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깨끗한 부자가 내 길일까?

친구를 만나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었다.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터라 소화를 도울 겸, 구경도 할 겸 느긋한 걸음이었다. 가로수길엔 예쁜 카페와 매력적인 행인들이 많지만, 왕복 2차선 차로가 있어 조금은 번잡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나는 가로수길과 연결된 이면도로가 더 좋더라. 우린 도산대로 11길을 걷다가 나즈막한 이층의 창가로 들여다보이는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았던 그 창가 자리에 앉았다. 멋진 색감의 가죽 소파는 편안했고, 창밖으로는 상점의 모습과 길을 오가는 행인들이 보였다. 커피와 빵을 주문하고서 우린 약속이나 한듯이 잠시 창밖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의 경제력을 생각했다. 강연보다는 공부에 집중하는 몇년동안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

올해 어버이날은 함께하는 시간으로!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 대구에 다녀왔다. 전야(前夜)를 함께 보내고 어버이날을 아침부터 맞이하기 위해 7일 저녁에 도착했다. 우리 집은 새벽 1~2시에 잠드는 편인데, 이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한다. 매번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 모두가 TV를 시청하며 말없이 보내는 시간도 많다. 허나 이것 역시 우리 식구가 정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내게는 TV 시청 시간이 매우 아깝지만 가족을 향한 애정으로 잘 즐기는 편이다.) 어버이날,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경남 합천의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로 떠났다. 금강산만 식후경이겠나, 가야산도 식후경이다! 해인사 IC로 진출하자마자 보이는 중국집 으로 갔다. 고기와 양파가 들어가지 않은 스님을 위한 자장면을 파는 곳이다. (양파는 왜 안 먹느냐고? 매운 음식..

일상 속에 깃든 행복의 순간들

1. 오전에 교회 후배랑 둘이서 농구를 했다. 그늘로 들어가면 서늘하고 햇볕에 있으면 더워지는 날씨였다. 우린 몸을 풀고 일대일 게임을 했다. 숨이 차 오르고 땀을 흘릴 정도로 뛰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번 즈음은 벗과 함께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것은 곧 여유와 행복을 느끼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매주는 아닐지라도 자주 그리 살아야겠다. 농구를 한 곳은 반포 한강공원이었다. 반포대교 남단 서쪽에 세빛둥둥섬이 있고 근처에 농구장이 있다. 반포지구는 여의도 다음으로 쾌적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한강공원이라 생각했다. 세빛둥둥섬 내의 CNN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반포대교 동쪽(고속터미널 쪽)의 잔디밭에선 시민들이 텐트나 돗자리를 들고 와서 휴일 오후를 즐겼다. 아! ..

나의 초상 (7)

1. 내 책상 바로 뒤에는 책장이 있다. 앉은 자리에서 뒤로 손을 뻗으면 어느 책이나 뽑아들 수 있는 거리다. 나는 방금 고개를 돌려 가까운 곳에 꽂혔던 세 권의 책을 뽑았다. 자꾸 손이 가지만, 와우를 10기까지 하고서, 유니컨들의 독립을 조금이라도 돕고서 읽을 책들이다. (사실, 한 권 반을 읽었다.) 허균의 『한정록』 김원우의 『숨어 사는 즐거움』 이나미 리츠코의 『중국의 은자들』 독서를 훗날로 미루려는 까닭은 아직은 숨어 사는 즐거움보다는 함께 사는 의미와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숨어 사는 즐거움은 태어날 때부터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 기질을 존중하지만, 기질의 약점을 뛰어넘으며 살고 싶다. 2.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이 말만이 진리라고 생각하..

나의 초상 (6)

1. 메일의 내용을 다 쓰고 나면 곤혹스러운 일이 남는다. '어떻게 끝맺어야 하나?' 항상 건강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건강이나 행복을 기원할 때에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더욱 건강하세요, 혹은 자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불교 경전 에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는 말이 나온다.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고 탐욕이 빠지면 도에서 멀어지기 까닭이란다. 내가 인삿말을 신중히 고르는 것은 도에서 멀어질까 두려워서가 아니다. 실제로 인생살이에 병 없이 사는 사람이 없고, 좋은 일만 벌어지는 인생은 없는데, 그걸 뚜렷히 목격하면서도 "좋은 일만 생기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허망하기 때문이다. 2. 나는 언제 책을 읽는가? 잠..

