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5 2

세계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

나는 일년 동안의 세계여행을 떠날 것이다. 세계여행이라 하기엔 멋적다. 일부의 나라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나의 세계 여행은 '세계 모든 나라로의 여행'을 감행하겠다는 포부가 아니라, 내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내가 머무는 '이 곳으로부터의 떠남'이다. 내가 나고 자란 '지역'이 아닌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는 말이다. 전세계 230여 개국을 얼마나 많이 돌아다닐까? 이것은 내가 꿈꾸는 세계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과 다르게 생각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이미 알고 있는 것들보다 더욱 멋진 지혜와 지식을 만나려면 어떻게 여행해야 할까? 이것이 내가 원하는 세계여행을 실현하도록 돕는 질문이다. 멀리 떠나도 익숙한 것들만 먹고 익숙한 방식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 인생의 마지막은 병산에서

병산에 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곧장 낙동강 변으로 향했다. 병산을 올려다보며 낙동강 앞에 펼쳐진 모래사장을 밟는데 ‘잘 왔구나’ 싶었다. 서원을 뒤로 한 채, 천천히 걸으며 깨달았다. 내가 서원만큼이나 낙동강과 병산이 보고 싶었음을. 병산을 마주하고 강가에 앉아 2시간 남짓을 보냈다. 초가을 햇볕이 따사로웠다. 시끌벅적한 관광버스 행렬이 두 번 오고 갔다. 눈앞에선 낙동강이 흘렀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른다. 가만히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강물 위에 뜬 하얀 먼지가 저만치 이동한 것을 보고서야 내 앞에 펼쳐진 물이 저수지가 아닌 흐르는 강물임을 인식한다. 소리 없이 물결 없이 흐르는 강물의 고요함이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고요, 그윽한 고독 그리고 내면으로의 침잠. 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