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인생은 우리의 계획을 초월한다

1.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이별이라 슬픔에 잠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런 떠남에 분노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슬펐다. 그리고 화가 났다. 인생에도 너무 많은 괴로움과 슬픔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아서다. 무섭기도 했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슬픔을 겪고, 얼마나 많은 아픔을 만날 것인가. 우리는 인생길을 걷는 여행자! 기회와 더불어 ‘위기’가 가득한 모험 정도라면 무섭지 않을 텐데,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니, 두렵다. 장애물 달리기 선수처럼,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허들을 만날 수 밖에 없는 존재란 말인가. 허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허들을 넘을 때마다 우리가 조금씩 강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걸까. 부모님이나 소중한 친구와의 사별, 사랑의 상실, 사업 실패,..

나는 후회가 많은 사람

1. 감정이 생생할 때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노트북은 여전히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다.) 고통과 슬픔과 화해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인생살이의 지혜 중 하나인데... (나는 그 과정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한 달을 그저 생각 없이 살았다.) 이 상황을 지금보다는 잘 대처하고 싶은데... (마음뿐이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얼른 예전의 일상을 회복해야 하는데... (삶의 연속성이 사라졌다. 나는 지금까지의 살아오던 방식과는 다르게 사는 중이다. 소비 지향적 삶을 살았고 무계획적으로 지냈다.) 2. 쓰다 보니 후회투성이다. 후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내게 어울리는 단어다. 후회가 많은 사람이니까. 조금 더 잘 해 주었어야 했는데, 이기심을 좀 더 내려놓았어야 했는..

다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

SSD가 돌연사한 날, 용산전자상가로 향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인생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고... 허무주의에 빠질 것을 미리 예방이라도 하듯 줄곧 머릿속을 뒤적였다. 나는 길거리에서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시선은 이리저리 발걸음을 요리조리 옮겨다니는 사람처럼 나는 찾아댔다. 나를 힘차게 살아가게 만들어 줄, 여전히 활기차게 살아가게 해 줄 그 무언가를. My Bucket List 인문주의를 권함 누구나 하면서 산다 낭만여행자 와우스토리 10기 와우 프로젝트 지중해 크루즈 여행 미니, 조르지오 알마니, 브레게 메세나폴리스 신형철, 이승엽, 김민종 비밀 10개를 작성했고, 9개는 위와 같다. 10개 중 4개가 책 출간인 걸 보면서 '내가 작가구나' 하고 생각했다. ..

해결을 위해 한번에 하나씩

1. 드디어 10월 20일이다. 며칠동안 이 날을 기다렸다. 더 이상 지난 한 달처럼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로 한 날, 어떻게든 예전처럼 활기찬 일상을 살기로 한 날, SSD와 함께 날아가버린 글쓰는 일상을 다시 되찾기로 한 날!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살려면 지금의 부정적 모멘텀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그 결정적 전환을 이루려는 날이 바로 10월 20일이다.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 2.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세상을 떠난 친구는 되돌아올 줄을 모르고, 돌연사한 SSD는 여전히 내게 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아니 문제는 좀 더 심각해졌다. 좀처럼 완치되기 힘들다는 눈병을 앓게 되었으니까. 이 놈으로 인해 휴일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17시간 동안이나 누워 지냈다. 오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1. 어떤 예술은 생활의 고민뿐만 아니라 생존적 고통마저 이겨내도록 돕는다. '위대한' 예술 작품들 말이다. 그러한 작품을 만나 치유 받고 싶어서 요즘 그림에 기웃거린다. 아름다운 가치나 비범한 철학은 생존을 돕는다. 내가 책장을 뒤적이는 이유도 위대한 사상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금 나는... 위.대.한. 것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2. 2014년 9월 26일 금요일 오후 1시 58분, 전화가 왔다. "의뢰하신 SSD는 복구가 불가능하네요." 그래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가요?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마음 편하실 거예요." 통화는 짧게 끝났다. 무엇이 편하다는 걸까? 희망 고문에 시달리지 말라는 뜻이라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희망을 걸었었나 보다. 통화가 끝나고 나니 ..

