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세월호 참사, 침통한 주말

1. 눈만 뜨면 TV를 켠다. 밤새 한 명이라도 구조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나흘 연속으로 실망뿐이다. ‘1초가 시급하다’는 뉴스 자막의 말에 화가 치민다. 1초? 1초라고! 벌써 72시간도 더 지났는데 1초라니,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같은 말이라 허망하다.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소식에 울음이 차오르더니 눈물이 뺨을 흐른다. “선실이 더 안전합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아, 빌어먹을 안내방송!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런 참담한 안내를 했단 말인가. 아이히만처럼 끔찍이도 순응적인 선원의 무지 탓일까. 상황파악과는 도무지 거리가 먼 선장의 무능한 판단력 때문일까. 공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기적인 리더십의 소산일까. 답답하다, 정말. 2. 오늘은 지인들과 와인박람회에 갔다가 저녁에는 와인 시음회를 하려던..

무엇이 암을 이겨내게 하는 걸까?

1. 어제는 친구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몸이 아파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기차를 놓친 친구를 20분 정도 기다렸다. 홀로 병원을 둘러보았다. 낯설어서가 아니다. (그간 많이 익숙해졌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다. 이른 아침과 야간 시간을 제외하면, 아산병원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곳엔 환자와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우리는 자신이 머무는 곳만 인식하며 산다. 회사에 있으면 평일날에도 롯데월드와 남이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지를 모른다. 나도 유럽여행을 하면서야 배낭여행자들이 참으로 많음을 깨달았다. 당연했다. 유럽 배낭여행자들을 한국에서는 만날 순 없을 테니까.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세상의 실체가 아니다. 저마다의 인식..

어느 새벽에 맞은 '삶의 비평'

1.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나이를 따지며 찾아오는 건 아닐 것이다. 아직은 젊은 나도 종종 그런 생각을 맞이한다. (내 마음이 강인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긴 하다.) 한 해가 저물어갈 때나 여자 친구랑 심하게 다퉜을 때가 그렇다. 이건 예전의 일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나서도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바로 어제의 일이다. 영화의 제목은 . 콩가루 집안의 지극히 불행한 모습을 담은 영화에 나는 깊이 공감했다. 우리 집안이 영화 속의 가족과 비슷해서가 아니다. 잘 산다는 것,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의 힘겨움을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다. 공기 좋은 산 속에서 심호흡을 하여 산소를 폐 속으로 흠뻑 빨아들인 것처럼, 영화의 메시지가 내 몸 속 깊숙이 들어찬 느낌이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봄바람과 함께한 문학 수업

1. GLA 강좌를 수강하는 이들과 함께 봄 나들이를 떠났다. 봄꽃도 구경하고 수업도 진행하는 세나절 동안의 여행이었다. 출발지는 안국역 1번 출구 앞 스타벅스. 우리는 다섯 동네(순서대로 안국동, 소격동, 삼청동, 가회동, 계동까지의 동네)를 거닐었다. 윤보선길을 따라 정독도서관까지(삼청동), 정독도서관 맞은 편에 있는 아트선재(소격동), 정독도서관 좌측 골목길에서 삼청동 카페 골목 가는 길(삼청동), 삼청동 주민센터로 맞은 편 골목 사이로 난 오르막을 올라 북촌 한옥마을(가회동)을 걸어다녔다. 마무리는 서울중앙고등학교 정문 앞 계동길(계동). 2. 인사동, 삼청동, 계동에는 볼거리와 맛집이 많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명소다. 추천하는 맛집을 꼽아 두자면, 백년이 넘는 전통의 '이문설렁탕'(인사동네거..

유쾌한 아침, 독서계획, 변경연 여행

1. 기분 좋은 아침이다. 무엇 때문일까.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 것, 간단하게나마 보일러실을 정돈한 것 그리고 와우들의 GLA (인문 강좌) 독서 과제를 읽은 것이 유쾌한 아침을 만들었다. 세 요소가 조화를 이룬 덕분이지만, 특히나 수강생의 독서 과제가 준 즐거움이 컸다. 기한을 놓친 이들도 있지만, 제출한 과제들이 충실했다. 학생들의 성실한 학습 태도는 선생의 기쁨이다. 4월의 과제 주제는 르네상스 문학이다. 수강생들은 4주 동안 셰익스피어의 희곡 3편과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어야 한다. 지난 주엔 『햄릿』을 읽었다. 저마다의 독서 리뷰를 읽으며 즐거웠던 것은 질문이 살아있는 리뷰가 많았고 특히나 한 분은 수업 내용 중 특정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고 회의하는 태도야말로 인..

