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 20

친구야, 암이라고? 아닐거다!

10월 06일 일요일 오후 5시 13분. 정신과 전문의와의 미팅 직후였다. 차를 몰고 신림동을 지나가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여느 때와 달리,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았다. 친구 두일의 전화. 잠시 일상의 대화를 나누다가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는 친구. "일단 니만 알고 있어래이. 내가 몸이 많이 안 좋다. 나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데... 암일 수도 있단다." 친구의 말은 내 몸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전류가 되어 온 몸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용액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컵 안의 물이 순식간에 빨간색으로 변하는 마술 같았다. "병원에선 머라 카든데?" 대답이 없다. "병원에선 머라 카든데?" "..." "씨발놈아 병원에서 머라 카드냐고오." 나는 울먹이며 다그쳤다. 핸드폰 너머로 녀석의 우는 듯 속..

카테고리 없음 2013.10.21

정신없이 보낸 이틀을 돌아보며

1. 순식간에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이 지났다. 입원 중인 친구가 내게 전화하여 비보를 전해 준 것은 금요일 오후였다. 나는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서 녀석을 차에 태웠다. 그가 홀로 힘겨워할 것이 뻔하여, 병원에서 외출시켜 나의 일정에 합류시킨 것이다. 우리는 인사동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친구와 잠시 헤어진 나는 안동에서 온 귀한 손님을 잠시 만났다. 그리고서 다시 친구를 만나 이후의 시간을 쭈욱 함께 보냈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친구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잠을 잤다. 피곤했는지 친구가 편하게 잠드는지도 모른 채, 침대 옆 보조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토요일 아침에 먼저 눈을 뜬 덕분에 친구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통없이 곤하게 잔다. 그랬기를 바라는 내 마음 뿐인지도 ..

나의 초상 (2)

11. 학창시절의 나는 아마추어 시인이었다. 한번도 시를 출품하지도, 그럴 생각도 못했지만 나는 자주 시를 썼다. 고등학교 내내 100여 편의 시를 썼다. 당시의 소원 중 하나는 언젠가 자작시들을 엮어 시집 하나를 출간하는 일이었다. 소원을 이루진 못했다. 누군가에게 비평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그 시들에게 낙제점을 주었기 때문이다. 삼십대 후반을 향하는 지금은 시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다. 20대 중반 이후로 나는 기업교육 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삼십 대 초반까지 많은 강연을 했다. 학교와 기업 그리고 각종 단체에서 강연을 한 것이 2012년에는 1천회를 넘겼다. 언젠가부터 강연장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을 깊이 만나는 쪽을 택하기 시작했다. 요즘엔 글쓰며 살고 싶다. 여전히 한 ..

교양소설을 읽는 법

1.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유럽 교양소설의 원형이다. 모레티가 지적했듯이, 고전 서사시의 주인공들은 모두 성인이었다. (아킬레우스, 헥토르, 오딧세우스를 보라.) 반면 교양소설의 주인공은 청소년과 젊은이들다. 교양 소설의 주제는 젊은 주인공들의 모험, 갈등, 성장이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교양소설을 "주인공이 그 시대의 문화적·인간적 환경 속에서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를테면 자신을 내면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이라 정의했다. 그래서 성장소설이라도도 한다. 한마디로, 교양소설은 젊은이가 인생과 사회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교양소설은 19세기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다. 그 선두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내 글은 곧 나인가?

1. “우리는 우리가 말하는 것이나 행동한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된 것의 귀결로써 세상을 바꾼다.” - 데이비드 호킨스 몇몇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일에는 말이나 행동으로도 가능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은 존재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일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호킨스의 저 말이 좋다. 나는 무언가를 바꾸는 일보다 내가 크고 깊은 존재가 되어가기를 바란다. 2. 작가는 그의 작품과 동일한가? 나는 아직 작가라고 할 만한 책을 내놓지 못했지만, 내가 쓴 글들 중 그나마 양질의 것을 모아 출간하더라도 나는 항상 내 작품들보다 큰 존재이고 싶다. 누군가가 나의 직업적 성과를 내 책만으로 판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를 알고자 한다면, 와우팀원들의 말을 들어주고, 내 블로그도 읽어주면 좋겠다...

