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주위를 둘러보니

1.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사는 공간이 보인다. 잠실 사무실을 얼마 전에 동교동으로 옮겼다. 친구가 세상을 떠난 사건과 맞물려 아쉬움과 설렘은 맛보지 못했다.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주거지를 향한 설렘 없이 지내왔다. 이곳은 사무실이 아닌 작업실로 부르기로 했다. 사람들과 함께 회의하고 수업하는 일보다는 홀로 글을 쓰고 공부하는 곳으로 바꾸자는 생각으로 평수를 좁혀서 이전했던 것이니까. 작업실은 곧 주거공간이기도 하다. 더 많은 살림들이 양평 집에 있지만, 거주하는 곳은 이제 동교동 작업실이다. 다시 시선을 둘린다. 낡은 소파베드가 놓였고, 자주 나를 유혹하는 와인셀러와 와인잔들도 한쪽을 차지했다. 이 작은 공간을 가장 많이 점거한 놈들은 책이다. 책장에 약 700권이 꽂혔고 몇 권은 책 상과 소파 옆에..

피곤함, 인간관계 & 프루스트

1. 자주 피곤함을 느낀다. 행복을 요리하는 중이라면, 최고의 재료는 '건강'일 것이다. (재료가 있을 때엔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를.) 먹거리에 늘 신경 쓰는 편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아니, 문제는 없을지도! 체력이 부치는 건, 여름을 나는 중이거나 내가 5년 전보다 나이를 먹은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현상을 인지했으니,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삼계탕이라도 먹을까 보다. 피곤함의 증거 : 잠들기 전 하던 잠깐의 운동도 거르게 된다, 낮잠 시간이 길어졌다. 나름의 해결책 : 주 1회 보양식 먹기, 8월 동안 칼로리 섭취 늘리기, (실험삼아) 운동량도 늘리기. 2. '인간관계 너비를 늘리고, 깊이를 더하자.' 요즘의 화두다. 올 한 해 새롭게 만난 사람이 있나, 하고..

인간적이고 행복한 그리고...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다보니 종종 그가 떠올랐다. 서민들과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대통령 또는 가장 다양한 포즈를 취한 대통령을 꼽는다면 그가 1등이지 않을까? 어젯밤 그의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1시간은 족히 보는 동안, 그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롭고 따뜻하게,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멀리서라도 뵌 적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잠깐 뒷모습이라도 뵙고 싶다. 저토록 인간적인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 http://www.youtube.com/watch?v=UGZ74tUrR0w 내 감성 탓인지, 그리움 탓인지, 밤이어서인지... 그도 그립다. 근사한 목소리, 그윽한 눈빛, 행복한 미소를 3중주로 수업을 진행하던 모습도 떠올랐고, 함께 유럽으로, 뉴질랜드로..

그리움의 크기

그리움을 만나는 곳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지 얼마나 함께 시간을 보내었는지 얼마나 자주 서로에게 전화했는지 그 빈도가 그리움의 크기다. 그와 함께 걸었던 길 그와 함께 차를 마셨던 카페 그와 맛나게 식사했던 음식점 그 공간이 그리움의 탄생지다. 자주 전화를 걸었던 장소도 있고 자주 전화했던 시간대도 있다. 살다가 그 시간, 그 공간을 지나칠 때 나는 그리움과 만난다. 그리움을 만나는 곳은 많다, 슬프다. 2014년 7월이 슬픈 건, 아직은 무심히 지나치지 못해서다. 오늘 잠실역에 갔더니, 그가 떠올랐다. #. 1기 유니컨 수업 장소로 가려고, 석촌 호숫가를 걷다가 느낌 감상이다. 수업 후, 올 봄에 친구와 걸었던 석촌동 골목길을 찾아 갔다. ‘우리가 왜 그곳에 갔지?’ 길을 걸어도 기억나지 않았다...

슬픈 귀갓길

슬픈 귀갓길 새벽 두 시 반 늦은 귀갓길 또, 친구 생각에 깨버린 술기운 밤하늘 별빛마냥 그리움 초롱초롱 불야성 거리 따라 서글픈 터벅터벅 홍대 앞 밤거리엔 휘청대는 젊음들 저들 속에 뒤섞였던 젊은 날의 추억들 추억마다 함께했던 그 친구는 저 세상에 추억 나눌 사람 없어 내 마음도 저 세상에 #. 연일 술이다. 어젯밤엔 오랜만에 만난 연구원들과의 술자리였다. 대화를 듣던 중에도 불쑥 불쑥 친구 생각이 찾아오더니, 헤어지고서 집으로 가는 내내 친구가 그리웠다. 문득 데미안의 가 떠올랐다. 친구가 좋아했던 노래, 우리 인스펙션 모두가 자주 불렀던 노래! 나지막이 노래를 불렀다. 술에서 깼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www.youtube.com/watch?v=OwZUvIP2LZI #. 문득 자살충동을 느꼈다. ..

