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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말로 살펴본 김현

수많은 문인들이 '김현'을 말했다. 목포문학관 내의 김현 전시관은 한쪽 벽면에 김현을 기리는 말들을 전시해 두었다. 고종석에서부터 김병익 선생까지, 소설가와 비평가들의 김현 상찬을 모두 읽었다. 특히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말들이 있어 정리해 둔다. 감정은 중요하다! 감정의 주인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니까. 이번 울림은... 아마도... 내가 어떤 평론을 써야 하고, 쓰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푯대이리라. 말하자면 내 비평쓰기의 가치들! 끝내 획득할 자신은 없더라도 힘껏 추구하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에게는 지금 달려갈 푯대, 다시 말해 가치가 필요한 것이다. 김현을 둘러싼 말들을 내 깜냥대로 세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1. "김현, 술에 젖어 초월과 폭력의 문제를 입에 걸고 함께 아우..

목포, 첫날은 유유자적하게

1. 오전은 카페에서 보냈다. 마음편지(두 사람을 사랑하려고 목포에 왔다)를 쓰는 것이 카페에 머문 중요한 이유였고, 1박 2일 목포 여행의 동선을 거칠게라도 그리는 게 다른 목적이었다. 나를 목포로 이끈 건 목포문학관 내의 김현 전시관이지만, 온 김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머물 숙소 예약도 오전 카페에서 완료했다. 일상의 일들은 어떻게든 오전에 끝내두자는 생각이었다. 오늘 꼭 보내야 하는 회신,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마치니 열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마음편지를 포함하여 2시간 20여분 걸린 셈. (시간측정은 내 오랜 습관이다. 나는 홀로 있을 때에는 시와 분을 아껴 일한다. 불처럼 타올라 열정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수돗물을 틀어놓듯이 시간을 넘치도록 흘러보..

두 사람을 사랑하려고 목포에 왔다

햇살이 눈부시게 밝은 날입니다. 저는 지금 전라남도 목포에 있습니다. 목포의 바깥온도는 9도입니다. 서울에 비하면 포근하다는 기분이 들고 햇살마저 따뜻하니 '동장군이 물러가는 꽃샘추위의 계절인가' 하는 착각이 듭니다. 시대착오적인 느낌과 낯선 공간에서 한 주를 시작하는 감상이 어우러져 신선한 설레임을 안깁니다. 그나저나 목포엔 왠 일이냐구요? 설명하자면, 10월의 어느 날에 썼던 글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학창시절의 나는 아마추어 시인이었다. 한번도 시를 출품하지도, 그럴 생각도 못했지만 나는 자주 시를 썼다. 고등학교 내내 100여 편의 시를 썼다. 당시의 소원 중 하나는 언젠가 자작시들을 엮어 시집 하나를 출간하는 일이었다. 소원을 이루진 못했다. 누군가에게 비평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그 시들에게 ..

교황, 41명의 작가를 말하다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교황, 41명의 작가를 말하다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을 읽고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름을 아는 비평가가, 한국에도 있을까요? 독일인 98%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라는 문학평론가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드리는 말입니다.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을 아는 비율이 저리도 높다니요! 우리의 경우엔 문화비평, 예술비평을 모두 합쳐 김현, 김우창, 진중권, 고종석, 강준만 등이 떠오르지만 그에 견줄 만한 스타성은 아니겠지요. 그의 명성은 긴 생애 덕분이기도 하지만(1920년생이거든요), 오랫동안 주요 매체에 문학평론을 기고함으로 입지를 굳혀왔고(1960~88), 무엇보다 독일 공영방송국에서 14년 동안이나 라는..

하이에나 독서가가 읽은 책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책읽기입니다. 지난 밤 잠들기 직전까지 읽다가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잠깐이라도 뒤적이고 난 후에야 하루를 시작합니다. 책을 펼치다가 '아! 기지개부터 켜야지' 할 정도로 제겐 습관이 된 일입니다. 그리 대단한 습관은 못 됩니다. 자칫하면 '생각하기'보다 '읽기'가 앞서기 십상이니까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논어』 위정 편 책을 자주 읽는 편이라, 일주일이면 여러 권의 책이 제 손을 거쳐 갑니다. 끝까지 읽기도 하지만, 읽는 재미가 시들해져 도중에 그만 두는 책도 있습니다. 예닐곱 권이 제 손을 거쳐간다고 해도 실제 읽은 분량으로 따지면 두어 권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주로 어떤 책을 ..

