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068

나를 회복하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는데, 몸이 무거웠다. 당연한 일이다. 새벽 1시 50분 경에서야 잠들었으니까. 24시 취침은 나의 하루경영 원칙 중 하나다. 원칙은 일관되게 지켜야 제 맛일 테지만 나는 너무 자주 변칙적으로 산다. 어젯밤의 변명은 이렇다. '오늘은 낮잠을 2시간 잤으니 2시간 늦게 자는 게 맞지. 지금 잠도 오지 않고 말야.' 퐁당퐁당 연휴 내내 싸돌아다녀 피곤한 탓인지, 어젠 낮에 꽤 피곤했다. 맘 먹고 낮잠을 잤고, 그렇게 2시간을 잠에 투자했다. 그럴듯 하더라도 변명은 변명이다. 변칙적 삶으로 원칙을 운운할 순 없다. 새롭게 결심했다. 변명부터 사로잡았다. 낮에 잤으니 저녁에 좀 늦게 잔다는 말은 결국 이튿날 아침의 늦은 기상을 예비하는 꼴이다. 숙면에 관한 조언들 중 빠지지 않는 항목은 규칙적인 일..

내가 사랑하는 재즈곡들

행복이다! 새로 구입한 PC 스피커가 내게 감동을 준다. 듀크 엘링턴과 콜맨 호킨스가 연주한 와 존 콜트레인의 을 연달아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곡의 재즈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두 곡이 나를 서로 다른 세계로 실어다 주었다. 나는 경쾌하게 뉴욕 거리를 거닐다가 몽펠리에의 어느 바에서 와인을 즐겼다. 는 언제 들어도 스무살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예전 스피커에 문제가 생긴지는 꽤 되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구입을 미루었다. 예산을 20만원 정도까지 책정했다가 결국 3만원 짜리로 결정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데도 아직은 막귀인가 보다. 어쩌면 100만 불짜리 감수성을 지녔는지도 모르겠다. 은 밤에 더욱 어울리는 곡이다. 오늘 밤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또 들어야겠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두 곡을..

첫 출근길

첫 출근길 네가 살아 있구나 지금 떨고 있으니 너는 존재하는구나 오감이 만개했으니 새로우니까 두렵고 처음이니까 설렌다 잘 해낼까 걱정되고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고 옳은 선택일 텐데도 이처럼 떨리는 건 처음이니까 새로운 시작이니까 "사람 있는 곳이라면 배려와 성실만 갖추어도 눈 밖에 나진 않을 게다." 어머니 말씀 붙잡고 "우리는 정확히 목적지를 향할 때에도 방황하면서 걸어간다." 지혜를 푯대 삼아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힘차게 살아 보시게 파김치가 된 퇴근길 미소를 깃들이기 위해! * 오늘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는 와우들이 있습니다. 어젯밤, 그들을 생각하며 메일 하나 써야지 했는데... 미루다가 아침이 밝았네요. '출근 전날에 보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위 시를 실어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

선물

[짧은 소설] 엄마는 아이에게 책을 선물했다. 아이에게 맞춤한 선물이었다. 책은 새로운 인식을 선사했고, 아이는 인식이 확장될 때마다 경탄했다. "놀라워요, 엄마!" 엄마는 아이의 감탄을 기뻐했고,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했다. 아이의 미소 띤 경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쁘다가도 우울했고, 울적하다가도 신이 났다. 아이는 자의식이 강한 축에 속했고, 아쉬움도 큰 편이었다. '나는 왜 지금까지 이것도 모르고 살았을까?'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에 놀라워하다가도 좀 더 일찍 건너오지 못한 지난 날들을 아쉬워했다. 주변 어른들이 자신을 식견 좁은 아이로만 보아왔을 거라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다. 아이의 생각과는 달리, 대다수 어른들은 자기 자녀가 아닌 아이들은 인식하지 못하며 산다. 아이는 잠시 두렵기도 했다. '앞..

