동자로서 착하고 정의로운 사나이다. 규남을 따르는 두 동생은 외국인 노동자다. 이들 역시 사회의 약자로 지내지만, 선의로 가득한 인물들이다. 별점이 인색한 것은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숨어버린 듯하고, 그래서 결말이 다소 엉성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극장을 나오는 관객들의 반응 중 일부는 엔딩 장면에 대해 "이게 뭐야?"라는 식의 황당함이었다..

고농도 리얼리즘에 감탄한 영화

부당거래 ★★★★☆ 극장을 나오며 든 생각은 인간의 본성을 참 잘 다뤘다는 것이고 집으로 돌아와 한 일은 누가 각본을 썼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각본 박훈정. 각본까지 챙겨 기억하기는 처음이다. 영화가 준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감격적이거나 아름다운 스토리가 아닌 비열한 이야기로 감동을 얻을 수 있음이 놀랍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 준 영화도 감동적이지만, 인간이 얼마나 추할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옮겨 놓은 영화도 감동적일 수 있음을 보았다. 세상의 빛과 그늘을 모두 체험하고 느껴야 균형있는 지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빛과 그늘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항상 반쪽짜리 지혜가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를 통해 얻은 것은 재미와 감동 뿐만이 아니었다. 관람 후..

마음의 여유를 갖는 법

미용실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이번엔 한참만에 왔어요. 미용실 여주인은 싹싹하게 안부를 물었다. 바쁘셨나 봐요? 그렇게 바빴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라고 말하려니 너무 길어서 네, 하고 대답했다. 단골 가게 주인이라고 해도 나는 쉽게 말을 주고 받는 편은 아니다. 4년 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 이발은 대부분 이 가게에서 했지만 말을 주고 받은 건 올해 여름부터였다. 덥수룩했던 머리칼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저도 반곱슬 머리면 좋겠어요. 가위질을 하던 주인은 거울로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을 받았다. 손님 정도가 나아요. 부시시한 곱슬머리가 얼마나 많은데요. 저도 그런 걸요, 라고 되받으면 나를 옹호하기 위해 곱슬머리의 이런 저런 단점을 더 설명하실까 봐 참았다. 곱슬머리로서..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들에게

광열 : 고니야, 너 근데 왜 나랑 같이 다니냐? 고니 : 고향이 남원이라며? 고니 역 : 조승우 고광열 역 : 유해진 아귀에게 손등을 찍힌 고광열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응급실로 들어가기 직전 고니의 손을 잡고 묻는다. 자신에게 끝까지 우정과 의리를 보여 준 고니에게 고마움과 함께 궁금함이 들었나 보다. "고니야, 너 근데 왜 나랑 같이 다녔냐?"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 둘은 함께 다녔다. '같은 고향'이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우정은 어떤 하나의 동질성을 느끼는 것만으로 쌓이는 것은 아니니까. 250만 대구 시민이 모두 나의 친구는 아닌 것처럼. 나는 "무엇이 우정을 만드는가?" 라는 류의 질문에 회의한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께 생각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