지중해 예찬

1. 호메로스는 지중해를 '와인빛 바다'라고 노래했지만 내가 보았던 지중해는 깨끗하게 푸르른 빛깔이었다. 서울에서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맑게 개인 날의 그 하늘빛이었다. 하지만 지중해는 맛 좋은 와인 만큼이나 찬란한 기쁨을 준다. 나는 지금 그 지중해가 보고 싶다. 배를 타고 가면서 지중해를 내려다보았던 그 날들이 그립다. 미코노스, 산토리니, 크레타 만큼이나 지중해에 다시 가고 싶다. 2. 시인이기 이전에 비평가였던 폴 발레리는 지중해 연안의 세트에서 태어났고 '해변의 묘지'에 잠들었다. 그는 이란 유명한 산문에서 세상에 하나 뿐인 바다를 찬탄했다. "이 바다는 알맞게 좁고 작아 (중략) 서로 다른 많은 민족이 맞닿아 있다. 서로 다른 기질, 다른 감각, 다른 지적 능력의 민족들이. (중략) 그..

17년 동안 이어온 재즈사랑

1. 4박 5일 제주 와우투어의 마지막 밤, 재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즈에 관심을 가진 와우들만 남았던 터라 자연스레 만들어진 시간이었다. 처음엔 재즈사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과 명곡들을 소개하다가 저들이 관심있게 들어, 간략한 재즈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재즈의 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를 휩쓸었던 루이 암스트롱과 30년대부터 활동한 엘라 리츠제럴드, 1940년 비밥의 시대를 열었던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 1950년대 하드 밥 재즈의 명곡들을 소개했다. 하드 밥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 덕분에 설명 후에 바로 곡을 찾아 들었던 게 참 좋았다. 우리는 그 날 여러 명곡들을 하드 밥의 대표 주자들인 아트 블래키(트럼)의 명곡 - 리 모..

이상은, 김광석 그리고 서태지

1. 2009년의 8월과 9월을 유럽에서 보냈다. 54일 동안의 배낭 여행에서 빛나는 자유를 만끽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났고, 머물고 싶은 만큼을 머물렀다. 눈요기를 하느라 마음에 드는 옷을 만나면 유럽 스타일을 꿈꾸며 구매했다. 공부하고 싶은 주제의 자료나 책을 만나면 조금 무리가 되는 비용이라도 지불했다. (공부는 내 삶의 높은 우선순위고, 여행 책을 쓰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했다.) 자유롭고 행복한 여행이 끝까지 이어지는 못했다. 여행이 끝날 무렵, 쾰른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나는 추억과 여행의 자취를 잔뜩 품은 배낭여행을 잃어버렸다. 꼼꼼히 기록했던 여행일지, 녹음기, 여행 기념품을 모두 잃었다. 큰 상실로 마음이 아팠고, 많이 울었다. 파리로 이동하는 열차에서 유레일 패스가 없어 쫓..

2억 6천만원짜리 여행상품을 보며

2억 6천만원짜리 여행상품이라! 그것도 고작 2시간짜리 여행이라는데, 이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사람들이 있을까요? 세상엔 부자들이 많네요. 예약자가 600명이 넘습니다. 인류 최초의 여행 상품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우주 관광선을 타고 대기권 끝까지 날아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며 아름다운 지구를 관람하는 여행이거든요. 올해 8월에 첫 여행을 떠난다는 이 놀라운 비행은 2014년을 우주 여행의 원년으로 만들 역사적인 장면이 되겠지요. 이 상품을 내놓은 회사는 영국의 '버진 갤러틱'입니다. 어떤 회사인지 눈치 채셨나요? 회사의 대표는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말로도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입니다. 그의 우주 관광에 대한 상상이 현실화되는 장면을 목격하면, (아니 뉴스를 통해 접하면), 기..

조르바 & 데미안의 토크콘서트

12월 4일, 가 있었다. 30명 정원을 넘은 인원이 참여했고, 제작자 인디님의 지원으로 풍성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특히 버드와이저를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참가비 1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나? 맥주 만큼이나 (데미안과) 조르바의 말들도 좋아해 주었기를 바랬다. 나를 기억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독서생활에 얼마간의 변화와 성장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일 뿐. '자기계발서, 우리를 돕는가? 기만하는가?'라는 내용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강연 시작 몇 십분 전에 '독서력을 높이는 3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바꾸어 20분짜리 강연을 했다. (강연내용은 www.yesmydream.net/1917 참고)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 데미안의 강연은 진솔했고,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