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어떤 기록은 나를 경영한다

요란한 날씨로 시작된 12월이다. 아침에는 눈이 제법 내리더니 정오 무렵에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오후에는 햇살이 얼굴을 내밀었는데, 화창한 하늘 사이로 가는 눈이 내렸다. 추위는 이 모든 것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종일 위력을 떨쳤다. 날씨처럼 하루 동안의 내 마음도 요동쳤다. 마음편지를 보내고서는 기분이 좋았고, 그 편지에 대한 회신을 받고서는 눈물을 글썽였다. 와우팀원의 블로그 컨설팅 후에는 뿌듯한 성취감을 느꼈지만, 예비 와우의 마음 아픈 일에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일 만날 이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가도, 바쁜 주간임을 알려주는 이번 주 스케줄 표는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사사건건에 대한 생각과 감정들을 적어본다. 느긋하게 내 일상을 만지고 다듬기 위해. 내게, 기록은 만병통치약이다. 어..

아름다운 가치가 깃든 메일

몇 주 전, 짧은 내용의 메일 하나가 왔습니다. 메일을 받았을 때의 제 반응은 기억 못합니다만, 두 문장을 읽는 지금은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여전히 제 아픔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마치 허기와 비슷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오는 배고픔 말입니다. 나는 회신을 보냈습니다. 이런 설명에 고맙다는 말을 더하여 메일을 보냈습니다. 제 끝인사는 이랬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자판기를 쿵쾅 두드리며 쳤던 구절입니다. (사족 하나 덧붙이자면, 저는 '항상' 건강하세요, 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항상' 건강한 사람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시 메일이 왔습니다. 메일 제목은 "고맙습니다"였습니다. 나는 2주 후, 오늘에야 회신을 보냈습니다. 메일을 보낸 이는 경남에 사는 어떤 ..

강사와 청중의 합작품, 강의

1. 오늘 강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성공은 나(강사)와 청중들의 합작품이다. 이것은 겸양이 아니다. 같은 내용인데도, 청중에 따라 강연을 말아 먹기도 하니까. 비용을 스스로 지불하고,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참여한 청중들은 열정적이다. 강사는 청중의 열정을 먹고 산다. 내가 잘 진행한 공도 있을 것이다. 독서 강연을 시작한지는 10년이 넘었고, 마이크임팩트에서도 벌써 5년째에 접어든다. 자발적 청중들에게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생겨났다. 방심은 금물이다. 독서 강연은 내가 좀 잘하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강연을 망치는 일을 경험한다. 나의 준비된 감각은 자발적 청중들에 한해서다. 기업체로 불려가 강연을 할 때에는 새로운 감각으로 준비해야 한다. 무슨 내용의 강연을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것이 요즘 나의 고민

어제 마셨던 와인으로 술병이 나 하루종일 고생했습니다. 약속은 지켰지만, 오히려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미루는 게 나을 뻔 했습니다. 대낮에 길거리에서 구토하는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야했으니까요. 먹은 게 없어서 맑은 물 뿐이긴 했지만, 그래도 '대낮의 길거리 구토'는 분명 충격적 비주얼이었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영화를 보자마자 예정되었던 밥도 먹지 않고 집에 갔습니다. 오늘 일은 언젠가 단편으로 써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은 뭘로 할까요? 대낮의 구토? 과잉 배려? 입으로 화단에 물주기? 귀가하면서 휴대폰으로 메일을 확인했더니 긴급히 회신해야 할 내용이 있더군요. 삼성카드에서 강연 요청 의뢰가 왔는데, 제 일정이 안 되니 '아쉽지만 불가하다'고 회신했습니다. 자주 가진 못하지만, 대기..

지금은 계획만 잔뜩이지만

1. JTBC 드라마 . 일찌기 눈밝은 이들로부터의 호평이 많았고, 에서 착안했다 하여 관심이 갔다. 10월 한달 동안 나 봐 둘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제 미뤄둔 글쓰기와 와우리더로서의 활동을 시작할까 했는데, 이 드라마가 자꾸 궁금해진다. 극작가 김수현과 소설가 이외수가 극찬했고, 시인 신경림은 사석에서 “요즘은 문학의 역할을 이 드라마가 하더라”고 말한 드라마다. 위시 리스트에 추가했다. 아니 Duty List인가? 어쨌든 목록은 , , 까지 세 개가 됐다. 2. "선배, 영화 봤어요?" 내 생각이 궁금하다는 연구원 후배의 물음에 내가 내놓은 말은, 무슨 영환데, 정도였다. 얼른 영화를 보고서 그 물음에 답하고 싶었다. 시시한 답변일지라도 내 의견을 내놓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당신에게 남은 시간

