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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인생을 만드는 단어

1. 이해(理解)는 중요한 단어다. 이보다 중요한 단어가 있을까 하는 생각될 정도다.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하는 것, 깨달아 알아서 받아들이는 것! 이해의 사전적 정의다. 앎과 이해는 다르다. 그저 '아는 일'이 앎이라면, 이해는 시간 또는 경험과 함께 온다. 다시 말해, 이해는 실천적 앎, 세월을 켜켜이 축적한 앎이다. 이해야말로 지혜롭고 그윽한 인생의 핵심 키워드다. 2. 이해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누군가를 미워할 때 느끼는 괴로움을 완화시켜 준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멸한다. 괴테의 말이다. 말을 뒤집어도 멋진 교훈이 된다. 이해하면 경멸하기 힘들어진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고상하지만 쉬이 실현하기 힘든 이상적인 조언이다. 인격적 성숙이 요구되는 말처럼 들리기도 ..

양평 아카이브에 대하여

스무살이 되면서부터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주 책을 읽었고, 돈이 생길 때마다 책을 샀다. 때때로 책 구입비가 버는 돈을 초과하기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3~4천 권의 책을 소장하게 되었고, 취업하고 수입이 늘면서 책 구입에 들어가는 돈도 규모가 커졌다. 장서가 1만 권에 이르고부터는 책 구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20일이 지나고 있는 이번 달에도 구입한 책은 딱 두 권이다. (한병철『에로스의 종말』, 아도르노 『계몽의 변증법』) 적지 않은 장서는 골치 아픈 문제를 동반한다. 장서의 보관 말이다. 장서는 자신이 머물 공간을 요구한다. 습기가 많으면 안 되고, 바닥이 튼튼한 공간이어야 한다. 장서의 공간은 곧 비용이다. 열렬한 독서가로 산다는 것은 결국 얼마간의 비용을 지불..

나이는 마음을 앞서간다

월요일 오전, 카페로 일하러 가는 길이었다. 한 여인이 바쁜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막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와 출구를 나선 참이었고, 여인은 내 곁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찰나의 스침에도 그녀의 출렁이는 배가 눈에 띄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그 여인은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Inspection 모임이라 부르는 친구들과 주말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둘째 날 아침, 하루 늦게 합류하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패스트푸드점 에 잠시 들렀던 때였다. 건강에 관해 잠시 말을 주고받았는데, 요지는 명료했다. “우리도 이제 진짜 건강에 신경 쓸 나이다.” ‘진짜’라는 말이 강한 억양으로 강조되었는데, 지난 번에도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거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왔음을 말하는 와중에 ..

오늘 밤은 헤세가 친구다

1. 헤세의 시 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그토록 사랑스럽던 화려한 세계가 이별을 고한다. 내 설혹 목표를 놓쳤어도 나의 여행은 대담했나니." 2. 20대, 나는 스스로를 '행복유통업자'라 정의했다. 행복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의 곁에 있고, 그의 곁에 있고, 당신의 바로 곁에도 있다. 누구나 눈이 밝아지면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리 믿었다. 행복유통업자로서 나는 행복을 제조하거나 창조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개안(開眼)을 위한 지혜를 나누면 되었다. 한동안 나는 행복의 향유와 공유를 위해 살려고 노력했다. 30대 후반이 되면서 나의 일을 행복유통업이라 부르기가 힘들어졌다. 이제는 '불행예방업자'가 된 것 같다. 긍정성을 걷어찬 것은 아니었다. 행복유통업자로 지낼 때에도 밝음은 어두움을 이면으..

독서강연 <렉티오 리딩> 안내

독서법 강의 30기 참가 안내 강의일자 : 2015.11.25 (수요일) 강의시간 : pm 7:30~10:00 강의장소 : 마이크임팩트 스퀘어 수강료 : 30,000원 “독서는 삶의 성장과 도약을 돕는 강력한 수단이다” 자기 삶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긴다면 누구나 더 나은 자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렉티오(Lectio)는 라틴어로 ‘독서’라는 뜻입니다. 중세 유럽의 수사들에게 렉티오(독서)는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내면세계로 들어가 신의 진리를 깨닫는 수련 과정이었습니다.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 저자 이희석의 ‘렉티오 리딩’ 강연은 책 속의 지식을 활용하는 법과 책읽기로 자기를 경영하는 노하우를 전합니다. 독서는 강력한 변화와 도약의 수단입니다. 독서의 힘을 체험할 수 있는 렉티오 리딩 강의를 통해 2..

