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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사랑하다가 죽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은 인색하다고 불평하오. 타고난 수명이 짧은 데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간마저 너무나 빨리, 너무나 신속히 지나가므로 극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은 인생을 준비하다가 인생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보편적인 불행이라오. 이에 대해서는 군중과 무지한 대중 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도 불평을 털어놓았던 것이오." 제정 로마 시대의 철학자요 정치가인 세네카의 라는 에세이의 첫대목이다. 첫구절부터 와 닿았다. 세네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나의 인생관과 시간관리론에 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네카의 생각은 이렇다. 내 생각이기도 하다. "우리의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오. 인생은 충분히 길며, 잘 쓰기만 하면 우리의 수명은 가장 큰 일을 해내기에도 넉넉하지요. 그러..

4월의 마지막날을 보낸 기분

목이 칼칼했기 때문일까. 선생님이 떠나신 이후로 조금 우울해진 탓일까. 기운 없음으로 오늘을 보냈다. 편도선이 조금 부은 것은, 어제 당일치기 강화도 여행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올 무렵부터 느낀 증상이다. 그로 인해 오늘 저녁 독서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걸걸한 목소리로 낮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했다. 그렇잖아도 발음이 좋은 편도 아닌데. 쩝. "인생무상을 어떻게 넘어서는가, 하는 게 요즘 제 고민이예요." 어제 강화도 여행을 하던 중 동행했던 연구원 형에게 건넨 말이다. "그거지 뭐." 그도 허망하고 허전하여 4월을 정신없이 보냈다고 했다. 남편의 마음을 헤아린 형수는 나랑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권했단다. 형수님의 여행 권유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장례식장에서였다. 그때 형에게 말했었다. 4월 중에 한..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비결

행복한 삶은 서로 닮아 있지만 불행한 삶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비결 하나는 내면의 욕망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삶의 행복은 해야 하는 일들 사이사이에 하고 싶은 일을 끼워넣어 소원과 의무의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나는 욕망을 사랑한다. 욕망만큼 강력한 모티베이션은 없다. 일상의 삶은 욕망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삶이 어려운 것은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다. 욕망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 구본형 다른 비결은 중요한 일들을 미루는 것이다. 긴급한 일들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 관계구축, 전문지식 습득과 같은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에 시간을 주면면 삶의 균형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일들..

내가 만난 가장 행복한 사람

내가 만난 가장 행복한 사람 - 구본형 를 읽고 “변화란 불행한 자의 행복 찾기 아니겠는가.” - 구본형 내가 직접 만나본 가장 행복한 사람은 구본형 선생님입니다. 신중한 이들은 ‘행복한’ 사람인지, ‘행복하게 보이는’ 사람인지는 쉬이 알 수 없는 것이라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사람의 행복을 평가할 때에는 그의 삶 전체를 넘어 후손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신중하게 글을 쓰는 편이라, 누군가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때 과연 무엇에 기준을 두어야 하는지 숙고하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가슴으로 쓰려 합니다. 객관성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 글의 목적은 행복의 검증 조건을 따지는 게 아니라, 생전에 구본형이라 불리었던 인물을 가볍게 살펴보는 것이니까요. 글의..

나비처럼 훨훨 벚꽃처럼 가볍게

"나비처럼 훨훨 벚꽃처럼 가볍게" - 장 도미니크 보비의 를 회상하며 * 책을 소개하는 대목이 있기는 하나, 내 일상을 담은 글이지 서평은 아님. 내 삶이 꿈처럼 흐릿하게 혹은 멍하게 흘러가기 시작한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신이 내게 허락한 삶의 시간을 어떤 일에 주어야 하는지, 이런 먹먹한 질문들이 나를 찾아드는 요즘이네요. 대답은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대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방문한 손님을 현관문 앞에 세워 둔 채로 넋 놓고 바라보는 주인처럼 질문을 받아들고만 있습니다. 내 삶은 그렇게 주인의 무위(無爲)로 멈춰서 있네요. 삶은 언제나 자신의 주인을 닮아갑니다. 지난 4월 13일부터 제 삶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질병이라는 암에 대..