1. 유투브에서 이런저런 오디션 영상을 살피다가 문득 광고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삼성생명에서 만든 CF였다. 감동과 깨달음을 동시에 전하는 영상이라 생각되어 아래에 공유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 짧은 영상을 보며, 미디어의 힘, 동영상의 힘을 체험했다.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주는 영상이겠지만 모든 이들에게 감동적이진 않을 것이다. 가족에게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을 테고, 사회초년생들은 커리어 주기상 회사 일에 좀 더 매진해야 할 때고, 육아로 힘들어하는 젊은 아낙들에게는 잠시라도 육아의 긴장에서 해방되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유익할 것이다.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한 타이밍으로 널리 시청되었으면 좋겠다. 2. 지푸라기라도 잡자, 뭐 이..

허탈, 허망, 괴로움의 10월

1. 한 달이 지났다. 어떤 때보다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절친한 우정을 상실했던 7월이 잔인했다면, 지나간 자아를 잃어버린 듯한 10월은 괴로웠다. 몹시 허탈했고 많은 것들이 억울했다. 내게 일어난 일들이 허망하여 믿을 수가 없었다. 가끔은 믿을 수 없는 일들도 일어나는 게 인생이다. 종종 곽진언의 ‘후회’를 들었다. 처음 들었던 때처럼 종종 눈물을 흘려가며 들었다. 잠깐이나마 위로를 얻었다. 떠나간 우리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고 노래한 대목은, 곽진언의 어머니 작품이란다. 그 어머니를 찾아뵈어 손이라도 잡고 싶었다. 그 어머니의 엄마는 어떤 분이셨는지 듣고 싶었다. 2. 결국, 한달 동안 『인문주의를 권함』 원고는 전혀 만지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런 날도 있는 거라며 조바심 갖지 말라는데, 이건 조..

인생은 우리의 계획을 초월한다

1.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이별이라 슬픔에 잠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런 떠남에 분노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슬펐다. 그리고 화가 났다. 인생에도 너무 많은 괴로움과 슬픔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아서다. 무섭기도 했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슬픔을 겪고, 얼마나 많은 아픔을 만날 것인가. 우리는 인생길을 걷는 여행자! 기회와 더불어 ‘위기’가 가득한 모험 정도라면 무섭지 않을 텐데,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니, 두렵다. 장애물 달리기 선수처럼,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허들을 만날 수 밖에 없는 존재란 말인가. 허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허들을 넘을 때마다 우리가 조금씩 강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걸까. 부모님이나 소중한 친구와의 사별, 사랑의 상실, 사업 실패,..

나는 후회가 많은 사람

1. 감정이 생생할 때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노트북은 여전히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다.) 고통과 슬픔과 화해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인생살이의 지혜 중 하나인데... (나는 그 과정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한 달을 그저 생각 없이 살았다.) 이 상황을 지금보다는 잘 대처하고 싶은데... (마음뿐이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얼른 예전의 일상을 회복해야 하는데... (삶의 연속성이 사라졌다. 나는 지금까지의 살아오던 방식과는 다르게 사는 중이다. 소비 지향적 삶을 살았고 무계획적으로 지냈다.) 2. 쓰다 보니 후회투성이다. 후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내게 어울리는 단어다. 후회가 많은 사람이니까. 조금 더 잘 해 주었어야 했는데, 이기심을 좀 더 내려놓았어야 했는..

해결을 위해 한번에 하나씩

1. 드디어 10월 20일이다. 며칠동안 이 날을 기다렸다. 더 이상 지난 한 달처럼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로 한 날, 어떻게든 예전처럼 활기찬 일상을 살기로 한 날, SSD와 함께 날아가버린 글쓰는 일상을 다시 되찾기로 한 날!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살려면 지금의 부정적 모멘텀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그 결정적 전환을 이루려는 날이 바로 10월 20일이다.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 2.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세상을 떠난 친구는 되돌아올 줄을 모르고, 돌연사한 SSD는 여전히 내게 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아니 문제는 좀 더 심각해졌다. 좀처럼 완치되기 힘들다는 눈병을 앓게 되었으니까. 이 놈으로 인해 휴일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17시간 동안이나 누워 지냈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