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음악이 위로다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이렇게 썼다. "모든 것을 검토해 보아도, 바그너 음악이 없었다면 나는 내 유년 시절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음악이 위로다. 음악은 종종 사람의 영혼을 치유한다. 나는 과장과 기만 없이 말할 수 있다. 이상은의 '삶은 여행'을 들으며 위로를 얻었다고, 노래 한 곡이 나를 깊이 위로했다고 말이다. 상실의 아픔을 겪을 때마다 이 노래를 수백 번 들었다. 니체는 자신의 치유자에 대한 요구도 밝혔다. "나는 음악이 10월의 오후처럼 청명하고 깊이 있기를 바란다." 나 또한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향한 기대와 바람이 있다. 나는 유미주의를 좋아하지만, 유미주의자를 지지하진 않는다. 예술이 삶의 지혜와 인류의 비전을 담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예술에게 바란다. "당신이..

깨달음이 위로다

"고통에 사로잡혀 의미를 찾기 시작하는 소수가 인류의 의미를 결정 짓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힐데 쟁어에게 보낸 편지(1931)에 담긴 말이다. 고통 속을 헤매던 나는 이 말에 깊은 위로를 얻었다. 깨달음이 위로다. 나는 삶이 고통스럽고 힘겨울 때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아무 책이나 읽었던 건 아니다. 선별은 하되, 읽고 또 읽었다는 뜻이다.) 그것은 깨달음을 통해 내 삶을 견디려는 안간힘이었다. 헤세는 1920년의 일기에 이런 글도 썼다. "훗날에 돌아보니, 겉보기에 순조로웠던 시기보다 힘들고 어리석었던 시기가 내게 더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성이 아니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자라나는 가지만 건드리지 말고 더 깊이 뿌리 내려야 한다."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리라. 내게 필요한 것은 인내, 용기..

11기 와우 모집을 어떡할까

1.11기 와우팀원을 어찌 할까? 오랫동안 나의 고민이었습니다. 새로운 와우팀원을 모집할까 말까를 두고 몇달 동안 갈등했지요. 어떤 날에는 '10기를 끝으로 그만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며칠 후에는 '아니지, 새 기수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11기까지는 하겠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자'며 나의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4/4분기가 되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죠. 급기야 그리스 여행을 떠나면서 "와우 11기를 해야 하는가를 결정하고 돌아오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미코노스 섬에서 잠시 나만의 시간이 주어져 와우에 관한 여러 가지를 곰곰히 생각했습니다만, 확고한 결정 없이 귀국하고 말았네요. 우유부단은 저의 취약점입니다. 2.내면에 존재하는 11기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렇습니다. - 와우는 부담이 되는 프..

더 나은 하루를 위한 여행

여행이 끝났다. 편도 항공권을 예약하여 제주에 와서 5박 6일을 지냈다. 어떤 여행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소비된 비용보다는 지나간 시간이 더 아깝다. 세월은 다시 벌어들일 수도 없으니까. 삶이 소중하다면, 하루야말로 삶의 소중함을 실현하는 장(場)이다. 나는 더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해 여행한다. 제주에서 꼬박 다섯 날을 보내고 나니 시간의 대차대조표를 생각하게 된다. 여행에서 얻은 의미와 배움을 헤아리며 시간을 들일 만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1.가장 커다란 결실은 ‘금능으뜸원해변에서의 다짐’이다. 11월 18일, 시간은 저녁이지만 해가 저물어 캄캄한 바닷가를 걸었다. 나는 의식을 떼어내어 해변을 거니는 삼십 대 후반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내면도 들여다보았다. 그는 슬픔에 빠진 표정이었고, 자신의 ..

서른여덟 살의 유언장

슬퍼 마세요. 나는 고통과 슬픔, 외로움이 없는 곳으로 갑니다. 다만 행복을 누릴 기회마저 사라진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나의 죽음이 여러분께 슬픔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떠나니까요. 제가 조금 일찍 간다고 생각하시면서, 나의 죽음을 통해 삶의 진실과 비밀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회한과 원통함 속에서 한 줄기 평온이라도 누리기 위해 평생동안 나를 위로했던 노래 '삶은 여행'을 들으며 이 글을 씁니다. 삼촌과 숙모의 은혜가 바다처럼 깊어요. 내 어린 시절을 구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의 배려가 없었다면 제 삶에는 또 다른 그늘이 드리워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결혼을 했더라면 두 분께서 저를 키운 보람을 더 느끼셨을 거라는 생각에 늘 죄송했어요. 이를 생각할 때면 눈..

