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2 2

또 한 명의 엄마

[짧은 소설] J는 퇴근하자마자 서둘렀다. 언니 집에 갈 생각이었다. 왕복 3시간을 달려야하지만, 오늘 가야만 하는 일이 그녀를 움직였다. 회사 문을 나설 즈음 핸드백을 열어 점심시간에 작성한 손 편지를 챙겼는지 확인했다. 이제 자동차를 달릴 일만 남았다. 운전대를 잡고 시내를 빠져나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나 수진이에게 가는 길이야. 일찍 올게.” 어젯밤에 미리 말해 두긴 했지만, 퇴근 후에 세 살, 네 살 아이를 보고 있을 신랑을 생각하면 언니 집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가야만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그저 안아 주기만 해도 내 마음이 전해질거야.’ 수진이를 꼭 안아주기, 오직 이것만을 위해 J는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분당으로 향했다. 딩동! 언니 집에 도착한 J는 벨을 눌..

경험 빈곤자의 자기 반란

자신의 삶에서 경험의 빈곤을 목격한 이들이 해야 할 일은 환호다. ‘경험의 빈곤’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다. 추상적 개념이다. 사물을 목격하는 일과 달리, 개념의 목격은 시각적 활동이 아닌 새로운 인식의 획득이다. 그러니 자신에게서 경험의 빈곤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진보다. 경험의 빈곤을 인식하면 경험의 부족 상태에서는 느끼지 못할 개혁 의지가 솟아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개선보다 개혁이 쉬운 법이다. 벤야민 역시 ‘경험의 빈곤’이 지닌 긍정적인 면을 역설한다. “경험의 빈곤은 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데로 이끈다. 새롭게 시작하기, 적은 것으로 견디어내기, 적은 것으로부터 구성하고 이때 좌도 우도 보지 않기이다. 위대한 창조자들 중에는 인정사정이 없는 자들이 항상 있었는데, 이들은 일단 판을 엎어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