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068

새벽 기차

철컥 철컥 두근 두근 새벽 기차가 달린다 나를 품고 약속 향해 어둠 속을 질주한다 해가 솟아 하늘이 밝았고 빵을 먹으니 정신이 깬다 구름인지 물안개인지 분간 못한 차창 밖 신비로움 끼이 끼익 멈춰선 기차가 숨 고르는 어느 시골역 승객을 기다리다 지체없이 떠난다 기다림과 지체의 다름이여, "우리 기차는 잠시 후 창원역에 도착하겠습니다" 정시에 목적지라니! 방향을 알고 달릴 속도를 알아 그리도 편안히 달렸구나 * 기다림은 때가 오기를 바람이다. 목적과 기대를 품은 충만함이거나 간절함이 기다림이다. 지체는 때를 늦추거나 목적도 없이 용기도 없이 질질 끎이다. 기차는 기다림과 지체의 차이를 안다. 승객을 기다리다 이내 지체 없이 달리는 새벽 기차의 행진을 본다. 기차가 뿜어낸 질주하는 에너지는 기다림과 지체를 ..

독서는 작은 자살이다

1. 12월은 분주해진다. 실제로 연말 모임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이 바빠진다. 묵은 일들을 새해로 넘기고 싶지 않고 약속한 일들을 공언으로 남기고 싶지도 않다.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을까 싶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책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술잔을 비우며 덕담을 주고받는 일이 중요하겠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배터리처럼 사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고독과 충전의 시간, 독서가 필요하다. 방점은 독서가 아닌, '고독과 충전의 시간'이다. 충전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 카프카는 글을 쓰려면 아무리 고독해도 충분치 않다고 했다. 글쟁이가 아니더라도 좋은 삶에는 최소한의 고독이 필요하리라. 2.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을 발표..

나는 왜 창원에 갈까

1. 긴 하루였다. 새벽에 일어나 5시 45분 서울발 마산행 열차를 탔다. 마산에서 맞은 아침 기운이 상쾌했다. 겨울치고는 포근한 날씨였다.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중 나온 차를 타고 9시 25분에 작은 강의실에 도착했다. 푸짐한 간식과 미소가 나를 반겨주었다. 커피향이 그윽했다. 9시 30분부터 시작된 글쓰기(플로라이팅 5기) 수업은 오후 1시 남짓한 시각에 끝났다. 우리는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5시까지 대화를 나눴다. 어둑해질 무렵, 수강생 중 한 분의 배우자가 오셨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또 다른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저녁 7시 30분, 마산역 앞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그 분들은 집으로 가셨고, 나는 역사로 들어섰다. 11시간 만에 도착한 마산역에서 만난 5분의 여유시간..

카테고리 없음 2015.12.05

정말로 거저먹기의 글쓰기

1. 소설과 에세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학의 두 양식.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과 에세이를 모두 잘 쓴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아니, 아주 가끔 읽는다(는 표현이 맞겠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앉아 책장에 꽂힌 하루키의 에세이집 『더 스크랩』을 꺼내 들었다. 하루키의 에세이, 2년 만이다. 『더 스크랩』은 제목 그대로의 책이다. 하루키가 1980년대에 , 일요판 등을 ‘스크랩’하여 일본 잡지 에 연재했던 글을 엮었다. 하루키는 책을 여는 글에서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은 내가 스크랩한 글은 대부분이 아무 상관없는 사소한 화제뿐이다. 다 읽고 나면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인간성이 좋아진다거나 그런 유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삿짐을 싸다 벽장에서 나온 오래된..

겨울을 맞는 일상들

1. 겨울이 성큼 다가섰다. 나는 두터운 머플러를 꺼내어 목에 둘렀고, 올 겨울 들어 첫 난방을 가동했다. 기온은 영하로까지 떨어졌다. 이번 주부터는 캐롤을 듣고 있다. 어제가 크리스마스 한 달 전이었고, 매년 이맘 때 즈음이면 캐롤과 연말이 다가온다는 설렘이 찾아든다. 한 해를 살면서 개인의 에너지도 부침을 거듭할 텐데, 나는 12월에 기운이 솟는다. 얼마간의 긴장 덕분인 것 같다. 한 해를 잘 갈무리하고 싶다는 건설적인 의지 말이다. 오늘 친구가 나를 보더니 묻는다. "좋은 일 있어?" 별일이 없었다. 그래서 대답도 "아니"였다. 녀석의 화답, "뭔가 밝아 보이는데..." 그런가 보다. 뭔가 생기가 도나 보다. 2. 겨울의 스타벅스는 특별하다. 여느 때도 좋지만, 스타벅스가 들려주는 겨울 음악은 더욱..