내가 꿈꾸는 죽음

60세까지는 살고 싶다. (물론 더 오래 살면 좋지만, 일차적 바람이 60세까지는 사는 것이다. 희망 최고령은 87세다. 삶의 후반부를 함께 살아온 여인과 함께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바람과 87이라는 숫자는 너무 이상적이어서 이렇게 괄호 안에다 묶어둔다.) 화장을 하여 가루가 된 유골은 병산서원 앞 낙동강에 뿌려졌으면 좋겠다. 그 날, 낙동강변에는 비발디의 곡을 재해석한 막스 리히터의 이 흘렀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준 이들이 열 명은 되었으면 좋겠다. 죽은 후 영혼의 눈으로 강을 따라 안동, 김천, 대구를 둘러보고 싶다. 바다에 이르면 영혼의 눈도 감았으면 좋겠다. 단 하루도 아프지 않고 죽으면 좋으련만, 그런 축복이 나를 찾아줄지는 미지수다. 외할머니는 딸의 묘에 갈 때마다 이리 말..

희망과 낙관만으론 부족하다

무작정 제주에 왔다. 편도 항공편으로, 숙소 예약도 없이. 불안한 마음은 없었다. 성수기가 아니니 숙소는 수두룩했고 렌터카 하루 이용료는 백반 값보다 저렴했다. 이번 여행은 첫째 날 점심 약속 하나를 제외하면 아무 일정도 없다. 계획된 일정이 없을 뿐이지, 어딘가가 나를 부를 테고, 나는 무언가를 하면서 지낼 것이다. 서귀포시와 남원읍 사이에 위치한 공천포 식당에서 모듬물회를 먹었다. 소라와 전복이 들어간 물회는 상큼하면서도 신맛을 잘 먹지 못하는 내게도 맛났다. 식사는 세 명의 여인과 함께했다. 제주에 사는 와우팀원, 그녀를 찾아온 인도네시아에 사는 또 다른 와우팀원 그리고 엄마를 따라 하늘을 날아온 예쁜 아이였다. 우리는 창밖으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멋진 남자 사장님이 ..

비전과 목표 수립이 중요할까

“비전이나 목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카페에서 커피잔을 들며 옛 직장 선배가 물었다. 얼마 전 이 질문을 주제로 50분짜리 특강을 했었다. 자신 있는 주제였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의견을 나누어야 할 여러 주제가 있었다.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존재했지만, 질문을 던지는 선배의 표정이 진지했다. 나는 장광설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정성을 다해 짧게 답변했다. “비전과 목표의 장점은 분명하죠.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고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잖아요. 하지만 목표 지향적인 삶은 환경 변화에 둔감하고 외부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요. 헨리 민츠버그는 의도적 전략(Deliberate Strategy)과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

다시, 행복유통업자 되기!

서른여섯 살 때의 일입니다. 운전 중에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날의 통화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주로 농담조로 이뤄지는 우리의 통화인데, 그 날 친구의 목소리는 유난히 차분했습니다. 친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일단은 너만 알고 있어라. 내가 몸이 많이 안 좋네. 나도 이겨내려고 노력할 텐데…… 암일 수도 있단다.” “병원에서는 뭐래?” 친구는 금방 대답하지 못했고, 나는 화를 내면서 다그쳤습니다. 한참 후에나 대답을 들었죠. “췌장암일 가능성이 있다는데, 정확한 건 큰 병원에 가야 알 수 있다네.” 1990년부터 이십 오년 동안 우정을 이어온 절친한 친구가 췌장암일 수도 있다는 말은 나를 충격에 몰아넣었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서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22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엄마가..

아뿔싸! 또 글이라니!

느닷없이 핸드폰 전원이 꺼지곤 한다. 37개월째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노트3' 얘기다. 증상이 나타난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금방 다시 켜진다면 일시적 현상이라 여기겠지만, 한 번은 대여섯 시간 동안 켜지지 않았다. 조바심이나 걱정은 없었다. 이내 다시 켜질 것 같았고, 켜지지 않더라도 데이터는 구할 거라고 생각했다. 영원히 사망하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 최근에 찍은 사진들과 핸드폰으로 주고받았던 인간관계의 흔적들이 아쉬울 뿐. (노트북과 두 번 결별한 내게는 경미한 사태다.) 아직은 휴대폰을 다시 살 생각이 없다. 최소 6개월, 최장 1년은 더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열흘 전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핸드폰 케이스를 구매했다(사용하던 짙은 파란색 케이스는 봄과 여름용이었다). 가격은 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