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특강들, 강의력 그리고 생로병사

1. 3월 둘째 주에는 6번의 특강이 있다. 모두 2시간 30분 정도의 특강이고 정기적으로 진행되어온 강연이라, 큰 부담은 없지만 일정상으로는 바쁜 주간이다. 요즘 저녁 7시를 전후로 한 강연이 자주 있어서 저녁에 강연을 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 됐다. 하루종일 공부하고, 저녁이면 공부한 것들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멋진 일이다. 20대 초반부터 꿈꿔온 삶이기도 하고. 더욱 자유로워져서 좀 더 진한 공부, 청중들에게 더욱 유익한 강연을 해야겠다. 2. 어제는 2주차 강연을 마쳤다. (총 4주차) 3월 한 달 동안 매주 진행되는 터라 참가자 분들과 조금씩 친분이 쌓이게 된다. 일회성 특강과는 다른 매력이다. 몇 분들이 내 책을 구입해 오셔서 서명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1주차 ..

인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요즘

며칠 동안 키케로와 그가 만든 개념인 '후마니타스'를 공부했다. 인문학의 본질과 인문정신 탐구에 소홀한 인문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인문학을 강연하는 사람으로서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인문학의 정수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느꼈다. 무엇이 인문학인가? 인문학을 인문학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 앞에 나를 세운 까닭이다. 인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키케로와 페트라르카는 필수 코스다. 키케로의 저작을 읽어간 이유다. 후마니타스를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가가 내 공부의 핵심이었는데,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었다. 풀리지 않던 고민들도 어제 해결되었다. 짜릿했다. 그저께 밤엔 키케로에 관한 꿈도 꾸었다. (몽테뉴인지 키케로인지 헷갈리는데 아마도 키케로인듯 하다. 키케로가 어떻게 생겼는..

내가 팟캐스트를 할 수 있을까?

유투브에서 고대 그리스 관련 자료를 찾다가 책읽기 팟캐스트 방송이 눈에 띄어 잠시 들었다. 나를 유혹했던 것은 '책읽기'라는 프로그램명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 제목이었다. 수잔 손택이 쓴 책이었으니까. 관심있게 듣기 시작했지만, 30분 남짓을 듣다가 말았다. 방송은 진행자와 전문가의 대화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전문가라는 분의 손택 이해가 깊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스스로 『해석에 반대한다』를 읽지 않았다고 진솔하게 얘기했다. (진솔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신뢰가 떨어졌다.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그 작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에서 논할 정도라면 대표작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내 안에 생각이 있나 보다.) 실제로 전문가는 손택에 대한 통찰 있는 이야기가 아..

불만족스러웠던 문학 첫 수업

인문학 수업을 시작한 것은 2013년 봄이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함께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Great Legacy Academy의 출발이었다.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의 주요 흐름을 꿰고 인문 소양의 골격을 세우는 것이 과정의 목표였다. 과정은 만족스럽게 진행됐고, 어제는 문학수업 2기의 첫 수업을 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수업에 대한 나의 만족도가 낮았던 수업이었다. 물 흐르는 듯한 진행을 하지 못했고, 명료하게 설명하지도 못했다. 왜일까? 두 가지의 주요 원인이 떠올랐다. 1) 수업 직전 30분~1시간 정도의 최종 준비를 하지 못했다. 머릿 속에 든 지식은 1기 때보다 많아졌지만, 수업 진행은 1기 때보다 효과적이지 못했다. 구슬을 꿰어내는 데에 실패한 것이다. 내가 말하는 수업 직전의..

빠른 세월, 좋은 선물, 생일

1. 친구의 아이를 만나면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훌쩍 커버린 아이의 키가 세월의 흐름을 말하고, 아이들의 바뀐 학년은 내 나이를 헤아리게 만든다. 매년 진행되는 연례행사, 특히 내게 의미 있는 행사 소식을 접할 때에도 세월이 속도감이 실감난다. 내게는 우리 나라 대표 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이상문학상이 그렇다. 2014년 제38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는 편해영이다. '또 일년이 지났구나. 김영하가 수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라는 상투적인 감상에 잠겼던 것이 몇 주 전의 일이다. 지난 해의 수상작인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를 읽었을 때를 기억하며 세월이 참 빠르다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김영하가 수상했던 연도는 2년 전이고, 지난 해 수상자는 김애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와! 2년이 1년처럼 지..