일출처럼 일몰처럼

여기는 강화도입니다. 주말에 와우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어제 첫째날을 알차게 보냈네요. 강화산성 북문, 갑곶돈대, 광성보, 초지진을 둘러본 후에 전등사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동막 해수욕장에서 일몰을 보는 일정이었지요. 아침 9시부터 시작되어 저녁 6시 30분에 끝난 여행의 순간순간이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여행지에서 산성이나 읍성을 만나면 나는 성곽에 오릅니다. 간단하게 높은 시선을 가지게 되어 평지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풍광을 만나니까요. 풍광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집니다. 강화산성 북문에 올라 오른편으로 펼쳐진 성곽을 걸어올랐더니 바다 건너 북한의 개풍군이 보였습니다. '이리도 가까운데, 마음 속의 거리감은 한없이 멀구나' 하고 생각했네요. 강화도의 서쪽 해안도로를 북에서부터 남..

카테고리 없음 2013.10.13

[강좌안내] 강의력

10월 말부터 4회에 걸쳐 1인 지식기업가의 핵심역량 중 하나인 '강의력'을 주제로 한 강좌를 진행합니다. (강의력, 글쓰기, 사회적 관계는 1인 지식기업가들의 핵심역량입니다.) 10년 넘게 1천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하며 얻은 노하우 중에서 가장 유용한 것들을 엄선하여 전달하는 본 강좌에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이 프로그램은 4개월 동안 진행되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1인지식기업가를 위한 자기경영" 프로그램의 세번째 강좌이고,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2년 과정의 의 강의력 강좌입니다. 강연에 참여하든 그렇지 않든 강의력에 관한 질문도 환영합니다. 메일이나 댓글 주시면 답변 드릴께요. 강연 참가에 관한 문의는 크리에이티브 살롱.9 로 전화나 메일 주시면, 강연진행 담당자 분이 안내해 드릴 것입..

모든 것은 비전으로부터

'로버트 몬다비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이다. 풍미 깊은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마리아주를 즐기는 시간의 다른 말은 ‘행복’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말이 제대로다! “와인을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은 와인을 마시는 게 아니라 와인의 비밀을 맛보는 것이다.” 좋은 와인은 멋진 향과 함께 기쁨과 풍류를 선사한다. 내겐 로버트 몬다비의 와인이 그렇다. 로버트 몬다비! 미국 와인산업의 품격을 높인 인물이다. 와인업계에서 일하는 미국인 중 로버트 파커와 함께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뉴욕 타임즈 프랭크 프라이얼의 평가는 이렇다. "캘리포니아 와인 혁명에 로버트 몬다비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없다. 그가 바로 와인 혁명을 촉발한 인물이다." (내가 마신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칠레의 도 로..

첫번째 WOW 와인시음회 후기

어젯밤에는 와우팀원들이랑 와인시음회를 가졌습니다. 가장 맛있는 와인은 미국의 나파밸리에서 만든 와인이나 프랑스의 5대 샤토의 와인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마시는 와인이겠지요. 9월 초에 와우팀원과 둘이서 마셨던 와인은 저가였음에도 무척이나 맛났었지요. 2병 반이나 마셨는데도 취하지도 않았고요. 여느 때의 저는 반 병이면 취하는데 말이죠. 무슨 와인을 마셨냐고요? 바롱 필립 피노누아, 르 꼴롱베 그리고 얄룸바 갤웨이빈티지를 마셨답니다. * 나파밸리 :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카운티(Napa County)에 위치한 대규모 와인 생산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진 곳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의 중심지. 300곳 이상의 대규모 와이너리가 있는데,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유명. * 프랑스 ..

축제는 함께 즐겨야 제맛!

와인 좋아하세요? 저는 요즘 와인의 매력에 흠뻑 취해 지낸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와인을 마시고, 와인 관련책을 즐겨 읽습니다. 지난 금요일엔 에 참가했습니다. 와인 13병과 와인 관련도서를 잔뜩 샀네요. 오후 6시 즈음에 행사장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했습니다. 저녁에도 즐거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튿날의 일정을 생각하여 서둘렀습니다. 익일 일정보다는 함께 즐길 친구가 없었기에 쓸쓸함을 피한 겁니다. 이곳은 웃고 즐기는 축제의 현장이니까요. 사실 나는 혼자서도 잘 놉니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떠납니다. 중국엔 38일, 유럽은 54일 동안 홀로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고요. 여행 중 혼자 먹는 식사가 조금 곤혹스럽지만, 그것은 혼자여서가 아니라 홀로 식당에 들어서기가 미안해서고요. 혼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