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은 그를 몹시 존경했다. "문자로 쓰인 모든 학술이, 한번 물으면 모조리 술술 쏟아져 나와 막힘이 없을 뿐 아니라, 각 부분을 전공한 학자처럼 모두 깊이 있게 파악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한 사람이 놀라서 귀신이라도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는 유학 13경 뿐만 아니라 제자백가, 과학기술서, 의학서까지 능통했다. 『고전산문산책』(안대회 저, 휴머니스트)이 소개한 18세기 조선의 지적 거장, 이가환 선생의 얘기다. 조대구란 사람이 아들을 위해 공부방을 마련하고서 이가환에게 공부에 도움 될 글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세상에 독서하는 사람은 있지만 독서하는 장소란 없다. 독서하고자 한다면 쓰러져가는 초가집이나 부뚜막 위, 부서진 의자 위, 망가진 담요 위도 모두 책이 쌓여 있는 도서실이다. 반면에 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