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장 친한 친구가 세상에 없다고 상상하니 무서워요.” 그녀가 말했다. 우린 인생에 대해,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고, 나는 존경했던 분과 사랑했던 친구와의 사별 이야기를 막 마쳤던 터였다. 카페에는 손님이 많아져 시끄러워졌고, 커피잔은 비워진지 오래였다. 나는 무섭다는 표현이 반가웠다. 한동안 나를 뒤흔든 감정이 다름 아닌 두려움이었으니까. “맞아요, 무서워요.” “뭐가 무서웠어요?”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은 지독한 슬픔인데, 살다보면 그보다 더한 일도 일어나는 게 인생이라는 사실이 무섭죠.” “그런 일이 뭐가 있죠?” “절대로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내 아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고” 내 눈 앞으로, 이십 이 년 전에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