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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따라 사람도 변한다

1. 오랜만에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1박 2일 취업캠프 중 제가 첫 번째 시간을 맡았네요. 담당자가 무슨 기준으로 순서를 정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주제의 흐름을 고려했지 싶습니다. 제 강연 주제는 '인문학'인데, 이를 제외하면 모두 취업을 위한 스킬 교육이더라고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렇잖아도 생뚱 맞은 주제인데, 캠프 끄트머리에 위치했더라면 무슨 부록이나 별첨 또는 깍뚜기 같잖아요. 설사 그랬더라도 저는 또 몇몇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기를 희망하며 열심히 인문학의 힘에 대하여 역설했을 테고요. 인문학 강연을 할 때마다 저는 인문학의 비실용성을 고백함으로 시작합니다. "인문학은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일부 인문학 입문서라 자칭하는 책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면 리더가 되고 천재가 된다고 하지만 실상..

기만

[짧은 소설] 목요일 밤, 시민대학에서는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강연자인 김 교수는 섬세하고 유능했다. 청중의 반응을 포착할 줄도 알고, 포착한 반응에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도 체험으로 터득한 베테랑 교육자였다. 연구에도 성실하여 모두가 강연 내용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했다. 12명의 청중들은 하나같이 열렬히 경청했다. 은영은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강연의 흐름에 동참한 청중이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교수는 흥을 얻었다. 청중의 적극적 참여가 선생의 열정을 이끌어냈다. 김 교수는 기분 좋게 흥분했다. 은영을 위시한 청중들이 열렬히 배우려는 이들이라 판단했다. 평소에는 청중의 수용력이 어떠한지를 가늠하는 센서를 켜 두고 강연했지만 이 날은 센서마저 필요 없었다. 편안하게 열강을 토해냈다. 막..

평범한 휴일 오전의 일상

1. 난 이런 게 참 신기합니다. 삼일 연속으로 정확하게 7시 30분에 일어났거든요. 규칙적 습관을 가졌거나(요즘 잠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죠) 알람을 맞춰 둔 것도 아니고, 우연이라 하기엔 신기함이 앞섭니다.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취침 시간을 계산합니다. 제 오랜 습관입니다. 5시간 40분. '아! 15분만 더 잤으면 좋을 텐데..' 램수면을 염두에 둔 바람이지만, 알람이나 햇살의 재촉 없이 자연스레 깼으니 거의 램수면 주기에 맞춰 일어났다는 생각도 듭니다. (램수면 주기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90분 단위의 취침이 좋다는군요. 6시간, 7시간 30분...) 2. 사과원액으로 만든 주스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마음이 느긋해지는 날이고 이불 빨래와 화장실 청소가 떠오릅..

새로운 문이 열릴 거예요

20대의 열정을 추억하며 새로운 연재를 하나 시작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형식 메일링입니다. 연재의 주제는 '명랑한 하루경영' 정도가 될 것 같고요, 발송일, 소재, 형식은 들쭉날쭉 할 겁니다. 부정기적인 서간이고 이곳에 포스팅도 할 테지만 신청하실 분들은 댓글에 주소를 남겨 주세요. 종종 메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아래가 첫 메일인데, 최근(이번 달)에 만난 두 분께 보냈네요. ^^ 생각난 분들이 많았지만, 스팸메일이 워낙 많고 멋적기도 하여, 소박하고 편안하게 시작했습니다.

10개의 순간을 기록하다

1. 오늘 13시에 꽤나 흥미로운 미팅이 있는데, 그래서 무언가 사전 준비를 좀 하려고 했지만, 결국 조금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보다 앞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와우팀 8월 수업에 대해 생각했고(10기들에게 간단한 소식 하나를 전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려를 해야 했다), 메일 회신을 하는 일에도 얼마간의 시간을 썼다. 이런 활동들은 분명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면서 즐겁거나 교감하는 '기쁨'이기도 하다. 이 말을 합치면 '일하는 기쁨'이 되는 건가. 2. '오늘은 바쁜데, 집안 일을 하루 건너 뛸까?' 아침에 하루 일과를 체크하며 든 생각이었다. 아내나 가정부가 있지 않은 이상, 집안 일은 매일 쏟아진다. 이 놈들은 어김이 없다. 먼지는 날마다 성실하게 쌓이고, 빨랫감도 꾸준히 자신의 ..

