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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핑은 시간도둑이다

당신의 인터넷 서핑, 이대로 괜찮으세요? 시간활용 차원이나 유용한 정보의 습득 면에서 효과적인지, 낭비적 요소는 없는지 묻는 겁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마저 대한민국으로 전달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뉴욕 지하철에서 일어난 이색 뉴스가 인터넷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저는 수년 전, 뉴욕의 노 팬츠의 날(No Pants Subway Ride, 노 팬티의 날이 아님)에 관한 기사를 클릭한 적이 있습니다. 무료한 일상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바지를 벗고 지하철에 탑승하는 날입니다. 여섯 명에서 시작된 이색 이벤트가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전해졌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지성이나 의미를 채워주는 정보는 아닙니다. 이런 기사를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을 주고받은 만남

* 주말이다. (주중에 못 다한 일들이 침범한 주말!) 명절이 있던 주간임을 감안해도 이번 주말은 할 일이 많고, 여유는 없다. 원인은 간단하다. 토요일 점심에는 개인 면담과 와우들 저녁식사 모임이, 일요일에는 강연회 하나, 독서토론 미팅 하나, 그리고 식사 약속이 있다. 이만하면 올해 들어 제일 바쁜 주말이겠다. (이제 고작 2월 중순이긴 하지만.) * 이쯤되면 일정을 하나 정도는 취소하고 싶어진다. 다수의 약속 중에는 상대적으로 변경하기 쉬운 약속이 하나쯤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토요일 점심 약속이 1순위다. 개인 면담을 요청한 20대 청년과의 만남인데, 꼭 해야 하는 의무도 하고 싶은 소원도 아닌, 편안한 약속이다. 강렬한 유혹일지라도, 유혹은 유혹일 때 아름답다. 이런 이유로 약속을 취소하거나 변경..

수업공지 <황금빛 아테네>

그리스는 매혹적인 이름입니다. 여행객들은 산토리니, 크레타섬 등 매혹적인 관광지로서 현대의 그리스를 동경하고, 지성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정신과 지적 유산을 예찬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유산은 교양교육과 인문학 공부에서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화이트헤드는 “플라톤 이후의 모든 철학은 그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지성인 매튜 아놀드는 “세계의 문화는 헬레니즘과 히브리즘, 두 축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리스 정신과 기독교 정신의 두축이 세계 문화를 이끌었다는 겁니다. 영국의 고전학자 키토의 말도 인용해 보죠. “소설을 제외한 모든 학문 형식은 그리스인에 의해 창조되고 완성되었다.” 소설은 르네상스 이후에 등장했지만, 서사시, 서정시, 비극과 희극 등의 모든 문..

우선적으로 읽을 교양 고전들

시카고대학교 총장이었던 로버트 허친스와 같은 학교의 교수였던 모티머 애들러는 각각 편집장과 부편집장을 맡아 많은 학자들과 8년간 협업하여 54권의 『서양의 위대한 책들 Great books of the western world』(1952년, 이하『Great books』)을 출간했습니다. 호메로스부터 프로이트까지 2,800년을 가로지르는 저자 74명의 443 편의 저작 목록입니다. 20세기 후반에는 6권이 늘어나 60권이 되었으니 수록된 저작 목록은 좀 더 많아졌습니다. 1권과 2권은 60권의 주요 개념을 소개하는 색인(신토피콘)이고 3권부터 서양의 고전이 실렸습니다. 3권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3권에는 아이스퀼로스와 소포클레스의 비극 전편(각 7편)이 수록되었으니 각 권마다 분량이..

세 권의 교양과학 도서

1.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교수가 쓴『세상 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2015)을 읽는 중입니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은 세 가지입니다. 1)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저술 분야 수상작이라는 점과 2) 물리학을 교양 수준으로나마 알고 싶은 지적인 열망 때문입니다. 3) 좀 엉뚱한 이유인데,『세상 물정의 사회학』(사계절, 2013)과 출판사가 다른데 어찌 자매편과 같은 제목을 달게 되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독서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중간 평가를 하자면, 1) 수상할 정도까지의 좋은 책인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물리학은 접하기에도 세상 물정을 알기에도 가벼운 내용 일색입니다. 교양서로 자리매김하려면 이 정도의 난이도로 맞춰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하는 중이네요. 2) 통계물리학이 무엇..