커피, 독서 & 브래드랩

1. 적당한 포만감으로 마시는 진한 커피는 내가 즐기는 아침 일상이다. 지금 나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읽는다. 머그잔을 기울일 때마다 크레마 아래로 기어나오는 까만 속살을 보며 미소 짓는다. 후 불며 커피를 홀짝인다. 키스라도 하듯이 커피가 입 안으로 들어온다. 짧은 키스의 반복이 이어진다. 커피 맛은 어쩌면 사랑 같다. 진할수록 향기롭다. 씁쓸함 속 그윽함이 있다. 커피 맛을 모르면 씁쓸하나, 맛에 눈 뜨면 달콤해진다. 사랑의 실체가 아무려면 어떤가. 어차피 인생처럼 희로애락이 있을 테고, 회사 일처럼 의무가 있으니 가끔씩은 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뻔하지 않은가. 사랑 따위 다 안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랑에 빠지면, 흑백 세상이 컬러로 바뀌고 시들해던 삶 곳곳에 생기가 돈..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최고의 책읽기 방법은 슬로리딩이다. 천천히 읽을수록 독서의 효과가 향상된다. 많은 현대인들이 냉면을 들이키듯 후루룩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조사하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조차 그냥 건너 뛴다. 조사하거나 사전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2. 진중하게 시간을 내어놓은 이들이 학습에 성공한다. 벼락치기에 성공한 이들은 손에 쥔 단기기억에 잠시 만족하지만, 감(感)하고 동(動)하지 못한 지식은 모래알처럼 움켜쥔 손을 빠져나간다. 현대는 속도전을 벌이는 시대다. 소중한 이에게 느긋하게 편지를 쓰는 기쁨,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 행복을 앗아간 시대다. 최고의 독서를 하려면 분주한 마음부터 컨트롤해야 한다. 고대든, 중세든, 현대든 시계의 속도는 똑같다. 다른 것은 우리 마..

두 가지 흥미로운 푯대

1. 모순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상사 곳곳에, 인간 존재 깊숙이 모순이 박혀 있다. "모든 사실 관계는 모순 관계를 포함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명제 없이도, 사유하는 사람들은 모순의 존재를 어디에서나 발견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모순을 배제하고서 이해하려고 한다. 세상사 이해가 일면적인 수준에 머물게 되는 이유다. 모순은 내 안에도 가득하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혼자 있기를 갈망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다보면 함께함을 그리워한다. (직업적으로는 수업이 있는 날엔 놀고 싶고, 놀다가 보면 수업을 하고 싶어지는 모습이 된다.) 시간 활용에서 쉬이 발견되는 이 모순은 그나마 간단한 모순이다. 해법도 비교적 용이하다. 혼자 있을 때에는 모든 접속을 끊고 스스로에게 침잠하여, 자신의 주체성을 발현하는 것이다. 함..

부부는 부창부수하며 산다

주말에 또 싸웠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상스러운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언성을 높여갔다. 급기야 남편이 물건을 집어 던졌다. 아내는 앙칼지게 달려들었다. 옆집 얘기다. 이번에는 조용한 축에 속하는 싸움이었지만 훨씬 소란스럽게 싸우는 일도 잦다. 아내가 걱정도 되고 밤잠을 설치기도 해서 경비실이나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관둔 적이 여러 차례였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남편이 먼저 노래를 부르면 아내가 이에 화답한다는 말이다. (물론 아내가 선창하고 남편이 따를 수도 있겠다.) 나란히 길을 걷던 부부가 있었다. 남편이 노래를 흥얼거리자 곧이어 아내가 따라 불렀다. 며칠 전 내가 목격한 장면이다. 곁에 있던 나까지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흥겨웠다. 서로 아는 같은 취향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는 쉽..

내가 만난 최고의 스승

1. 2005년도 연말의 추억이다. 나는 한국리더십센터 연말 행사를 준비하는 TFT팀의 일원으로 강사 섭외를 담당했다. 내게 주어진 예산은 2회 강연에 100만원이었다. TFT 회의에서는 김재동, 한비야 같은 유명 인사도 거론됐다. 젊음의 패기 덕분인지,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김재동 매니저(?)에게 연락했다. 30분에 900만원이란다. 그 말에 기겁을 했는지, 협상을 시도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혀를 내두렀다는 사실만 기억난다. 다음 후보 분에게 연락을 했다. 유명한 작가였다. 그 분도 두 번의 강연에 '100만원'이라는 금액에 난색을 표하셨다. 나는 몇 차례 정성스러운 메일도 보내고, 행사의 취지도 말씀드렸다. 그 분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대의 열정에 손을 듭니다. 그렇게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