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전 10시에는 모 출판사와의 미팅이 있었다.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해의 마지막 날에 내 글을 호의적으로 보아준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것이 '의미' 있는 날에 외부 약속을 잡으며 내가 부여한 '의미'다. 하지만 '의미'는 주관적이고 그래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점이 문제다. 심지어는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서도 의미가 바뀌기도 하니까. 오늘이 그랬다. 12월 31일 오전 8시, 나는 출판사 미팅을 미루고 싶었다. 어느새 나는, 새해 첫 근무일(1월 2일)에 만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이 '의미'의 문제다. 어디든 갖다붙일 수 있어서 언제든 자기기만의 도구가 된다는 것.) 그저 자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