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벚꽃처럼 살다가신 선생님

밤 11시가 넘은 시각, 나는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발인미사와 화장식 그리고 유골안치를 마치었던 날(4월 16일)이었고, 저녁에는 살롱9에서의 강연까지 진행했던 날이라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던 즈음이었다. 3박 4일 동안 진행된 선생님의 조문과 장례식이 끝난 즈음에 강연까지 해야 했으니 지칠 만도 했다. 집앞 거리에서 나는 벚꽃터널을 만났다. 인도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이 만든 짧은 터널이었다. 가로등 불빛 덕분인지, 벚꽃의 내음 덕분인지 터널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선생님이 떠올랐다. 당신은 꽃처럼 아름다웠고, 떠난 후에 당신의 향기를 남기셨다. 봄날에 가신 것 또한 당신다운 떠남이라고 생각했다. 벚꽃인지, 선생님인지 내게 말을 걸었다. "이 녀석, 수고했구나..

선생님을 떠나보낸 후의 감정들

구본형 선생님이 소천하신 4월 13일 토요일. 슬픈 소식은 이내 연구원들에게 전달되었다. 나는 소식을 전해 준 이와 전화 통화를 하고서도, 그리고 돌아가셨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 늦은 저녁 식사를 막 마치려던 참이었고, 함께 밥을 먹었던 교회 후배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다. "형, 지금 바로 가 보셔도 돼요"라는 말에 "괜찮다"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괜찮지 않음을 곧 알게 되었다. 밤 11시, 강남성모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였다. 내 삶에 벌어진 일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때에는 운전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병원에 도착했다. 11시부터 조문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현실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꿈 속의 장면처럼 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포스팅

나는 지금 뭔가를 끼적일 수 밖에 없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느니 밀린 일을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오전부터 일을 손에 잡고 있었지만, 일은 마치 미꾸라지처럼 내 손을 빠져 나갔다. 오전 시간을 하릴없이 허투루 보냈다. 열일 제쳐두고 글 하나를 끼적이기로 했다. 글쓰기는 힘이 들 때마다 내게 힘을 주고 내 삶과 화해하도록 도와 주니까. 그러니 나는 오늘 오전에 일어났던 나의 일상을 적어 포스팅하련다. 아! 글을 쓰고 나면 오늘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의지 한 웅큼이 생겨나기를! 메일함을 열었더니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이 공유한 선생님 강연 동영상이 와 있었다. 나는 선생님의 동영상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질 테니까. 오늘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더 이상 미..

구본형 선생님 약력과 저서들

* 구본형 선생님 추도식에서 약력보고를 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과 선생님의 공적을 발표하는 순서라, (추도문과 구별하기 위해)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지는 못한 글입니다. 잘 아는 내용들이지만, 기록 차원에서 남기고자 올려둡니다. 맨 아래 문단과 선생님의 저서 목록은 추도식에서는 시간관계상 발표하지 못했던 내용이네요. 선생님의 저서는 총 19권인데, 출간 연도 순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부 인터넷 출판사는 책의 출간연도를 잘못 표기한 부분도 있더군요.) 시처럼 살았던 우리시대 최고의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시처럼 살았던 우리시대 최고의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은 1954년 1월 15일 충남 공주 출신으로 서강대와 동 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셨고 한국IBM에서 20년간 근무하셨습니다. 2..

아침이 상쾌한 삶을 위하여!

잠을 많이 자는 요즘이다. 매일 7시간에서 7시간 30분씩 잔다. 깨어있는 시간을 최대한 잘 보내자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나, 건강한 컨디션으로 지내고 싶다는 바람이 커진 덕분(?)이다. "건강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며 잠은 행복을 위한 조건이다"는 에머슨의 말에 격정적으로 공감해서 그런 걸까? 예전과는 달리 잠자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잠을 많이 자면 시간이 아까웠지만, 지금은 건강에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언젠가부터 팔을 돌릴 때마다 어깨 관절에서는 뚝뚝 소리가 났다. (병원에 갔더니 회전근개가 손상되어 그렇단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몸이 무거운 날이 많았다. 나는 이런 상태를 바꾸고 싶었다. 아침이 상쾌한 삶! 이것을 회복하고 싶었다. 다음은 내가 생각해낸, 상쾌한 아침..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집 안이 엉망이다. 일정이 많아 바쁘게 지낸다는 뜻이다. 질서와 정돈은 내 삶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러니 여유시간이 없을 때, 내 공간은 곧잘 어지럽혀진다. 누구나 자기 기질대로 살아가기 마련이고, 인생은 자신의 주인을 닮아가는 법이다. 정리정돈이 내 기질의 자연스러운 발현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해가며 정돈된 모습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일을 하는 사이사이에 나는 물건들을 제자리로 치우거나 정돈하면서 쉰다. 한두시간 일하고 10분을 쉬면서 간이청소와 정리정돈을 함으로 근육을 움직인다. 이것은 짧은 운동이면서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작은 노력이다. 주말이면 일주일짜리 만큼 어지럽혀진 곳을 위한 주말청소를 한다. 주말청소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주중에는 하지 않은 신문지로 거울..

