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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건강해지면 뭘 하고 싶어?

"다시 건강해지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야?"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암 제거 수술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아산병원 서관 4층의 야외 휴게소에서 산책하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고요. 점심 식사를 마친 탓인지, 따뜻한 햇살 덕분인지 꿈결 속을 거니는 몽롱한 기분이었습니다. 질문을 던지며 제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답변은 여행이었습니다. 어느 아름다운 곳으로 편안하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뭐 이런 답변 말이죠. 잠시 생각하다가 말문을 연 친구의 답변은 제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일 하고 싶어. 다시 열심히 일을 해서 내가 얼마나 능력있는 사람인지 보여 주고 싶어." 의류 사업에 수완이 있는 그는 최근 3년 동안 다른 사업에 손을 댔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습..

카테고리 없음 2013.10.28

<히든 싱어> 신승훈편 관람기

오랜만에 를 보았다. '시즌2'로의 가수로서 임창정, 신승훈, 조성모가 출연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가장 보고 싶었던 이가 신승훈이었다. 참 많은 곡들을 따라 부르며 좋아했던 가수다. 노래로서는 이승철의 곡들을 더 좋아하지만 가수로서는 신승훈을 더 좋아한다. 오늘도 여지없이 진솔한 재치와 멋진 가창력을 모두 보여주었다. 글의 형식은 리뷰지만, 프로그램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이기보다는 (늘 그렇듯이) 주관적인 소견과 감상일 뿐이다. 1. 지난해 말, 우연히 첫회를 시청했는데, 첫 소감은 '와우'였다. 우선 재밌었고, 기획이 참신했다. 무엇보다 음악의 본질을 깨우치는 프로그램이었다. 본질은 그것을 더욱 그것답게 만드는 것이다. 음악을 더욱 음악답게 만드는 것, 무엇이 가수를 더욱 가수답게 만들까? 그것은 보는 것..

면회를 못 갔던 날들

목요일, 두일이의 수술은 끝났다. 그날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마음은 병원에 있는데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병원에 직접 가서 두일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쉬웠다. 하지만 친구 한 명이 병원에 있었으니 병원행을 참았다. 친구들이 너무 많이 가는 것도 부담이 될까 싶어서였다. 사무실에서 강연을 준비해야 하는데도, 집중이 잘 안 됐다. 이럴 바에야 가는 게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허나, 그 날 병원에 가지 않았던 게 나았다. 적어도 세가지 이유 때문이다. 1) 내가 가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다. 고작해야 가족의 말동무일 텐데, 말동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을 테니까. 2) 수술이 끝나고서 병실에 옮겨져 온 친구를 보고서 나는 울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른다. 곁에서 울음을 터트..

카테고리 없음 2013.10.26

와인을 좋아하는 7가지 이유

와인 좋아하세요? 저는 2007년에 종종 마시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빈도수가 늘어나더니 2013년도엔 자주 즐기고 있네요. 일주일에 두어 번은 마시는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일주일 동안엔 딱 한 잔을 마셨네요.) 앞으로도 와인 취향은 지속될 것 같은데,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를 적어 보았습니다. 와우카페에 썼던 글을 옮겨 왔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7가지 이유 1. 와인은 뉴욕타임즈 선정 10대 푸드 중 하나다. 건강에 좋다는 점이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이유다. 밥과 국 위주의 한식보다 건강한 피에몬테식 요리에 와인을 곁들여 먹는 식사는 내게 커다란 매력이다. 2. 와인은 내게 풍류를 즐기는 도구다. 풍류는 멋스럽고 풍치 있게 노는 일이다. 내 삶에 풍류가 메마르지 않기를 바란다...

오매불망, 수술시작 & 신화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데... 이리도 자주 병원에 드나들다니! '난 이렇게 의리 있는 친구다'라는 숨은 의도를 안고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이리도 애타는 마음으로 매순간을 친구 생각으로 보내다니! 요즘의 내 일상은 병원 방문으로 점철되었다. 하루에 두 번씩, 한 번에 서너시간을 있다가 오면 하루가 지나간다. 시간을 의식하는 습관 덕분에 어느 장소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느끼고 있을 뿐, 어느 곳에 머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는 않는 편이다. 내가 머물 곳을 신중히 선택하고, 내가 현재 머무르는 곳에 마음을 흠뻑 주며 살아가려고 애쓴다. 친구의 병원에는 현재에 머무르려는 노력이 필요없다. 병원에 있으나, 일상으로 돌아오나 친구 녀석이 현재를 잠식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병원에 조금이라도 더 있으려고 하다가 ..

