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슬프고 고통스러운 역설

친구야, 잘 있었냐? 니가 여기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갈 데가 없으니 여기로 온다. 만날 수가 없어서 슬픈 건지 그나마 갈 데라도 있으니 다행인 건지 나도 모르겠다. 분명 슬픔이지. 생각하면 고통이고. 이런 감정과는 별개로 일상은 흘러가고 세상은 돌아가니, 사람의 삶과 죽음이 무엇인가 싶다. 이 곳에 선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무슨 삶과 죽음 타령인가 싶기도 하고. 이 자리에 서서 네 사진을 쳐다보고 있으니, 심경이 복잡하다. 서글픔이 느껴져 '내가 여길 왜 왔나' 싶은데도, 나도 모르게 찾아오게 되는 것 같다. 너에게 수없이 던졌던 원망을, 오늘 또 내뱉는다. "니가 왜 여기에 있냐? 니가 왜 여기에 있냐? 니가 왜 여기에 있냔 말이다!" 후회도 밀려든다. '네가 아플 때, 억지로 너를 데리고..

그리스 남자들이 주는 교훈

1. "나는 그의 겉옷 안을 들여다보고는 불이 붙어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네. 그리고 미소년에 관해 말하며 '새끼 사슴이 사자에게 다가갈 때는 사자의 밥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 퀴디아스야말로 연애의 대가라는 걸 알았네. 정말이지 나는 그런 야수에게 사로잡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 『카르미데스』의 한 대목이다. 미남이자 멋진 몸매의 소유자인 카르미데스의 옷자락 사이로 보이는 몸매를 보고 감탄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이다. 감탄보다는 탐닉에 가까운 모습인데, 흥미로운 장면이다.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세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하나, 소크라테스는 뜨거운 남자였다. 두울, 카르미데스는 대단한 몸매를 소유한 미남이었다. 세엣, 그리스는 육체적 아름다움을 찬미한 ..

하나의 별빛이 되기 위해

정신이 맑아야 할 오전 시간인데도 멍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여러 버전의 '삶은 여행'을 들었다. 고마운 인터넷 세상이다. 몇 개월 사이에도 이상은 씨는 어디에선가 노래를 불렀고, 유투브에는 새로운 영상이 올려져 있다. 내게는 여신 같아 보이는 영상을 여러 번 보고 들었다. 아름다운 노래다. 영혼을 적시고,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 (첫번째는 영상미가 아름답고, 두번째 영상은 가사 자막이 있고, 세번째 영상은 '저기 갈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수많은 저 '별빛'의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 봐!" (원 가사는 불빛임)다른 구절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마지막 이 노랫말에서도 위로를 얻는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기 힘든 인생길이지만(이리 말하면 '내세관을 몰라 그런 거야'라고 측은하게 바라..

새로운 인생의 첫날처럼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내게 머물지도 않고'이제 간다'는 기별도 없이 어제는 나를 떠나갔다. 순간을 음미하거나지긋이 석양을 바라보지 못했다.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지도못했다. 하루를 못나게 살았다. 왜 그리 살았냐는 자책 없이이만하면 괜찮다는 자족 없이건강하고 명랑한 영혼으로 다시 일어나 걸어야지. 아직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아기처럼.마치 오늘이 새로운 인생의 첫날이듯이. 밤이 지나 오늘이 되었다.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하루가 살며시 내게로 왔다. 나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지. 멍하고 차분한 마음 한 구석에서 신선한 공기 같은 감정이 샘솟는다.고마움이다. 다시, 찾아와 준 하루에 대한 고마움.

아름다운 영혼이 있다면

1.만약 누군가의 영혼이 아름답다면... 그것은 어떻게 드러날까? 겉으로 드러나기는 할까? (아름답다는 말이 모호하다. 구체적인 언어로 전환해야 답변이 가능하리라. 균형 잡힌 영혼은 어떻게 드러날까, 강인한 영혼은 어떻게 드러날까, 지혜로운 영혼은 어떻게 드러날까.) 2.고대의 어떤 민족은 영혼을 육체로 판단했다.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의 영혼이 육체로 구현된다고 믿었다. 육체의 아름다움은 덕성을 의미했다. 아프로디테가 왜 그처럼 만인의 동경과 찬탄의 대상이 되었던가. 그리스인에게는 자명하다. 그녀는 어느 한 부분도 덜어낼 것도 보탤 것도 없는 완미한 육체이기 때문이다."(이광주) 그리스인들은 틀렸다. 육체가 아름다운 이들 모두가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진 않기에.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어떤 때에는 옳고, 어..

