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당분간은 그와 함께

1.괴테에 관한 단상의 글 한 편을 적었다. 마음에 드는 글이지만, 공개(포스팅)는 후일로 미뤘다. 일부 구절이 울적함을 자아낼 여지가 있어서다. 내가 울적하게 읽히는 건 괜찮으나, 독자에게 울적함을 안기기는 싫다. 울적함의 언저리 한켠에는 낙관과 희망도 담아냈지만, 세심하게 읽어야만 잡아낼 정도의 섬세한 표현이었다. 포부이긴 하나, 강한 다짐도 또렷한 결심도 아니었던 게다. 자욱하게 낀 안개 속에 희미하게 존재하는 빛을 상상해 보자. 나의 긍정과 희망은 그런 빛과 같다. 안개 속이라 찾기 힘들고, 희미하여 없는 듯도 하다. 이런 희망을 강하게 표현하면 실체와는 거리가 멀어질 터였다. 그럼에도 분명 존재하긴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송충이가 솔잎을 갉아먹듯 현실이 나의 이상을 조금씩 잠식하더라도 나..

잠깐의 그윽한 여행

삶은 한 잔의 커피다. 처음으로 맛보면 쓰고, 급하게 들이키면 뜨겁다. 커피를 즐기게 되면 그윽한 향기에서부터 빠져든다. 적당하게 식으면 느긋하게 한 모금씩 음미하면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젊은 날엔 이상에 취해야 아름답다. 성인이 되면 실존에 눈을 떠야 멋지다. 서른, 마흔... 예순이 되더라도 한 걸음씩 꿈꾸는 세상으로 차근차근 다가서면 된다. 커피는 자유다. 한 잔의 커피는 일상을 떠나는 잠깐의 여행이다. 삶도 자유여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은 이상을 향해 춤을 추며 걸어가는 자유로운 몸짓이다. 커피는 그윽하다. 어린아이는 그윽한 맛을 모른다. 미숙한 어른들이 인생을 모르듯이. 커피 맛을 모르면 마키아또와 바닐라 라떼에 미혹된다. 찰나의 달콤한 욕망은 늘 우리를 엿본다. 자유와 그윽함은 그렇게 멀어..

스티븐 코비는 틀리지 않았다

자기계발서는 분명 달라졌다. 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의 책들과 2010년 이후에 출간된 책들을 비교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질적 향상이지만, 오늘은 '접근방식의 변화(다양성)'만 언급하련다. 소소하게 보이는 이 변화는 사실 매우 중요하다. 이제야 '무거움 vs 가벼움' 또는 '깊은 성찰 vs 발빠른 행동'의 균형이 맞춰진 느낌이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자기계발서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다. 포브스, 블룸버그 뉴스 등에서 선정한 최고의 경영서 상위권에 오를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떨쳤다. (내 삶에도 비약적인 성장을 선사해 준 책이다. '주도성'과 '공감적 경청'이라는 개념은 20대의 나를 구원했다.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는 ..

[서울 이곳은] 넓고 자유로운 마음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1994년에 방영된 드라마 의 테마곡 의 첫 소절이다. 살다보면 때때로 위로를 주는 노랫말이다. 도전적인 경험 앞에서 망설일 때, 고향보다 서울이 낯설게 보였을 때, 삶을 잘못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 나는 이 소절을 부르곤 했다. 종종 영화 의 명대사 "나 다시 돌아갈래"도 떠올리면서. 서울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열차를 타고 서울에 접어들 때, 특히 서울역을 앞두고 한강을 건너갈 때 낯섬에서 오는 서글픔이 들었다. '내가 타지에 왔구나...' 사는 곳이 낯설 때의 서글픔은 평생을 고향에서만 사는 사람들이 이해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낯섬이 싫지도 좋지도 않았다. ..

고대 올림픽의 부침을 생각하며

2016년 리우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8월 6일 개막하여 22일 폐막한다. 보름 남짓의 올림픽은 월드컵과 함께 전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약 2,300~2,700년 전, 그리스 영토에는 수백 개의 나라(흔히 도시국가로 번역되는 폴리스)들이 존재했다. 나라마다 다른 왕이 있었지만, 같은 언어(헬라어)와 공통의 신을 믿었다. 폴리스들은 스포츠를 통해 하나의 민족임을 확인했다. 4개의 스포츠 축제(올림피아, 피티아, 이스트모스, 네메아 제전)가 열렸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피아 제전이 가장 성대했다. 스파르타인들은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전투 때 왕 옆에서 싸우는 특권이 주어졌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폴리스끼리의 연대감을 나누는 장이자, 전사를 양성하고..