카테고리 없음 2013.10.24

10월 23일, 아침 풍경

1. 아침에 눈을 떴지만, 몸이 무거웠다. 어젯밤 1시가 넘어서야 병원에서 나왔다. 자정을 넘겨 새벽 한 시까지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경우가 일 년에 몇 번이나 될까? 약간의 피로감은 이 드문 일상이 안겨다 준 것이겠지. 이불에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킨 것은 몇 분 후였다. 병원에 있을 친구와 그 친구에게 들이닥친 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에 생각이 이르자,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어서 할 일들을 하고, 병원에 가야지'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지요." 어젯밤에 받은 문자 메시지다. 친구 병문안을 핑계로 내 할 일을 못 다 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었다. "네 말이 맞다. 미안." 짧은 문자를 보냈다. 불쾌함은 없었다. 정말 미안했으니까. 마음 한 구석엔 친구 아내의 말을 품고 있다. "내 할 일을 열..

카테고리 없음 2013.10.23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것

여러분의 소중한 물건은 무엇입니까? 핸드폰은 그중 하나일 거라 생각합니다. 사진과 메모가 저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값비싼 물건이니까요. 핸드폰이 소중한 이유를 목록으로 만든다면 가격은 상위에 꼽히겠지요. 100만원이 아니라, 10만원에 살 수 있다면 덜 중요해질 겁니다. 저는 '갤럭시 노트'를 마구 다루는데, '노트 2'가 신제품으로 나온 후 무료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값비싼 물건 외에도 소중히 다루는 물건이 있습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 그렇습니다. 먼 여행지에서 사온 의미 있는 기념품, 소중한 이로부터 받은 선물은 다시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소중히 다루게 됩니다. 잃어버리면 끝이니까요. 요컨대, 2가지의 조건은 물건을 소중하게 만듭니다. 값이 비싸거나, 잃어버리면 다시 구할 수 없거나. 인..

절친에게 떨어진 날벼락

어젯밤,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 절친이 입원해 있거든요. 그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초등학교 때 한 반이었고, 고등학교 때 단짝이었고, 대학교를 함께 다녔습니다. 함께한 날들, 추억, 우정이 많이 쌓였습니다. (어른이 되면서는 내 속도 많이 썩였습니다. 나도 그의 애를 좀 태웠습니다. 연락이 잘 안 되는 저니까요.) 그 친구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가 '췌장암'이라는 슬픈 사실을 들은 것은 지난 주였고, '4기'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어제입니다. 마른 하늘에 어찌 벼락이 내릴까요? 허나 인생의 날씨는 화창한 하늘에서도 날벼락이 내리는가 봅니다. 암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10월 6일 이후, 나는 종종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어제 친구의 아내와 통화..

카테고리 없음 2013.10.21

친구야, 암이라고? 아닐거다!

10월 06일 일요일 오후 5시 13분. 정신과 전문의와의 미팅 직후였다. 차를 몰고 신림동을 지나가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여느 때와 달리,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았다. 친구 두일의 전화. 잠시 일상의 대화를 나누다가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는 친구. "일단 니만 알고 있어래이. 내가 몸이 많이 안 좋다. 나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데... 암일 수도 있단다." 친구의 말은 내 몸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전류가 되어 온 몸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용액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컵 안의 물이 순식간에 빨간색으로 변하는 마술 같았다. "병원에선 머라 카든데?" 대답이 없다. "병원에선 머라 카든데?" "..." "씨발놈아 병원에서 머라 카드냐고오." 나는 울먹이며 다그쳤다. 핸드폰 너머로 녀석의 우는 듯 속..

카테고리 없음 2013.10.21

정신없이 보낸 이틀을 돌아보며

1. 순식간에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이 지났다. 입원 중인 친구가 내게 전화하여 비보를 전해 준 것은 금요일 오후였다. 나는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서 녀석을 차에 태웠다. 그가 홀로 힘겨워할 것이 뻔하여, 병원에서 외출시켜 나의 일정에 합류시킨 것이다. 우리는 인사동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친구와 잠시 헤어진 나는 안동에서 온 귀한 손님을 잠시 만났다. 그리고서 다시 친구를 만나 이후의 시간을 쭈욱 함께 보냈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친구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잠을 잤다. 피곤했는지 친구가 편하게 잠드는지도 모른 채, 침대 옆 보조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토요일 아침에 먼저 눈을 뜬 덕분에 친구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통없이 곤하게 잔다. 그랬기를 바라는 내 마음 뿐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