오늘 내가 잠 못 든 이유

자유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갓 전역했다. 거리에는 모세의 과 윤도현의 신곡 가 흘러나왔다. 친구들이 나를 반겼다. 초등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며 젊음의 날들을 향유했다. 전역과 취업 사이의 그 시절이 종종 그립다. 나를 구속하는 일이 없어 자유로웠고, 시간에 쫓기는 일이 없어 여유로웠다. 친구들이 적은 편이 아니라 늦게 귀가하기 일쑤였다. 새벽에 들어가도 아침 일찍 일어났다. 며칠을 그리 보내도 피곤함을 몰랐던 날들이었다. 한 마디로 젊었다는 말이다. 2005년 늦봄과 초여름의 일들이다. 불과 10년 전인데... 지금의 나보다 어린 모습에... 세월을 느낀다. 두 장은 2005년 5월과 7월에 찍은 사진이다. 전역한 직후라 머릿칼이 짧다. 여전히 작은 눈을 제외하면, 머리숱과 피부 그리고..

고수에 관한 세 이야기

1.고수와 하수가 만났다. 하수는 고수를 몰라본다. 하수는 고수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소평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수는 하수를 알아본다. 하수가 말하는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안다. 하수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훤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수가 공격한다. 고수는 그저 피한다. 하수가 성장을 원한다 싶을 때에만, 고수는 되받아친다. 하수에겐 얼마간의 아픔이겠지만, 필연적인 성장통임을 깨닫기를 바라며 고수는 작은 기술 하나를 꺼내든다. 위대한 고수는 이겨도 으스대지 않는다. 기가 죽지 않아야 제대로 배울 수 있음을 알기에, 상대의 기를 꺽고 싶진 않기에. 2.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능한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산다. 자신..

마약, 여자 그리고 재즈(라는 이름의 헌신)

(부제 : 영화 감상기) 1. 는 위대한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를 담은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다. 베이커는 쿨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와 동시대 인물이고, 웨스트코스트 재즈를 대표하는 트럼페터다. 나에게 쳇 베이커는 이타적이고 명랑한 이미지의 디지 길레스피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우울하고, 방탕하다. 젊은 시절의 그를 두고 잘 생겼다고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눈엔 미남이기보다는 시원한 성격의 호남형으로 보였다. 누구나 멋지게 찍힌 사진 몇 장은 있기 마련인데, 아래는 내가 본 가장 멋진 사진이다. 2. 비밥, 모던, 쿨 재즈 시기까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쳇 베이커를 비켜갈 순 없었다. 관악기만을 따진 나의 취향도 순위를 따지자면, 존 콜트레인, 폴 데스먼드, 스탄 겟츠, 리 모건, ..

오랫동안 독서를 한다는 것

(부제 : 학습조직화 연수를 마친 개인적 후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고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주관한 에서, 나는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에 여섯 번 참가했다. 그 중 한 번은 참관이었고, 다섯 번은 워크숍 강사로서 진행했다. 올봄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적잖이 스트레스도 받았던 교육이었다. 다소 늦었지만, 배우고 느낀 것들을 되돌아본다. 1. 퍼실리테이션의 가치를 발견하다 워크숍을 잘 진행하려면 두 가지에 능숙해야 한다. 첫째, 교육 주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다. (이를 주제 장악력이라 부르자.)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청중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확률이 높다.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아는 사람이 모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모르는 것을 전달할 수는..

착함과 이타심은 다르다

1.그녀는 자주 우물쭈물한다. 결정하지 못해 당황하거나 타인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의 매번 타인에게 양보하고 많은 부탁을 들어준다. 사람들은 그녀를 (이타적이라는 뉘앙스를 담아) 착하다고들 말한다. 사람들은 종종 착함과 이타심을 혼돈한다.사전은 '착하다'를 두고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상냥하다"고 풀이했다. 자기 이익보다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꾀하는 이타심은 보기 드문 미덕이다. 반면 착함은, 다시 말해 고운 마음씨와 상냥함은 사회적 관계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타적이지 않은 사람도 착할 수는 있다. 2.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사람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눈치란,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힘이다. 눈치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눈치를 살피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