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사는 공간이 보인다. 잠실 사무실을 얼마 전에 동교동으로 옮겼다. 친구가 세상을 떠난 사건과 맞물려 아쉬움과 설렘은 맛보지 못했다.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주거지를 향한 설렘 없이 지내왔다. 이곳은 사무실이 아닌 작업실로 부르기로 했다. 사람들과 함께 회의하고 수업하는 일보다는 홀로 글을 쓰고 공부하는 곳으로 바꾸자는 생각으로 평수를 좁혀서 이전했던 것이니까. 작업실은 곧 주거공간이기도 하다. 더 많은 살림들이 양평 집에 있지만, 거주하는 곳은 이제 동교동 작업실이다. 다시 시선을 둘린다. 낡은 소파베드가 놓였고, 자주 나를 유혹하는 와인셀러와 와인잔들도 한쪽을 차지했다. 이 작은 공간을 가장 많이 점거한 놈들은 책이다. 책장에 약 700권이 꽂혔고 몇 권은 책 상과 소파 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