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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로 자처하려면

정약용은 그를 몹시 존경했다. "문자로 쓰인 모든 학술이, 한번 물으면 모조리 술술 쏟아져 나와 막힘이 없을 뿐 아니라, 각 부분을 전공한 학자처럼 모두 깊이 있게 파악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한 사람이 놀라서 귀신이라도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는 유학 13경 뿐만 아니라 제자백가, 과학기술서, 의학서까지 능통했다. 『고전산문산책』(안대회 저, 휴머니스트)이 소개한 18세기 조선의 지적 거장, 이가환 선생의 얘기다. 조대구란 사람이 아들을 위해 공부방을 마련하고서 이가환에게 공부에 도움 될 글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세상에 독서하는 사람은 있지만 독서하는 장소란 없다. 독서하고자 한다면 쓰러져가는 초가집이나 부뚜막 위, 부서진 의자 위, 망가진 담요 위도 모두 책이 쌓여 있는 도서실이다. 반면에 책을 ..

한 시간, 마음대로 살기

1. 딱 30분만(!)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고서 책상 앞에 앉았다. '블로그 포스팅'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독서'가 뒤를 이었고, '15분 수면'도 끌린다. '아! 30분으론 안 되겠구나...' 나는 큰 마음을 먹고 1시간을 나에게 선사하기로 했다. 갑자기 이마에 땀이 맺혔다. '오전에 할 일이 많은데... 이래도 되나?' 나의 내면에는 삶의 여유를 앗아가는 '의무감'라는 이름의 꼰대가 산다. 귓가의 허공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스 수업 녹음 파일도 보내야 하잖아!' 1시간을 나에게 써도 오늘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녹음파일은 보낼 수 있겠다는 계산을 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 숨을 쉰다. 이 놈의 나쁜 꼰대! 2. 얼른 포스팅을 마무리한 후에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다가 잠시..

지정의는 매혹적인 목표다

많은 독서모임 진행자들이 헛똑똑이들로 고민한다. 헛똑똑이들은 감수성이 빈약하여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혼자 많은 대화를 독차지하거나 갓 책을 읽기 시작한 독서가들의 열의를 꺾고 만다. 똑똑함이 지혜에 이르지 못한 경우다. 지적으로는 탁월하나 사람들을 이해하고 상황을 헤아리는 감수성이 부실한 것이다. 회사에서는 사람들과의 교감에는 뛰어나고 성품은 좋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존재한다. 감성 지능만 높은 경우다. 근성이 결여되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 또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신을 배려하지 못한 것이다. 따뜻함과 삶의 결실은 별개다. 따뜻하지만 지혜롭지 못하다면, 사실과 논리보다는 좋고 싫음으로 시비를 판단하기 때문이리라. 어떤 사람이 책을 출간할까? 목표달성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책을 ..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1.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황문수 역)을 읽었다. 이해하고 해석하는 정도야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얼마간의 감동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높은 가독성은 플라톤 초기 대화편의 공통점이다.) 나는 2년 전 종로의 투썸플레이스에서 이 책을 처음 완독했었다. 두번째 독서를 하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1) 그때의 결심을 아직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구나. 답답한지고! 2) 그때보다 더욱 풍성한 독서의 결실을 맛보고 있구나. 놀라운지고! 읽을 때마다 놀라움(메시지의 풍성함, 해석의 새로움, 영원한 현재성)을 안기는 점이야말로 고전의 특징이겠다. 2. 소크라테스는 대화하고 검토하는 삶을 살았다.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검토(성찰)하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강철웅 역) 우리..

그리움이 짙어지는 날

4월은 그리움이 짙어지는 달이다. 밤에 감상하는 벚꽃은 영락없이 선생님을 떠올리게 한다. 2013년 4월 15일,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밤, 벚꽃나무를 만났다. 봄바람이 불었고 벚꽃잎이 흩날렸다. '언젠가 내 인생의 꽃도 선생님처럼, 저 벚꽃처럼 떨어지는 날이 오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그날 밤의 인상이 선명하다. 1992년 4월, 청명했던 하늘 아래에서 어미를 잃고 울부짖었던 열다섯짜리 중학생의 기억이 희미해진 것과 대조적이다. 4월을 조금은 쓸쓸하게 보내게 된다. 얼마간은 가슴 아리게 보내기도 한다. 어찌할 수 없는 내 인생이다. 두 분과 관계 없는 별개의 작은 슬픔이 선생님이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4월에만 유독 그런 걸까? 모르겠다.) 선생님 사진 폴더를 ..

