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트위터의 물음에 답하다

"지금 뭐하고 계세요?" 트위터의 물음이다. 묻길래 답한다. "스타벅스에 앉아 마주 보이는 테이블에 앉은 여인을 바라보고 있지요. 흰 색의 자그마한 노트북으로 뭔가를 열심히 치더니 지금은 유인물 묶음을 동그라미 쳐 가며 공부하고 있네요. 짙은 브라운 색의 원피스와 덧입은 더 진한 조끼는 멋스러워요. 무릎 위까지 드러난 다리는 예쁘면서도 가지런히 놓인 모양이 정숙하네요." 나는 여기서 여인만 바라보고 있단 말인가. 아니다. 이 곳에 들어온 지 세 시간이 지났다. 힐끗 쳐다보는 시간은 모두 합해야 5분이다. 나머지 시간은 일하고, 메일 회신을 했다. 블로그에 글 하나를 쓰기도 했다. 앞서 쓴 5줄의 짧은 글은 이곳에서 보낸 1분을 묘사할 뿐이다. 글은 이렇듯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나를 드러낸다. 물론 그것은 ..

돈 아까운 책들?!

"책값이 무지 아까워요." 연구원 형과 점심을 먹고, 봉은사를 향하여 걷다가 나온 말이다. 13년 동안 부지런히 사 모았던 책값은 4천만원을 훌쩍 넘을 게다. 책을 열심히 읽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음은 분명하다.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라는 선언은 진심이었고, 여전히 진실이다. 나의 엄살(!)은 오래전에 구입했던 책들 중 소장가치가 떨어지는 책을 겨냥한 것이었다. "20대에 샀던 책들 중 일부는 별로인 책이 많아요." "그 땐, 너도 선구안이 떨어졌을 거 아냐." "그렇죠. 근데 그렇게 해서 사들인 책이 되게 많아요." 한창 인터넷 서점이 30% 할인할 때, 무진장 사들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삼성 크리센스몰, 교보문고, yes24 등을 돌아다니며 가장 가격이 싼 곳을 골라서 무진장 주문하던 시절이..

강인한 영혼을 꿈꾸다

얼마 전, 어려운 일을 당했다. 몇 명의 지인들에게 이야기했다. 힘겨워서 약간의 위로를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함을 깊이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컸다. 상황이 종료된 후에 이야기하면 나를 퍽 아껴주는 지인들은 왜 이제서야 이야기하느냐며 서운해 했던 일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나의 본 뜻과는 다르게 지인들을 서운하게 만든 것은 마음 속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위기라도 나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불평도, 하소연, 넋두리도 모두 시간 낭비다.' 이런 생각이 나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는지 어딘가에서 배운 독립성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지난 달, 와우팀원 한 명이 내게 말했다. "팀장님은 '엄살'이 없어요..

나 혹시, 과대망상증?

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학자들이 어린 시절, 공부에만 몰입하여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니체는 평생 동안 두통을 안고 살았는데 24살에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가 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제대로 몸을 돌보지 못했던 까닭이 크다. 퇴계 이황 선생께서도 공부에 매진하느라 어린 시절부터 일생 동안, 쇠약함과 피로와 싸워야 했다. 퇴계는 훗날 이런 편지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어린 나이에 일찍이 분수에 넘치게 뜻한 것이 있었으나 그 방법을 잘 몰라 지나치게 고심하기만 했던 탓으로 쇠약해지고 피로에 지치는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앎과 삶의 일치를 중요하게 여겼던 선생께서 미처 건강까지는 생각지 못하셨던 게다. 이를 두고, 나는 깊이 감사하게 여긴 것이 ..