GLA 한국현대사 수업 안내

9월에 Great Legacy Academy 한국현대사 강좌가 시작됩니다. 일정 : 9월 03일, 10일, 17일, 24일 (목요일) 19:30~22:00 장소 : 토즈 홍대점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도보 1분) 신청 : 입금 후 댓글로 성함/ 이메일/ 전화번호 기재 (기신청자는 성함만) 수업료 : 12만원 (신한 801-04-851616) 개강하기 수일 전에 한국현대사 카톡방에 초대하겠습니다. 슬슬 분위기를 달굴 만한 자료를 공유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한 달 안에 한국현대사를 얼마나 깊이 개괄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겸손함과 '한 달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본기를 탄탄히 쌓자'는 포부를 조화롭게 버무려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가 보죠. ^^ 수업내용 Great Legacy Academy..

합작품

[짧은 소설] K는 두 권의 좋은 책을 쓴 전문가다. 전문가들의 호평한 책인데도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종종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K에게 연락했다. 자문을 구할 때도 있었고, 책이나 토론 프로그램 출연을 부탁할 때도 있었다. K는 거절했다. 도움 될 말을 할 자신이 없었고, 그런 발언을 할 만큼 세상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도 않아서였다. 방송작가는 K 다음으로 중요한 전문가를 찾았지만 비슷한 이유로 거절당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지성보다는 센스 있게 말을 잘하는 인사가 방송에 더 적합하지만, 작가와 PD는 자기 프로그램만큼은 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높은 지성을 소유한 이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그들의 의도는 실현하지 못했다. 결국 대중서로 이름을 알린 저자 J를 초대했다.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탈고를 앞둔 막바지 고민

최근 인문학 책을 한 권 썼습니다. 출간 되기 전이니 '원고'라고 해야겠군요. 집필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글을 쓰면서 짜릿했고, 감격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날들입니다. 보름 후면 탈고를 마치고 출판사로 보낼 것 같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말이죠. 예정을 방해할 요소는 많습니다.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고, 제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죠. 개연성이 낮은 일들이니 헛소리라 치부될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의 인생사는 개연성이 아닌 필연성으로 벌어집니다. 우리의 생로병사는 그 필연성 중에서도 확연한 사실입니다. 그렇더라도 높은 개연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합리적 인생살이라는 점에서, 출간의 실제적인 장애물을 따져보자면, 아무래도 저의 완벽주의입니다. 이번 원고는 꽤 흡족합니다. '내가 다시 ..

잠 못 드는 밤 친구 생각에

1. 매일 저녁 7시나 8시가 되면,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뭐하냐? 오늘 저녁에 볼 거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내 기분 안 내키면 전화 안 하고, 기분이 좋으면 한다. 너는 그냥 내 기분에 따라 나오거나 안 나오면 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있어라." 녀석 특유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나는 미친듯이 마구 웃는다. 정말 웃겨 죽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저리 말해놓고서는 만나면 내가 좋아 죽겠는지 하루 번 돈을 털어서 맛난 것을 사 주곤 한다. 어제는 조개구이를 사 주더구만. 하하하. 오늘도 전화올까? ^^ 괜히 기다려지네. 2005년 6월 17일에 올린 싸이월드 미니홈피 글이다. 저런 명령조로 말했던 것은 허물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사이였기 때문. 친구의 연인이 남긴 댓글도 보였고, 그에..

글 쓰고 책 읽고 배고프고

1.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도서관 에 왔다. 주차를 하고서 핸드폰 알람을 “21:00” 분으로 맞추고서 눈을 붙였다. 점심 식사 후의 단잠은 오후 일과를 활기차게 보내도록 돕는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지켜가고 있는 습관이다. 내게는 15분~20분 정도가 적당한데 15분 동안 자고 싶으면 16분을, 20분 동안 자고 싶으면 21분을 맞춘다. 그렇다고 해서 정확하게 15분을 자는 것은 아니니, 일종의 비합리적인 모습인 셈이다. 누구에게나 비합리성은 발견될 테고. 단잠 덕분에 상쾌해진 기분으로 도서관에 와서 글을 썼다. 요즘 집필에 열심을 내는 중이다. 올해 안에 반드시 출간한다는 목표로 날마다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출판사에 보낼 만한 원고가 작년부터 노트북에 잠들어 있던 터였는데, 원고가 다듬어질 때마다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