명랑하게 꿈꾸는 하루살이

1. 인터넷 서점에서 『30년 후가 기대되는 삶』이라는 제목의 책 표지를 보고 든 생각. '그래, 30년 후의 삶이 기대되거나 궁금한 사람들도 있겠구나.'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궁금하지도 않다. 그때 살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 뿐이다. 나의 관심은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이다. 일년의 목표를 세우긴 하나, 원대한 꿈이나 장기계획도 없다. 나에게 미래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응답과 실행의 총합이다. 나는 하루살이처럼 살고 싶다.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매일 밤마다 하루를 갈무리하는 삶! 양극적 사유가 지혜를 낳는다. 하루살이처럼 사는 삶, 다시 말해 내일이 없다는 생각은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장기적 관점이나 사고의 유연함을 앗아간다. 집에서 잠자리에 든다면 실제로 내일을..

오늘을 향유하고 싶다

1. 하루를 잘 살고 싶다. 나의 오랜 소원이다. 어제는 떠나갔고 내일은 모호하다. 오늘만이 눈 앞에서 펄떡인다. 아무도 어제와 내일을 살지는 못한다. 누구나 오늘만을 산다. 인생을 사랑하지는 못해도 하루만큼은 사랑하며 살기! 친구가 떠난 후 최근 2년 동안, 자기경영의 화두가 되었던 생각이다. 인생의 의미는 알지 못해도 날마다 주어지는 선물을 즐기며 향유하고 싶다. (인생을 사랑하지 못하면 하루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또는 인생을 사랑하면 저절로 하루를 사랑하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인생과 하루의 상관관계를 모르겠다. 삶과 하루의 관계가 그리 단순하게 정의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2. 생존에 만족하지 않고 살아있음을 만끽하고 싶다면 바로 지금 움직여야 한다. 꿈..

나의 결정적 문제

나는 내 안의 욕망을 알아차렸다. 끌림도 알고, 방향도 알았다. 내면과 영혼에 연결된 여러 목표를 세웠다. 목표 수립은 훌륭했고 나다웠다. 한 가지를 잘 해냄은 멋진 삶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했다. 욕망의 알아차림과 훌륭한 목표 수립까지가 나의 능력이었다. 그것 너머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실천이 존재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인간 인격의 3요소 지정의 중에서 ‘의지’가 나의 취약점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은 실행력 부재의 인생이었다. 삶의 결실이 빈약했던 결정적 이유였다. 웃음이 넘치는 날들! 배려하고 나누는 순간들! (무엇보다 매월의) 결과 맺는 삶! 구본형 선생님의 영전 앞에서 결심한 바람들이다. 나는 ‘결과 맺는 삶’을 힘써 추구할 것이다.

우선순위를 사는 기쁨

KTX 열차가 마산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4월 1일 금요일 오후 4시 50분, 열차가 멈추고서야 하던 일이 끝났다. 아니,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일을 멈추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잠시 내려놓을 뿐, 일은 끝이 없다. 내가 할 일이 없어 심심했던 때가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있더라도 오래 전의 일이겠다.) 열차를 타고 오는 3시간 동안 하려던 일은 세 가지였다. 그 중 두 가지를 완료했다. 나머지 하나는 7시에 있을 인문학 특강 준비였다. 곧 시작될 강연 준비는 꽤나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일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중요한 약속은 내겐 강연 준비만큼 귀한 일이다. 5분 후, 마산역 앞에서 검은색 소나타에 올라탔다. 와우팀원 분께서 마중 나오셨다. 지난 주..

<연지원에 대하여> 출간기념회

일시 : 2016년 4월 9일 (토) 오후 6시~8시 장소 : 미디어카페 후 Hu: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도보 1분)회비 : 1만원 신청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댓글로 성함과 전화번호로 신청 가능* 책은 인터넷 교보문고(클릭)와 현장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18:00~18:10 오프닝18:10~18:40 저자와의 대화 18:40~19:10 질의/ 응답 19:10~19:30 간식과 담소 & 사인회 19:30~19:50 "나는 이렇게 읽었다" 와우스토리연구소에서 주최하고 누구나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와우리더 연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니 저자와 연지원을 모두 얼마간 알 수 있는 시간입니다. 샌드위치가 제공되며 행사 후에는 뒷풀이 모임이 있습니다. 제 블로그 독자분들께서도 오셔서 축하해 주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