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어느 여유로운 주말 하루

1. 오늘도 18분 동안 낮잠을 잤다. 낮잠에 익숙해지면서부터 난 단 18분의 시간에도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잠드는 시간 2~3분을 제외하면 15분 정도의 오침을 취하는 것이다. 15분 낮잠은 수개월 동안 지켜가고 있는 나의 건강 습관이다. 낮잠을 자면, 학습 능력이 좋아지고 심장 질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낮잠을 잘 자야 한다. 낮잠은 15분 정도가 좋다고 한다. 30분을 넘게 자면 무기력해지거나 밤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자는 것이 좋다. 나는 안대를 하고 한다. 눈이 어두워야 잠이 쉽게 들기 때문이고 눈 피로 회복에도 좋기 때문이다. 수면에 들 무렵에는 청각이 예민해지기에 듣던 음악의 볼륨도 최대로 낮춘다. 낮잠에서 깨는 순간도 ..

책을 이야기하는 남자, 앱 소개

라는 아이폰 앱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매주 두 편의 글로 좋은 책을 소개하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책을 선정한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쉽거나 재미있을 책 그리고 유익이 가득한 책. 15년 동안 독서하면서 내게 도움과 울림을 주었던 책을 골랐습니다. 무엇보다 탁월한 이류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즐겁게 작업했답니다. 이류교사의 역할은 명저와 독자 사이에서 중재자로서 훌륭한 지성을 만나도록 돕는 것입니다. 독자에게 적절한 지성을 소개하려면 독자를 알고 또한 책을 알아야겠지요. 나의 지적 생산품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내게 책임이란, 좋은 책을 소개하기 위한 노력, 독자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www.zorbandemian.com 앱의 홈페이지 주소입..

세계 책의 날 기념하기

그냥 넘어가려니 허전하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할 말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계 책의 날' 말이다. 1995년 유네스코 총회는 매년 4월 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정식명칭)로 정했다. 무엇을 위함인가? “유네스코는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제도를 통해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기념일은 독서와 저술 및 이와 밀접히 연관된 저작권의 증진에 기여하면서, 책의 창조적, 산업적, 정책적, 국내적, 국제적 측면 등 다양한 면모를 끌어내는데 그 목적을 가지고 있다.”(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책을 많이 읽자 그리고 지적 소유권을 보유하자. '세계 책의 날'을 정한 까닭이다.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 축제일인 '세인트 조..

꿈꾸는 대로, 나만의 속도로

1. 한 달 가까이 블로그에 시간을 주지 못했네요. 장기 여행을 떠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몇 주 연속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한 적이 없는데, 제 부재를 궁금해하신 분들이 계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당신께 깊은 감사함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과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믿으니까요. 오늘부로 2~3일에 한 번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 합니다. 5월부터는 좀 더 자주 글을 쓸 것입니다. 휴지기를 통해 에너지를 얻었으니 여러분에게 전해질 기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에너지가 떨어져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에너지를 얻으려고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의 나는 생기가 넘치는군요. ^^ 2. 그간 책을 한 권 썼습니다.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한 5가지 자기철..

물결치는 허벅지 근육 감상기

1. 휴일 오전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을 때였다. 나는 글을 쓰던 중이었고, 시계바늘은 오전 9시 45분을 가리켰다. 차창 밖 잠실대로에서 호각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매주 휴일이면 잠실 롯데마트, 키즈니아 등으로 진입하는 차량들로 뒤범벅이 되는 곳이다. 교통경찰들의 호각이려니 했지만, 그것은 오후에나 벌어지는 일이다. '아직 차가 막힐 시간이 아닌데...' 하는 호기심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았다. 잠실대로가 한산했다. 잠실역에서 갤러리아팰리스에 이르는 도로를 통제하는 교통결찰이 보였다. '와! 마라톤이 있는가 보네.' 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동아마라톤대회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를 표시하는 골드라벨로 승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1년 개최된 국제마라톤대회 중에서 골드라벨 대회는 16개..

