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전화불통, 위로메일 & 와우들

1.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하루 이틀 전의 일은 아니다. 일주일이 넘었나, 일주일 즈음 되었나? 잘 모르겠다. 어느 날엔 핸드폰이 터치 인식도 못한다. 장애가 생긴 게다. 그러다가 이튿날엔 거짓말처럼 잠시 제대로 작동하기도 한다. 나를 놀리나, 묘한 기분이 든다. ^^ 자체 기능에는 손상이 전혀 없지만 종종 주인의 터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라니, 이것은 도대체 무슨 장애란 말인가. 나는 손가락 끝으로 끊임없이 터치한다. 첫화면을 열러달라는 신호다. 녀석은 묵묵부답, 요지부동이다. 주인과의 교감의 실패한 이 녀석을 어찌한다? 제 주인을 닮은 것 같아 미워할 수가 없다. 2.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서 두 통의 메일이 왔다. 라는 글을 읽고서 고마움을 전해 온 것. '마음편지'에는 회신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조르바 원고쓰기의 어려움

지난 주에 이어 벌써 2주째다. 화요일은 조르바 원고를 보내는 날이고, 오늘이 화요일이다. 지난 주엔 세 시간 넘게 책을 고르다가 결국 포기했다. 제작자에게 미안하다는 메일을 보냈고, 이튿날 오전에야 원고를 보냈다. 마감일을 넘겼다. 이번 주에도 흘러가는 양상이 비슷하다. 오전에 세 시간 가까이 보냈지만, 아직 원고로 쓸 책을 고르지 못했다. 이크. 이거 큰일인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자 조바심까지 더해졌다. 조바심은 일을 완성하기보다는 그르치기에 좋은 징조다. 원고 마감일을 넘길 때마다 자책감이 든다. 프로답지 못하는 생각들이 얼마간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세상에는 마감일을 철저히 지켜내는 작가들도 많다. (그렇지 않은 작가들이 더 많기를 바란다.) 나는 그렇지 못한 작가다. 마감일을 철저히 지..

생면부지의 교수님을 그리며

1. 김진경 교수님의 , 그리스 역사를 알고 싶다고 물어오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전문적으로 공부하든, 취미나 호기심으로 읽든, 유익을 주는 훌륭한 책이다. '그리스' 역사에 대해 단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꼽는 책. 2. 내가 왜 이럴까. 와우팀원의 리뷰를 읽고서 김진경 교수님을 찾아 뵙고 싶어졌다. 책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있다. "언제나 열심히 읽고 전화까지 주는 고마운 독자들이 있었다. 나는 항상 그들을 의식하여 마음속으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책을 썼다." 나는 교수님 연구실에 잠깐 들러 좋은 책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만을 남기고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10분의 시간도 금쪽이다. 금쪼가리를 훔쳐오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저리 인삿말만 전해도 족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때의..

[CF] 긍정, 창조의 시작

현대그룹 CF 에서 건져올린 창의성을 키워주는 주옥같은 멘트들. 할 수 있다는 두 생각이 만나 더해지고 부딪히고 반응한다. 창조의 시작은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방향이라도 서로 다른 목표를 가졌더라도 새로움을 향한 긍정만 있다면 좋다. 더 많이 긍정하고 더 많이 만나게 하자. 창조에는 융합이 필요한데 이질적인 것들의 융합에는 회의적 시선이 몰려든다. 그 때 필요한 것이 긍정! "긍정. 창조의 시작"이라는 말, 참 좋다. 멘트마다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영상과 이미지는 또 어떠한가! 자꾸 보게 되는 CF다.

우선순위, 독서 & 가을단풍

1. 요즘 피로감을 달고 산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정이 많아졌고 시간 날 때마다 공부를 열심히 했던 탓이다. 잠이 부족했거나 (최근 이틀엔 7시간 30분씩 잤다), 휴식 없이 일만 했던 것은 아니다. 결정적 이유는 아닌 셈이다. 피로의 더욱 큰 이유는 어깨 때문이리라. '회전근개손상'이 원인인데, 이 녀석을 치유하는 일에 신경을 써야겠다. 남은 올해를 잘 보내기 위한 높은 우선순위의 일이다. 참고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 유니컨들과의 일대일 면담 - 플로라이팅 멤버들과의 일대일 피드백 - 탈고 - 손상된 회전근개 치료 - 현금흐름의 정상화 2. 요즘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구입해야 할 장서 리스트도 너무 많다. 주머니는 텅 비었고, 읽은 시간을 부족하다. 이것은 읽어야 한다는 의..