어떤 고민은 생존을 위협한다

1. 고민의 종류는 두 가지다. 생활을 위한 고민과 생존을 위한 고민! 생활 고민이라고 해서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모든 고민은 저마다의 크기로 힘들고 괴롭다), 생존 고민에 비하면 견딜 만하다. 그래서 생활 고민은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적응(?)하여 사는 이들도 있다. 만성 고민이 되는 것이다. 생존 고민은 만성이 없다. 그리 되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랑의 열병 (에서 송승헌의 연기한 대령을 보라. 어디 그런 고민을 안은 채로 살 수가 있겠는가),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 후에 오는 감정 등은 도저히 만성이 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고민은... 그래서 고통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생존 고민은 말 그대로 생존을 고민하거나 근원적인 것들을 묻는다. 앞으로 어떻게 살까?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현대미술, 정리정돈, 가방끈

1. 어제 포스팅한 을 읽은 블로그 독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생기가 가득 전해져서 좋았단다. 친구와의 사별 이후 모처럼만에 기분 좋게 글을 쓴 것 같다고도 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정말 기분이 좋은 토요일 저녁이었고 7월 6일(친구의 사망일) 이후 최고의 기분이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야 그럭저럭 슬픔을 잊지만 홀로 있을 때 느낀 오래만의 즐거움이었음을 인식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더욱 민감하게 변화를 캐치해 준 그 독자에게 고마웠다. 2. 미술평론가 임근준의 현대미술을 다룬 책을 읽었다.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손톱만큼 생겨났고, 현대미술을 둘러싼 미예술적인 역학 관계에 대해서도 감을 잡았던 책이었다. 무엇보다 그림 하나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저녁 내내 기분이..

가을은 낭만의 계절

1. 가을은 내게 낭만의 계절이다. 가을이면 공연, 전시회, 콘서트를 찾고 싶어진다. 이상은 콘서트, 뭉크전, 20세기 화가전을 다녀왔고, 서태지 콘서트를 예매해 두었다. 처음엔 폼 한번 잡아보려고 미술관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보이는 것, 느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머잖아 단풍이 산천을 찾아들면, 나 역시 단풍의 방문지를 찾아갈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매년 단풍을 놓치지 않고 즐기는 것이고 매월의 삶을 기록하고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이고, 지난 달보다 조금 나아진 나를 보며 스스로를 기쁘게 만드는 것이다. 2. 동트기 직전의 동교동이다. 어찌하다 보니, 이번 주 내내 이른 아침 하늘을 보았다. 사진 몇 장을 찍었고, 가장 멋스런 것을 꼽았다. 석양이 저문 후의 하늘은 ..

삶을 돕는 선율과 노랫말

나는 54일 동안의 유럽 배낭여행 중이었다. 행복한 50여 일을 보냈고, 2박 3일 파리 여행만을 남겨둔 때였다. 불상사가 발생했다. 줄곧 내 등에 달라붙어 유럽을 함께 여행했던 배낭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기차역 보관함 앞에 내려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 가방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 겪는 도난 사건이었다. 가방을 두고 5~6미터 걸어가다가 뒤돌아보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보관함에 넣을까?’ 잠시 고민했다. 2유로라도 아끼자며 ‘괜찮을거야’라고 속삭였다. 그것이 가방과의 마지막 눈맞춤이었다. 당장 저녁에 입을 외투조차 없었다. 지갑과 돈도 모두 가방 속에 들었다. 한동안 주변을 뛰어다니며 찾았다. 소용없었다. 역사 주변을 헤매는 나의 뜀박질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노력도 ..

미안한 일이 많은 요즘이다

1.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명절엔 고향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외할아버지 묘소에, 다른 하루는 엄마 묘소에 다녀왔다. 경찰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동생과 장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상경하는 날, 무리한 일정은 아닌데 눈병이 도졌다. 요즘 조금만 피곤하면 오른쪽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난다. 편안하게 살라는 인생의 속삭임일까? 아니면, 마음의 고단함을 알리는 몸의 신호일까? 참 고맙고 애정어린 인생이다. 이리도 살갑게 자기 주인을 챙기다니! 2. 오랜만에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외출했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없었다. 핸드폰 없이 나왔음을 이내 알았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한 달 쯤은 핸드폰 없이 살아도 되는데...' 새로운 생활 방식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잃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