다시 책을 쓰기 시작하다

1. 글을 쓰는 공간은 공장이기보다는 창작소다. 시간이 주어지면 물건을 팡팡 찍어내는 공장처럼 글을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창작의 소산이다. 창작이란 말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힘겨운 과정이 묻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글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 쓰는 일을 특정인만의 영역으로 성역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가 힘겹다는 사실을 말한 것 뿐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모든 인생에는 책 한 권 즈음이 될만한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면 영감이 떠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을 포함하여) 날마다 기계적으로 글쓰기에 임하는 사람이 직업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쉽지 않은 '글쓰기'를 날마다 해야 한다는 점이 작..

뜻밖의 시간이 준 행복

1. 독서강연을 시작하며 양해를 구했다. 급하신 일이 아니시면 20분 늦게 끝마쳐도 괜찮으시냐고. 이왕 오신 김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그리고 덧붙였다. 저는 청중의 반응을 영민하게 알아차리는 편이라 여러분들이 강연을 시원찮다고 생각하시면 제가 알아서 정시에 마치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에 띌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2. 강연은 양해를 구한 대로 예정된 시각보다 20분을 더하여 9시 50분에 끝났다. 한 두 분이 강연장을 빠져나가셨다. 그리고 뜻밖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자리에 앉아계신 열 두 분이 번갈아가며 내게 질문을 하셨고, 나는 질문들에 정성껏 답변 드렸다. 다행하게도(^^) 내가 답변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질문하셨다. 강연 때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를테면..

두 양식을 맛나게 먹은 저녁

1. 어제는 후배 연구원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친하게 지낸 사이였지만, 이미 강연 일정이 잡혀 있었다. 결혼식 참석을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강연이 취소되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달래는데 애를 먹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은 원래 가지 못했던 거였고, 가야 하는 강연이 취소되었으니... 와! 나만의 시간이 생겨났네.' 결혼식에 가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혼자 있고 싶은 열망이 더 컸다. 연구원 동문회장으로서의 역할 중 하나로서도 경조사 참석은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혼자 만의 시간도 갖고 싶었다. 2. 결혼식 20분 전에서야 집을 나섰다. 고민을 거듭하느라 참석을 결정한 게 다소 늦었던 것이다. 결정한 이후에 신속하게 움직였지만, 샤워를 하고 모처럼만에 ..

나의 간략한 독서여정

1. 나는 그녀를 환경운동가 혹은 사회운동가로만 알아왔다. 인권 문제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04년에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한 '아룬다티 로이' 말이다. 그녀를 환경과 연결시킨 것은 2003년에 『생존의 비용』을 읽었기 때문이고, 사회운동가로 생각한 것은 미국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에세이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도 양심적 지성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룬다티 로이의 비판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고종석의 글을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최근 10년 사이에 미국의 주먹(군사적 신보수주의)과 보자기(경제적 신자유주의)에 맞서 가장 열정적으로 펜을 휘두른 논객"으로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같은 원로들과 함께 한 세대 젊은 아룬다티 로이를 꼽았다. (『고종석의 여자들』아룬다티 로이 편) 하지만 아룬다..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착각들

1. 오랫동안 양준혁 선수를 좋아해 왔다. 그가 삼성에서 LG로 이적당할 때 열받았고, 그가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기뻐했다.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기를 염원했고 그가 은퇴할 때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가 없는 프로야구가 아쉽다. 그리고 그립다. 야구장에서 빠라빠빠빰 위풍당당, 빠라빠빠빰 양준혁! 을 신나게 외쳐대던 때가. 왠지 양준혁 선수를 만나면 그도 나를 반가워할 것 것만 같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른다. (놀랍게도 그는 내가 다녔던 회사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난 외근 중이었던가 퇴사한 이후였던가 그랬다). 어쩌다 나는 그가 나를 반가워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연예인이 마치 지인처럼 느껴지는 이 느낌 말이다. 2.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 『불안』,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