벚꽃처럼 살다가신 선생님

밤 11시가 넘은 시각, 나는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발인미사와 화장식 그리고 유골안치를 마치었던 날(4월 16일)이었고, 저녁에는 살롱9에서의 강연까지 진행했던 날이라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던 즈음이었다. 3박 4일 동안 진행된 선생님의 조문과 장례식이 끝난 즈음에 강연까지 해야 했으니 지칠 만도 했다. 집앞 거리에서 나는 벚꽃터널을 만났다. 인도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이 만든 짧은 터널이었다. 가로등 불빛 덕분인지, 벚꽃의 내음 덕분인지 터널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선생님이 떠올랐다. 당신은 꽃처럼 아름다웠고, 떠난 후에 당신의 향기를 남기셨다. 봄날에 가신 것 또한 당신다운 떠남이라고 생각했다. 벚꽃인지, 선생님인지 내게 말을 걸었다. "이 녀석, 수고했구나..

선생님을 떠나보낸 후의 감정들

구본형 선생님이 소천하신 4월 13일 토요일. 슬픈 소식은 이내 연구원들에게 전달되었다. 나는 소식을 전해 준 이와 전화 통화를 하고서도, 그리고 돌아가셨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 늦은 저녁 식사를 막 마치려던 참이었고, 함께 밥을 먹었던 교회 후배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다. "형, 지금 바로 가 보셔도 돼요"라는 말에 "괜찮다"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괜찮지 않음을 곧 알게 되었다. 밤 11시, 강남성모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였다. 내 삶에 벌어진 일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때에는 운전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병원에 도착했다. 11시부터 조문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현실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꿈 속의 장면처럼 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포스팅

나는 지금 뭔가를 끼적일 수 밖에 없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느니 밀린 일을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오전부터 일을 손에 잡고 있었지만, 일은 마치 미꾸라지처럼 내 손을 빠져 나갔다. 오전 시간을 하릴없이 허투루 보냈다. 열일 제쳐두고 글 하나를 끼적이기로 했다. 글쓰기는 힘이 들 때마다 내게 힘을 주고 내 삶과 화해하도록 도와 주니까. 그러니 나는 오늘 오전에 일어났던 나의 일상을 적어 포스팅하련다. 아! 글을 쓰고 나면 오늘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의지 한 웅큼이 생겨나기를! 메일함을 열었더니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이 공유한 선생님 강연 동영상이 와 있었다. 나는 선생님의 동영상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질 테니까. 오늘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더 이상 미..

구본형 선생님 약력과 저서들

* 구본형 선생님 추도식에서 약력보고를 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과 선생님의 공적을 발표하는 순서라, (추도문과 구별하기 위해)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지는 못한 글입니다. 잘 아는 내용들이지만, 기록 차원에서 남기고자 올려둡니다. 맨 아래 문단과 선생님의 저서 목록은 추도식에서는 시간관계상 발표하지 못했던 내용이네요. 선생님의 저서는 총 19권인데, 출간 연도 순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부 인터넷 출판사는 책의 출간연도를 잘못 표기한 부분도 있더군요.) 시처럼 살았던 우리시대 최고의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시처럼 살았던 우리시대 최고의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은 1954년 1월 15일 충남 공주 출신으로 서강대와 동 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셨고 한국IBM에서 20년간 근무하셨습니다. 2..

매일의 의무가 되어버린 운동

오늘은 점심 시간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오전에 운동을 했다. 저녁 글쓰기 수업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시간은 밤 10시를 훌쩍 넘을 테고, 그 시각에 운동을 하기란 매우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빠짐없이 운동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노력을 다하여 성공한 날 중 하나일 뿐이다. 운동을 하지 못한 날은 열심히 살았다고 해도 뭔가 중요한 것 하나를 빠뜨린 듯한 찜찜한 기분이 든다. 언젠가부터 운동은 매일매일 해야 하는 숙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구본형 선생님은 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이가 들면... "육체적 연습이 중요해진다. 건강관리가 중요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동을 생각하게 된다. 미친 듯이 뛰기도 하고, 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