꿈, 호전된 친구 & 강의력

1.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아있는 두 번의 꿈을 꾸었다. 이틀 전 월요일 새벽에는 두꺼비가 나오는 꿈이었다. 내가 손으로 건드렸나, 아니면 그것이 잠든 내 얼굴에 닿았었나, 아무튼 나는 봉투 하나를 건드리게나 닿게 되었고 화들짝 놀란 나는 그 봉투를 밀쳐냈다. 봉투 안에서는 작은 수박만한 엄청난 크기의 두꺼비가 튀어나왔고 나는 몹시 놀랐다. 놀라움의 일부는 약간의 두려움이었다. 소스라치면서 무언가를 들고 두꺼비를 한 번 밀쳐내다가 깼다. 오늘 새벽에는 친구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고 신랑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꿈을 꾸었다. 덤덤한 아내의 말투도, 갑자기 사망했다는 사실도 모두 비현실적이었다. 꿈이라서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었다. 꿈 속의 나는 현실을 살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신기한 꿈이었다. 액자형식의..

정신없이 보낸 이틀을 돌아보며

1. 순식간에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이 지났다. 입원 중인 친구가 내게 전화하여 비보를 전해 준 것은 금요일 오후였다. 나는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서 녀석을 차에 태웠다. 그가 홀로 힘겨워할 것이 뻔하여, 병원에서 외출시켜 나의 일정에 합류시킨 것이다. 우리는 인사동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친구와 잠시 헤어진 나는 안동에서 온 귀한 손님을 잠시 만났다. 그리고서 다시 친구를 만나 이후의 시간을 쭈욱 함께 보냈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친구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잠을 잤다. 피곤했는지 친구가 편하게 잠드는지도 모른 채, 침대 옆 보조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토요일 아침에 먼저 눈을 뜬 덕분에 친구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통없이 곤하게 잔다. 그랬기를 바라는 내 마음 뿐인지도 ..

아! 이 자유, 이 고요.

저녁에 홀로 와인을 마셨다. 집에서 편하게. 아! 이 자유, 이 고요, 이 평온. 하루종일 신경 쓰던 일도 이 순간만큼은 잊고 향에 취하고 와인에 녹아든다. 오늘은 요리를 해서 와인과 함께 먹었다.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의 하나, 라고 생각하는 그네들처럼 와인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마리아주를 생각하게 된다. (마리아주 : 결혼, 결합을 뜻하는 프랑스어 mariage. 와인과 음식의 어울림을 뜻함.) 와인은 즐기는 술이고, 마리아주는 더욱 잘 즐기기 위한 것이다. 즐거운 기분과 분위기가 최상의 마리아주를 만든다. 이것이 마리아주의 정신이다. 마리아주의 기본 지식도 있다. 기본은 육류엔 레드, 생선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는 것. 나물이나 튀김에는 소비뇽 블랑이 제격이고, 스테이크에는 묵직..

전남대, 강의력 실습 & 피드백

1. 전남대학교에서 개설되는 교양강좌 의 첫수업을 매학기마다 진행해왔다. 벌써 6년째다. 매년 불러주는 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도, 그리고 어제 전라도 광주로 내려가는 KTX 안에서도 문득 문득 그랬다. 일상 속에서 고마움을 잡아채어 느낀다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느낀다. 기분이 좋다. 인기가 많은 강좌라 두개의 분반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처음으로 반 하나를 더 늘려서, 세 분반이 되었다. 같은 강의를 세 번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전할 '강연 주제'에 함몰되면 같은 강연을 세 번 한다는 것은 지루한 고역이 될 테지만, 내 앞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집중하면 세 번의 강연은 곧 세 번의 축제가 된다. 과장과 거짓된 마음은 없다. 그들의 눈은 정말 초롱했고, 나는 진정 ..

수치심, 공감 & 렉티오 리딩

1. 오늘은 9월 11일. 십이 년 전 오늘, 미국사에 길이 남을 아니 세계사에도 오래 기록될 참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9.11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어제 경험한 괴로운 사건의 후유증을 느끼며 어제와 오늘을 보내야 했다. 나는 일이 커질까 봐 겁이 났다. 상황은 5시간 남짓 만에 종료되었다. 사건이 더욱 커지지 않고 잘 합의된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내 모습이 심히 부끄러웠다. 개인사적인 참사라 할 만큼 끔찍한 일이었다.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갱생해야 한다. 6.25와 같은 날은 기억해야 할 네거티브 기념일이다. 사실 이런 날은 기념하기 위한 날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한 날이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에 교훈과 현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