3분 36초의 시간 있으세요

여유, 향유, 자유, 공유!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어제는 한 곡의 팝송을 통해 네 가지 단어들을 모두 누렸다. 카카오톡 단체창에서 조지 이즈라(George Ezra)의 가 링크되었다. 음악 감상은 3분 36초가 요구되는 일이었다. '들어볼까? 하던 일이나 할까?' 여유가 없으면 후자로 귀결된다. 휴식이나 예술을 향유하려면 잠깐의 여유가 필요하다. 시간적 여유만이 아니다. 때때로 마음의 여유가 더욱 중요하다. 하루 중 3분 36초를 내지 못할 만큼 바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그리 믿는다. 3~4분은 엉뚱한 활동으로 쉽사리 소비되는 짧은 시간이다. 시시콜콜한 카톡으로, 전화 통화로, 인터넷 서핑으로, 물건을 찾는 일로, 딴 생각이나 멍 때림으로 수십 분을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5분을 내지 못하는 여..

부러움을 안긴 사람들

최근 들어 '아! 부럽고만' 하고 느낀 이들이 있다. 작가 장정일! 『장정일의 악서총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쁜 책들에 관한 총람이라니! 내용만 실하다면 매우 재밌겠는 걸. 제목 멋지네.' 책 표지에 병기된 한자어를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나의 오해다. '악서총람'은 나쁜 책(惡書)들을 다룬 책이 아니라 음악을 이야기하는 '악서樂書'에 관한 단상과 리뷰를 담은 책이다. 출판사는 책을 이리 소개했다. "장정일이 오로지 ‘음악’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독서일기 『장정일의 악서총람』으로 돌아왔다. 책은 음악·음악가를 다루거나 직간접적으로 음악을 이야기하는 ‘악서樂書’ 174권에 대한 리뷰 11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정한 형식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책과 음악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자유롭..

관리

[짧은 소설] 남자는 여자를 떠나려 했다. 여자는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놀랐지만, 인생사는 갑자기 일어나는 법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달랬다. 아버지는 예정된 날이 아닌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회사에서는 한 마디의 언질도 없이 갑자기 그녀를 해고했다. '갑자기'는 인생사의 본질이었다. 이번이 두번째 통보였다. 일년 전에도 남자는 이별을 고했었다. 그때는 붙잡았지만 이번에는 안 되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여자는 부탁했다. "내게 조금만 시간을 줘. 마음 정리할 시간을."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그의 눈빛에서 사랑이 아닌 동정을 본 것 같아 슬퍼졌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10시 20분에 여자는 카카오톡을 보냈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11시 3분이 되어..

나도 한때 농구를 좀 했다

나도 한때 농구를 좀 했다 - 무엇이 실력을 만드는가 농구는 90년대 중고등 학생들에게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체육 시간, 축구공을 차는 학생보다 농구공을 던지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배리 본즈나 마크 맥과이어보다 마이클 조단, 허재, 이상민, 전희철이 학생들의 영웅이었다. 길거리 농구대회도 자주 개최되었다. 스물 세살 장동건이 주연한 16부작 미니시리즈 (1994)는 당시의 농구 인기를 실감케 했다. (동민(손지창)의 180도 터닝슛은 어설펐지만, 다슬이(심은하)는 남심을 저격했다.) 90년 초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나도 농구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매일같이 즐겼던 축구는 중학생이 되면서 농구로 바뀌었다. 나는 농구를 곧잘 했다. 친구들과 점심 시간, 체육 시간마다 농구를 했다. 오후 수업 시작을 알..

올해를 잘 살고 싶은 이유

나는 향유하는 독서가다 - 올해를 잘 살고 싶은 이유 나는 언제나 머무는 여행자였다. "거기 다녀왔다"는 결말보다는 "거기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 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곳에서의 경험을 통한 변화와 성장을 추구했다.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 내 영혼을 붙잡는 도시에서는 예정보다 많은 날들을 보냈다.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독일 바이마르에서 7일씩 머물렀던 까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괴테 하우스에서는 여섯 시간을 머물렀다. 3층 괴테의 방에서 네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동안, 방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괴테와의 대화』를 읽었고, 가구들을 살폈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관광객이 아무도 없을 때에는 나무 의자에 슬쩍 앉아 쉬기도 했다. 괴테가 공부하는 장면을 그려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