충분한 연대 충분한 독립

1. 충분히 연대해야 하고 충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최인훈의 은 연대와 독립의 균형을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1961년 서문을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이 말이 내게 울림을 준 것은 내가 광장 없는 삶을 살고 있어서일 것이다. 허나 그가 저 말만으로 그쳤더라면 감동은 이내 시들었을 테다. 광장에서만 살아서는 피상적인 사람이 되기 십상이니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인간은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이 두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나온다." 2. 누구에게나 밀실에서 광장에 이르는 '골목'이 필요하다. 자신의 영혼에 독립이 필요한지, ..

짧은 인생, 재미 흐드러지게!

1. 맛없는 음식을 계속 먹을 사람은 없다. 배고픔이 채워지면 섭취는 이내 중단된다. 맛있는 음식은 계속 먹게 된다. 배고픔이 채워져도 과식으로 이어진다. 건강을 위한 섭취인데 건강을 헤치면서까지 진행된다. 맛있는 음식의 딜레마다. 식욕이 우리를 살리고 죽인다. 우선 욕망은 우리를 살아있게 만든다.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흥분하는 남성은 그가 살아있음을, 그녀가 존재함을 알리는 것이다. (흥분하지 않으면 그의 남성성과 그녀의 자존심은 구겨질 터.) 욕망은 우리를 죽이기도 한다. 치명적인 사랑, 눈먼 욕심 등의 말들은 욕망에는 적정한 절제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말일 게다. ('적정한'이라는 단어가 무책임하긴 하지만.) 인생은 짧다. 맛난 음식을 위해 돈을 아끼지 말지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맛난 음식이라도..

전화불통, 위로메일 & 와우들

1.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하루 이틀 전의 일은 아니다. 일주일이 넘었나, 일주일 즈음 되었나? 잘 모르겠다. 어느 날엔 핸드폰이 터치 인식도 못한다. 장애가 생긴 게다. 그러다가 이튿날엔 거짓말처럼 잠시 제대로 작동하기도 한다. 나를 놀리나, 묘한 기분이 든다. ^^ 자체 기능에는 손상이 전혀 없지만 종종 주인의 터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라니, 이것은 도대체 무슨 장애란 말인가. 나는 손가락 끝으로 끊임없이 터치한다. 첫화면을 열러달라는 신호다. 녀석은 묵묵부답, 요지부동이다. 주인과의 교감의 실패한 이 녀석을 어찌한다? 제 주인을 닮은 것 같아 미워할 수가 없다. 2.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서 두 통의 메일이 왔다. 라는 글을 읽고서 고마움을 전해 온 것. '마음편지'에는 회신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삶에 자유를 불어넣는 3단계

무엇 때문에 나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도 가지 못했을까? (2013년 6월 1일에 열렸던 '대한민국 이문세'를 말함이다.) 더 유쾌하게 웃고, 더 흥겹게 노래하며 살고 싶은데 살면서 조금씩 진지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원하는 대로 살기가 쉽지 않음을 느낄 때마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 떠오른다. 헤세의 『데미안』을 시작하며 읉조리듯 말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돈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10~20만원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어 그리 힘드랴? 시간 때문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두어달 전부터 하룻밤을 비워두면 그만이다. 결국 훼방꾼은 오직 나다. 소소한 일상에 얽매여 살아가는 좁은 시야, 대범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하..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 칩 히스, 댄 히스 을 읽고 "시계가 자정을 친 시각, 빈 교실에 소녀 세 명이 책상을 둘러싸고 모여 앉았다. 책상 위의 서로 맞잡은 손에는 붉은 볼펜 한 자루가 들려 있다. 소년들은 눈을 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한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분신사바……. 갑자기 볼펜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녀들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귀신을 부른 것이다." 책의 저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귀신 이야기로 한국어판 서문을 열었습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의 뇌리에 찰싹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