첫 눈 내린 날

첫눈 오늘 첫눈이 왔다 아주, 희미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쉽게도, 금새 그래도 눈이었다 분명, 눈이었다 흔적도 없이, 이건 틀린 말이었다 내 마음에 실눈이 소복이 쌓였으니 첫눈은 하나의 실체였고 존재였다 존재는 형체가 사라져도 흔적을 남긴다 그대여, 첫눈처럼 자리를 떠날 때마다 누군가의 마음에 흔적을! * 첫 눈이 오면 꼭 만나고 싶은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에 첫눈에 관한 속설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첫 눈 오는 날의 만남을 핑계로 어떻게든 엮어보고 싶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첫 눈을 맞지 못했다. 기억이 맞다면, 그 날 나는 홀로 눈 오는 밤거리를 달렸고 집으로 돌아와 시를 썼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흘렀다.나는 시를 잊었고, 그녀는 결혼하여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오늘..

렉티오리딩 참가자 분들께

강연에서 만난 분들에게 소식 전합니다. 밤 늦은 시간까지 열정적으로 들어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저도 신나게 강연했습니다. 아래 F-up 자료들을 읽으시며 계속 공부해 가시면 좋겠습니다. 1. www.yesmydream.net/1555 강연 F-up 자료로 가장 먼저 읽으시기를 권하는 내용은 '위켄드 독서법'입니다. 한 권의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지 않아도 되는 이유와 그 실천지침으로 위켄드 독서법을 제안하는 글입니다. 일주일에 한권씩 책을 읽는 연습을 하며 과정지향적 독서로 전환하시기 바랍니다. 2. www.yesmydream.net/1654 이 글은 실천적 독서의 사례로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묻고 실험하며 때로는 실패도 마다하지 않은" 실험정신으로 이란 책을 99일 동안 실천하고서 느낀 점들을 기록한..

책의 선택에 관하여

책의 선택에 관하여 요즘의 독서생활 단상 (4) 1. 올해 들어서부터 부쩍, 중요한 책들만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매주 신간이 쏟아지고, 언론은 새로운 책과 엄청난 책들로 나를 유혹한다. 지적 욕망이 열렬한 독서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금세 산만한 독서 행위를 하거나 피상적인 책을 손에 들고 만다. 한방향 정렬이 되지 못한 책 읽기, 어느 하나도 전문성에 이르지 못한 잡다한 지식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이런 독서가라면, '집중력'이라는 화두에 집중해야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책읽기의 방향을 확인하고, 자주 나를 단속해야 했다. 전문성을 갖고 분야(주제)는 무엇인가, 읽어야 할 필수도서는 무엇인가, 왜 그 책을 읽는가, 방..

독서 후 활동에 대하여

독서 후 활동에 대하여 - 요즘의 독서생활 단상 (3) 1. 한 권의 책을 완독하고 나니, 얼른 다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솟아났다. 나는 욕망을 잠시 눌러두었다. '떠오르는 대로' 읽은 소감을 정리해 두기 위해서다. 책을 읽은 후에 이어지는 활동이 중요하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독서 후 활동의 중요성!) 두 가지가 독서 후 활동의 키워드다. 실천 그리고 사유! 나는 한 구절이라도 책의 내용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거나 한 대목이라도 붙잡아 자기 머리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본인이 꽃피우는 독서의 결실도 두 가지다. 실천하여 삶을 바꾸거나 생각하여 깊어지거나. 2. 나는 독서 후 무언가를 끼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용이 무엇이든 좋다. 소감, 단상, 감정 등을 적어도 좋고, 책의 구절을 ..

수행과 지성을 위한 독서

수행과 지성을 위한 독서 - 요즘의 독서생활 단상 (2) 1. 아침에는 자기경영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는다. 하루를 살아갈 영혼의 힘을 얻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한 독서다. 수행으로서의 독서는 짧게 끝난다. 좋은 책을 손에 잡았다면, 10~15분만으로도 하루치 실천할 영감과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힘을 얻었으면 책을 덮는다. 목표는 일상을 잘 사는 것이고 독서는 수단이다. 비독서의 순간을 위해 독서하라! 이것이 삶을 위한 책읽기의 절대 원칙이다. 수행을 위한 독서로는 명상서적(오쇼나 디펙 초프라), 자기경영의 명저들(스티븐 코비와 같은 훌륭한 저자나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실용서들), 리더십 등의 책이 포함된다. 스캇 펙이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또는 파커 파머와 같은 인생 지혜를 담은 책들도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