헤이리에서 공부하다가 끼적

1. 오늘 저녁엔 『어제까지의 세계』 독서세미나를 진행한다. 헤이리에 있는 한길사 북하우스 (포레스타) 에서. (김포에 사는 와우가 있고 다른 와우들도 모두 헤이리를 좋아할 만한 이들이라 모임장소로 헤이리를 제안했을 때 거리상의 부담에도 즐거워하는 듯 했다.) 나는 점심을 먹고 일찌감치 출발했다. 세미나 준비도, 몇 가지의 일도 헤이리 카페에서 하기 위해서. 문득 든 생각. '헤이리에서 살까?' 올해 5월말이면 잠실 연구실(비즈니스보다는 공부 장소가 되어 이젠 연구실) 전세계약이 끝난다.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재정에 숨통이 트이는 셈. 한 일년을 살아볼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겨울에도 바로 이곳 포레스타에서 글을 쓰다가 같은 생각을 했었다. 평일에 만끽하는 이 고요함... ..

인문주의적인 어느 명절 이야기

1. 2박 3일 일정으로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다섯 명의 식구와 함께 정겨운 식사를 했고, 외할머니와 둘이서 어머니 묘소에 갔습니다. 동생과 막창을 먹으며 젊은 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얘기도 나눴습니다. 고향 친구와도 아담한 카페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네요. 하나같이 기쁨과 의미가 깃든 순간들이었습니다. 2. 고향 방문 첫날, 외할머니께서 불쑥 물음 하나를 던지셨습니다. “니 아버지 이름이 뭐꼬?” “봉덕이 아버지 말씀이세요?” 그는 제 계부입니다. (어머니께서 재혼하셨거든요.) 곁에 계시던 외삼촌이 거들었습니다. “니 친아버지 말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얼른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외삼촌과 외할머니께선 며칠 전부터 이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신 눈치입니다. “아! 삼촌, 김현근 아닙니까?”..

이름을 바꾸고 사진도 교체하고

개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용과 대행사를 조사해 두었고, 가족의 허락을 득하는 일과 이름의 최종 결정이 남았습니다. 가장 난제는 이름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삼십년 넘게 불리던 이름(이희석) 대신 새로운 이름을 선택한다고 하니, 떨리기도 하고 고민도 되더라고요.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연지원'입니다. 중성적인 느낌이지요? 저는 괜찮습니다. 延支援(연지원). 이끌 연, 지지할 지, 붙잡을 원. 누군가를 '지원하다' 할 때의 그 지원입니다. 자기경영 작가로서 '이끌고 지원하고 돕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은 염원을 담았습니다. 이것을 자기경영서를 쓸 때의 필명으로 할지, 정식 이름으로 할지 고민 중입니다. 또 다른 후보는 '현운'(외자)입니다. 어질 현, 구름 운 자를 쓰는데 초아 서대원 선생님이 지어 주신 호..

와우와 내 일상의 조화

오랜만의 포스팅이지요? 일주일이 훌쩍 지났네요. 아산병원으로 검진하러 온 고향 친구와 시간을 보내느라 그리고 제주 와우투어를 떠나오느라 여러 날이 쏜살같이 지났습니다. 정신없이 지낸 것은 아니고, 혼자만의 시간 없이 일주일이 흘렀다는 말입니다. 26일 밤까지로 와우투어는 끝났지만, 저는 이곳 제주에 남았습니다. 이틀을 더 지내다 가려고요. 1. 나 말고도 와우 2명이 더 남긴 했습니다. 자유일정을 보내다가 저녁 식사 때 만나기로 했으니 절반의 자유는 주어진 셈입니다. 며칠을 놀다보니 일하고 싶어졌습니다. 놀이의 유익입니다. 내일은 글도 쓰고 메일 회신, 설 연휴를 포함한 일정 조율 등의 업무를 해야겠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다시 휴식과 놀이가 그리워지겠지요. 일이 놀이를 더욱 놀이답게 만듭니다. 최상의 행..

문득, 다른 삶을 그리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머니의 사랑을 오랫동안 듬뿍 받으며 살고 싶다. 사랑만으로 삶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음은 이번 생을 통해 체험했으니, 내세를 산다면 쪼들르지 않은 정도의 경제 형편이었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날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료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삶, 주말에 함께 공원에라도 산책할 여유가 있는 삶. 다른 어머니가 아니라 사진 속의 저 어머니 뱃 속에서 태어나고 싶다. 어머니와 함께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머니와 둘이서 외식한 적도 없으니(근사한 곳이 아니라 시장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라도 함께 먹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함께 영화관에 가거나 백화점 나들이 같은 것도 상상도 못했다. 힘겨울 땐 어머니의 손을 잡아도 보고, 기쁠 땐 가장 먼저 전화도 드려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