작은 것부터 실천해나가는 한달

1.살아가는 속도가 다른 두 친구가 손을 맞잡고 행진을 시작했다. 그들의 이름은 '주(week)'와 '달(month)'이다. 나도 그들의 행진에 보조를 맞추련다. 힘차고 명랑하게 행진하련다.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지만, 한 달후의 나는 '행복한 달'로 기억하고 싶다. 내 인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3년'의 4월에, 나는 '살아있고' 싶다. 새달 첫날 아침에 다짐한 내용이다. 이것이 포스팅의 핵심내용이고 아래 글은 그런 다짐을 하게 된 연유와 다짐 후에 오는 생각들을 적은 것이다. 계속하여 글을 읽어주신다면 나야 고맙겠지만, 여러분에게 더욱 중요한 일은 글을 읽는 것보다 여러분도 '멋진 4월'을 보내기로 결심하는 것이리라. 결심대로 힘차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 ..

어떤 강연 후에 찾아온 감정들

적어도 강연 시간 중에는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 준비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 열심히 따라와 준 참가자 분들에게 대한 고마움. 자신감이 없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참가자 분들을 향한 서운함.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끼며 2시간씩 3일 동안 이어진 강연을 마쳤다. 이 시원함! 아, 그리고 묘하게 밀려드는 아쉬움. 첬째날, 둘째날 모두 꽤나 힘들었는데 강연을 마치고 나니 그 힘듦까지도 보람과 의미로 다가왔다. 동시에 참가자 분들을 위해 더 좋은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럴 수가! 내가 아쉬움을 느낄 줄이야. 이런 힘든 교육을 끝내고 어서 나의 사무실로 돌아가고만 싶었는데, 그리고 나를 찾는 이들 앞에서만 교육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쉬울 줄이야! 둘째날..

조바심과 여유가 공존한 하루

1. 급하게 달려와 롯데시네마 매표소 앞에 섰다. 파바로티 하나 주세요. 직원이 되묻는다. 파파로티요? (파바로티 아닌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네. 파파로티요. 나는 표를 받아 들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티켓에 적힌 제목을 보니 였다. (영화를 보고서 검색하니, 파바로티가 맞았다. 비싼 저작권 때문에 영화제목을 파파로티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영화관 좌석에 앉아 시간을 확인하니 9:54분이었다. 사무실에서 9:45분에 나왔으니 9분 만에 이동한 셈이다. 영화 상영 전 광고를 보며 '잘 왔다' 하고 생각했다. 번개처럼 서둘러 온 연유는 이렇다. 매주 월요일 아침엔 조조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 첫 시작이 이번 주였지만, 일하느라 실천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요일로 미뤘었다..

몸살 덕분에 삶을 생각하다

눈을 떴지만 몸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밤새 온 몸이 납덩이라도 된 마냥 무거워졌고, 통증의 지점이 분명하지 않았지만 팔다리가 쑤셨다. 고통을 잊고 싶어 다시 잠을 청했다. 고통 때문에 쉬이 잠들지 못했다. 뒤척이고 끙끙대기를 반복하다가 잠들었다. 두어 번 깰 때마다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통증 완화제의 역할을 해내는 잠을.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밤 12시가 다 되어 잠들었으니 무려 18시간이나 몸져 누워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었던 적이 언제였나. 어쩌면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도 없으니 내 기억이 맞을 것 같다. 지난 주, 나는 그렇게 3박 4일 동안 몸살을 앓았다. 아픈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다. 소리 없이 잘도 지나갔다. 시간이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