배움에 관한 단상

1. 배우려면 귀를 열고 눈을 떠야 한다. 지금까지의 생각, 행동, 습관을 버릴 각오야말로 배움을 위한 최고의 준비다. 저항과 벗해야 변화에 성공한다. 들을 줄 알아야 성장한다. 누가 듣는 사람인가. 지위가 낮지 않으면서도 들을 줄 아는 이들이 성장의 주인공들이다. 결국 낮아질 줄 아는 자들이 깊이 오래 배운다. 2. 여기 이제 막 훈련소를 퇴고한 군인이 있다. 곧 이등병이 되는 그에게 짧은 외출이 허용되었다. 군필자들에게 군생활에 관한 조언을 30분 동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자. 그가 조언을 심드렁하게 듣겠는가. 질문 하나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있겠는가. 그는 묻고 경청할 것이다. 이것이 학습자의 겸손함이다. 3. 학습자의 교만을 이해하려면 같은 자리에 상병이나 병장을 앉혀 놓으면 된다...

목표 추구는 삶의 질을 높이는가

2016년의 한 달이 지났다. 지인들의 새해 목표가 어찌 진척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목표 수립' 담론은 자기계발 열풍의 무가치한 잔재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하는 능력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았다. 뉴욕대학교의 긍정심리학 교수인 캐롤라인 애덤스 밀러는 와튼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수여하면서 목표설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밀러 교수와 그녀의 동료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인생 목표를 이룰까 Creating Your Best Life』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2012년 번역). 목표 설정에 관한 현재까지의 과학적 이론을 담은 실용서다. 밀러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해 목표를 세운 사람은 6개월 뒤의 달성률이 46퍼센트에 달한 반면, 목표를 세우지 않은 사람은 ..

책, 세심하게 읽지 마라

"선생님, 읽었던 내용인데 기억이 안 나요." 책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종종 듣게 되는 하소연이다. 독서와 기억의 관계는 복잡하고 모호하다.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라고 처방한다면 독서 선생으로서의 직무 유기거나 독서라는 행위를 신중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표지다. 독서 후의 허접한 기억을 설렁설렁 읽은 탓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주의를 기울여 세심하게 읽은 경우에도 책의 내용을 새하얗게 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다행하게도(?) 우리의 기억력만 시시한 건 아니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자의 대표 주자인 몽테뉴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수년 전에 꼼꼼히 읽고 주까지 이리저리 달아놓은 책들을 마치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최신 저작인양 다시 손에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나는 내 기억력..

『평생공부 가이드』개요

4주짜리 리버럴 아츠 수업을 진행하면서 두 권의 필독서를 정했습니다. 『평생공부 가이드』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입니다. 교양교육을 지켜야 하는 이유나 리버럴 아츠에 대한 개념 정의보다는 리버럴 아츠의 '개인적 실현'에 중점을 둔 선정입니다. 교육 정책 입안자나 담당자가 아닌, 학습을 통해 지혜와 지성을 쌓기를 열망하는 분들이 수업에 오시니까요. 모티머 애들러의 『평생공부 가이드』는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을 이해하고 있으면 더욱 깊이 있게 읽게 되는 텍스트입니다. '지식의 골자'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공감하게 될 테고요. 학문 분과에 연연해하지 않는 '종합적 학식'을 쌓고 싶은 분들은 두 번을 읽어도 좋겠습니다. 책의 개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독서에 조..

거울과 창문을 닦는 휴일

1. 달력은 일주일에 한번 휴일을 표시한다. 휴일은 내게 정리정돈, 여유, 홀로됨, 자유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날이다. 어떤 이는 주일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휴일이라 부르고 또 다른 이는 일요일이라 한다. 나는 휴일(休日)이란 말이 좋다. 상형문자의 의미 그대로, 나무 옆에 기대어 쉬는 사람 이미지도 그려진다. 나무에 등을 기대어 본 적이 있는가. 대지에 맨발로 섰던 적이 언제인가. 산과 나무는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다. 대지는 생명과 역사의 어머니다. 나무에 기대고 대지에 서면, 자연과 역사의 근원에 맞닿은 것이다. 그때 인간은 성찰, 겸손, 꿈에 접속한다. 이것이 휴식의 의미리라. 돌아온 날을 되짚어보며 나를 성찰하고, 인생의 깊이와 우주의 넓이 앞에서 겸손해지며, 일상의 소용돌이에 내어주었던 꿈을 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