사실의 힘

'사실'이 힘입니다. 사실을 나열한 문장은 짧아도 힘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지요. 제가 어젯밤에 친구의 어려움을 들었다고 칩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염려가 되어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저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어젯밤 친구의 힘겨운 사정을 들었다. 염려가 되어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수식어 없이 사실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메마른 문장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여기에 진정어린 염려가 있습니다. 또한 담백한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문장을 쓰려면 사실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없이는 견해를 쓸 수 있을 뿐입니다. 종종 과장이나 포장을 하기도 하지요. 그것은 사실이 없기 때문입니다. 견해는 그의 삶이 아니라, 그..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저 멀리, 농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강변 산책길을 걷던 나는 속도를 내었다. 신나게 농구 한 게임을 뛰고 싶었다. 들고 있던 가방을 던지듯 내려 넣고, 농구 코트로 뛰어 들었다. "어, 야! 네 가방!"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녀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내 가방은 공원에 조성된 작은 호수에 빠졌다. 던졌던 나의 힘 조절이 잘못되었던 게다. 문득, 살아오면서 겪었던 비슷한 일들이 떠올랐다. 찰나의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핸드폰을 구입한 첫 날, 하늘 높이 던졌다가 잡지 못해 바닥에 내팽쳐졌던 일. 지하철 역내 의자에 앉을 때 노트북 가방을 세게 내려 놓아 하드웨어가 빠졌던 일. '으악! 내 노트북은 어떡하지?' 노트북을 생각하는 순간, 지금의 시간으..

이사, 이기심 그리고 후련함

이사하기 위해, 시간이 나면 집을 보러 다니는 요즘입니다. 시간이 자주 나는 것은 아니어서 집보기는 더디게 진행되지요. 그러다가 우연찮게 구경한 집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 서재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바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는 구조와 넓은 공간을 가진 집이었지요. 제 형편에 비하면 꽤 비싼 집이라는 것만이 문제였습니다. 집 구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본질적으로 결정의 문제입니다. 자신에게 있는 돈으로 갈 수 있는 '현실의 집'은 항상 돈이 조금 더 있으면 갈 수 있는 '이상의 집'보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있는 돈'으로 '이상의 집'을 찾는 시간만큼 집 결정이 늦어집니다. 2006년, 이사를 위해 두 달 동안 집 구경을 하고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집 구하기는 발품 팔기의..

내 동생, 전역하다

의경으로 복무했던 동생이 전역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제 집에서 3박 4일을 묵었지요. 집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오더니 참 좋다네요. 경찰서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차가워서 수도관이 북극으로 연결된 줄 알았대요. 지금도 그 차가운 물을 온 몸에 끼얹은 듯 같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 말을 하더군요. 저는 무지 웃겨서 한 동안 웃느라 혼났습니다. 녀석의 말을 듣고 나서 샤워를 하는데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내내 행복이 느껴졌지요. 행복은 그렇게 일상 속에 깃들어 있나 봅니다. 무심코 지내다가 이렇게 누군가의 대화를 통해 배우게 되나 봅니다. 행복에 대해, 인생에 대해. 그저께는 녀석과 함께 잠실 종합운동장에 갔습니다. 삼성과 두산의 프로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죠. 마트에 들러 간식을 샀지요. 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친구에게

친구야, 며칠이 지났구나. 너에게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 며칠이 말이다. 어머니를 떠나 보낸 슬픔이 너를 짓눌렀을 터이고, 조문객을 맞이하느라 정신도 없었을 테지. 愛쓰느라고 수고 많았다. 오늘은 푹 쉬기를. 그 며칠 동안 난 그저 많은 시간을 네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 일이 끝나고서 매일 찾아가긴 했지만, 정작 함께한 시간은 많지 않아 미안하구나. 찾을 때마다 잠시 무릎꿇어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너의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앞으로도 기도 동역자로 설께. 너의 꿈 이야기를 들었지. 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나와 함께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너의 꿈은 나를 움직였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있어서, 나를 향한 신뢰가 있어서. 우리 멋진 인생을 살자. 아름다운 우정이 되자. 신실한 주의 제자가 되자. 그 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