어느 봄날의 오후

나는 뜻밖의 개인 시간을 사랑한다. 어느 봄날, 오후 일정 하나가 갑작스럽게 취소되어 내게 덩어리 시간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지나가던 행인이 내게 불쑥 5만원을 쥐어준다면, 이런 기분일까? 약속한 이와 함께하지 못함이 아쉽지만, 뜻밖의 자유 시간을 누리는 맛은 무척 달콤하다. 내 마음엔 두 개의 방이 존재한다. 아쉬움은 이곳, 설렘은 저곳, 이렇게 서로 다른 감정을 담아두기에 좋다. 하나의 병 속에 든 물과 기름처럼, 마음 속 두 감정을 모두 느끼면서도, 서로 다른 방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다. 몇 안 되는 내 장점 중 하나다. 여느 때 같으면 불쑥 주어진 시간에 연구실로 돌아가거나 인근 카페에 앉아서 일에 빠져든다.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포근한 봄 햇살과 알싸한 꽃내음이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향..

2014년 6월 4일에 해야 할 일

1. 오늘자 신문을 보니 서울시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100문 100답이 실렸다. (중앙일보 3월 29일자) 조선시대에는 서울시장에 해당하는 관직을 '한성판윤'이라 불렀단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1133명의 한성판윤 중 우리가 아는 분들도 많다. 황희 정승, 오성과 한음의 한음 이덕형, 암행어사 박문수 등이 한성판윤을 거쳐갔다 한다. (거쳐갔다는 표현을 쓴 것은 한성판윤의 평균 재직기간이 5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들어가는 서울시장은, 국방과 외교권만 없는 소통령이 비유된단다. 대권 후보로 가는 발판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그 중요한 서울시장을 올해 뽑는다. 서울시장 및 지방선거일은 6월 4일이다. (법정공휴일임을 확인하며 기뻐한 것이 나의 정치의식 수..

좋은 삶은 좋은 하루를 사는 것

1. 어제(22일)는 피곤한 하루였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 40분까지 "인문학,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청중들은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그것이 내게 기쁨이다. 마음은 즐거웠지만 몸은 피로했다. 강연에 몰입하는 날은, 내가 강연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강연이 나를 이끈다. 강연 중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이 강연 종료와 더불어 몰려든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강연 후에는 와우팀원의 출간기념회가 있었다. 이제 막 저자가 된 창연에게, 2시간 30분 동안 오롯이 관심을 주었다. 다른 와우들도 그러했으리라. 모든 정리가 끝나고 나니 10시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양치질만 하고서 차를 몰고 나섰다. 변화경영연구소 9기 연구원들의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화도로..

어김없이 피었다 지는 봄꽃

아침 미팅이 있어서 일찍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을 석촌 호수길로 택했다. 호숫가를 걸었다. 꽃봉오리가 올라왔을지도 모른다는 거란 생각으로 가지마다를 살폈다. 벚꽃은 아직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울에서의 벚꽃 절정기는 4월 15일을 전후한 날들이다. (아래 그림 참조) 나의 경험에 따르면, 석촌 호수 벚꽃길은 서울시내 명소다. 계단을 올라오니, 아직은 옅고 작은 노란색 꽃봉오리가 보였다. 개나리였다. 주말에 다시 와서 보아야겠다. 2~3일이면 꽃을 틔울 것이다. 나는 갓 피워올린 그 싱싱한 생명을 목격하고 싶다. 향기에 취하고 자태에 넋을 잃고 싶다. 마테를링크의 『꽃의 지혜』라도 읽으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싶다. 계절마다 어김없이 피었다 지는 봄꽃! 피고 짐은 순간이다. 과거의 미래 사..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밤

1. 고향 후배들이 연구실에 오기로 했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서 설레였고 기다려졌다. 수년만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서둘러 일정을 마무리하고 연구실로 향했다. 사실 마무리가 아니라 도주였다. 오늘 난 강연회에 참석했었고, 자리를 뜰 때엔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 강연자는 하버드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해피어』, 『완벽에의 추구』 등의 저자 탈 벤 샤하르였다. 서둘러 오기엔 조금은 아까운 기회들이었다. 강연회를 모두 듣고 와도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먹을 거리와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고 싶었다. (외국 강사의 통역 강의는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결정에 한 몫을 했다.) 나는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어떤 와인을 딸까? 와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