오늘은 한(恨)이었다

극한의 슬픔은 변덕이 심하다. 여러 가지 감정으로 변모하여 나를 휩쓸고 지나간다. 어떤 날엔 슬프더니, 다른 날엔 고통스럽다. 또 다른 날엔 억울하거나 두렵다. 오늘의 주된 정서는 ‘한(恨)’이었다.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풀리지 못하고 응어리져 맺힌 마음”이 한(恨)이다. 스스로를 달랜다. “무엇이 그리 원통하니?” #. 친구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친구가 진료차 서울에 올 때마다 무조건 만난다는 생각은 잘 지켰지만, 녀석이 대구에서 지낼 때엔 많이 못 갔다. 우울하다고 했을 때, 심심하다고 했을 때 자주 만났어야 했는데... 어제 평택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운전하다가 이렇게 울부짖었다. “상욱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상욱아, 미안. 그 때 내가 내려갔으면 함께 시간도 보내고 이야기도 나누었..

그리운 유머

#. 내 친구 박상욱은 배우 현빈을 좋아했다. 어느 날, 일곱 살배기 큰 딸에게 말했다. “아빤 이제 현빈 할란다.” “응? 현빈이 누구야?” “진짜 멋있는 배우, 현빈이라고 있어.” “그럼, 아빠는 박현빈이야?” 딸아이가 성을 붙일 줄이야! 현빈과 박현빈을 모르는 딸 앞에서, 친구는 한참을 웃었다. 얘기를 전해들은 나도 폭소를 터트렸고. #. 그 날, 나는 소개팅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와 통화했다. “어땠냐?” “응. 말은 조금 통했는데 전반적으로 별로였어. 다시 만나고 싶진 않네.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야.”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니까 됐고, 다른 점은?” 나는 웃음보가 터졌다. 밤이 깊어가는 골목길에서, 매우 유쾌하게 웃었다. 녀석의 유모는 종종 내 하루를 위무했다. #. ..

친구 생각에 잠 깨어

불면(不眠) 친구 생각에 잠 깨어 꿈이냐 생시냐 따져 묻고 사별이 행여 꿈이 아닐까 희망하다 슬퍼지고 새벽 세 시 눈을 뜬 게 일주일 새 벌써 세 번 오늘 꿈엔 생각 말고 친구 한 번 만났으면. #. 거짓말처럼, 일주일 동안 세 번째로, 새벽 3시 정각에 잠을 깼다. 친구 ‘생각’을 하다가 깼다. 아마도 꿈이겠지만, 나는 ‘생각’인 것만 같다. 매우 사실적이라, 몽중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꿈 속 등장인물이 나 뿐이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무언가를 함께 한 것이 아니라, 나 홀로 주인공이 되어 친구를 생각하고 그리워했다. ‘이건 꿈에서 깬 게 아니다. 생각하다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모든 현실이 꿈은 아닐까?’ 잠시 현실과 꿈을 가려내기 위해 며칠을 되돌아보았다. 이내 현실을 인식..

휴식 같은 친구

김민우 내 좋은 여자 친구는 가끔씩 나를 보며 얘길 해 달라 졸라대고는 하지 남자들만의 우정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며 말해 달라지 그럴 땐 난 가만히 혼자서 웃고 있다가 너의 얼굴 떠올라 또 한 번 웃지 언젠지 난 어둔 밤길을 달려 불이 꺼진 너의 창문을 두드리고는 들어가 네 옆에 그냥 누워만 있었지 아무 말도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어 한참 후에 일어나 너에게 얘길 했었지 너의 얼굴을 보면 편해진다고 나의 취한 두 눈은 기쁘게 웃고 있었지 그런 나를 보면서 너도 웃었지 너는 언제나 나에게 휴식이 되어준 친구였고 또 괴로웠을 때면 나에게 해답을 보여줬어 나 한 번도 말은 안 했지만 너 혹시 알고 있니 너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 들어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zG0..

친구가 세상을 떠난다는 건

독백 친구야, 너를 추억하며 눈물짓고 슬픔을 달래려 시를 짓는다. 네가 떠난 후에 쓴 글들과 너를 그리워하는 시들이, 어제는 나를 위무했는데... 오늘은 허망하게 느껴진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네가 읽지도 못하는데... 친구야, 마음속엔 여전히 네가 존재하지만, 그 역시 무슨 의미란 말인가. 나 홀로 묻고 대답할 뿐인데... 아!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건 눈을 보며 나누던 대화가 끝나고 독백이 시작되는 것이로구나. #. “네 딸들에게 남길 동영상을 하나 찍자.” 생전의 친구에게 부탁했던 말이다. 오늘에야 깨달았다. 내게도 그러한 동영상이 필요함을. 왜 그때 나는, “친구야, 네가 그리워질 때마다 볼 수 있는 동영상 하나를 찍자”고 부탁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나는 22년 전에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