좋은 글은 객관성을 포착한다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했는가?” 소크라테스와 그의 오랜 친구인 카이레폰은 저명한 소피스트인 고르기아스의 강연장에 도착하자마자 관계자에게 물었다. “네, 방금 끝났어요. 얼마나 훌륭했는지 몰라요. 고르기아스님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셨거든요.” 소크라테스는 친밀한 어조로 친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광장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자네 때문이야.” “걱정 말게. 내가 고르기아스와 잘 아는 사이이니 만남을 주선해 볼게.” 고르기아스를 만나 대화를 시작하려는 찰나, 폴로스가 등장했다. 고르기아스를 숭배하는 젊은 수사학 교사다. “괜찮으시다면 내게 질문하세요. 고르기아스님은 피곤하신 것 같아요. 긴 연설을 방금 끝냈거든요.” “자네가 고르기아스보다 내게 더 잘 답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건가?” 카이레..

주급 2,300만원짜리 알바

1.6시에 눈을 떴다. 날은 이미 밝았다. 겨울이면 어둑할 시간이다. 지금은 여름이다. 나는 여름의 긴 낮이 좋다. 낮의 생산성과 함께 밤의 낭만도 사랑한다. 일과 낭만은 적대적이지 않다. 서로를 빛내고 서로를 돕는다. (우리나라의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는 싫지만.) 요즘 6시간 수면을 못 다 채우고 깨고 만다. 일찍 일어나는 건 좋지만, 부족한 수면은 아쉽다. 때론 찜찜한 기분도 든다. 더 자고 싶지만 잠이 달아났다.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자기경영 수행자로서 2~3페이지의 책을 읽었다. 당근과 배 반쪽, 사과와 바나나 하나, 브로콜리와 오디를 갈아 만든 주스를 마셨다. 홈트레이닝, 안지만에 관한 인터넷 서핑을 잠시 했고 국카스텐의 노래를 들었다. 전자기기 코드선을 정돈했다. 아침시간인데도 더웠다. 샤..

과거로부터 온 소환장

1. 박보람의 을 들었다. 성인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를 무대로 산다. 타향을 떠난 이들은 두 도시를 산다. 여행을 즐기며 타지를 향유하는 이들은 보다 넓은 세계를 산다. 아이들은 다르다. 자신의 동네에서 산다. 그런 아이들에게 친구의 이사는 슬픈 이별이다. 대구에 살았던 나는 친했던 친구가 수원으로 이사갈 때, 기차역 플랫폼까지 나와 떠나보내고서 울었다. 열 아홉 살의 일이다. 박보람의 노래를 들으며 떠오른 이미지들이다. </center>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2.마지막 가사가 가슴을 ..

행복의 기술 하나 추가요!

"나, 여기 정말 좋아. 행복해." 막걸리잔을 부딪치며 친구에게 건넨 말이다. 나는 정말 행복했다. 여기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사랑하는 노래들이 연이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2016년 4월의 어느 날 밤, 김광석의 , 이문세의 , 이승환의 , 김광석의 를 연달아 들으며 내 마음은 행복감으로, 실내는 옛 노래들로 가득 찼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근처의 라는 주점 얘기다. 김광석, 이문세, 변진섭의 노래는 나를 추억과 행복의 세상으로 초대한다. 2박 3일 워크숍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청중들과 친해질 무렵, 몇몇 분들이 짖궂은 요청을 해 왔다. 마이크 에코가 노래방처럼 조절되면서 노래 신청을 하신 것. "문제가 있어요. 제가 신곡을 몰라요. 제가 부를 수 있는 신곡은 이덕진의 예요. 아마 1992~3년도에 ..

부자가 좋은 10가지 이유

1)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 2)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3)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살 수 있다. 4) 아름다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5) 인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6) 당당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7) 멘토로서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다. 8) 사회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지도층이 된다. 9)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10) 가족에게 안정과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 (문승렬,『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p.49~56) 조선대 경영학 박사요, 삼성경제연구소 사이버포럼 '부자특성연구회'의 대표이기도 한 문승렬이 정리한 '부자가 좋은 10가지 이유'다. 마지막 답변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물론 부자가 되어야만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따스한 대화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