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독서, 낮잠 & 길거리 풍경

1. 집에서 푸욱 쉬었다. 2월 1일부터 헤르페스 각막염이 찾아와 간간이 나를 괴롭혔기에 녀석을 잠재우고 싶었다. (괴로움은 크지 않다. 눈이 뻑뻑하고 눈물을 흘리는 정도다.) 2015년을 시작하며 헤르페스에 대해 목표를 세워 둔 것이 있다. 분기별로 1회씩, 딱 네 번만 아프자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목표를 지켜가고 있다. 1월에 3번 아팠고, 2월에 한 번 아팠으니 남은 11개월 동안 한 번도 아프지 않으면 된다. 하하. (사실 1월에 발병 주기를 보며 좀 놀랐다. 역시 측정하고 나면 보다 합리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다. 수정된 계획은 월 1회가 목표다.) 2. 하루 동안 한 일이라고는 독서와 식사 그리고 낮잠 밖에 없다. 뒹굴 거리며 책을 읽었고, 조금만 졸리면 내 몸을 졸음에 맡겼다. 저녁이 되니,..

자기 존재를 만나는 현장

1."평화롭게만 살고 싶은 한미소" 우연히 방문한 블로그에서 만난 주인장의 인삿말이다(이름은 가칭). 문장을 보자마자 나는 생각했다.  ‘내 삶에도 평화가 깃들면 좋겠지만, 일부러 평화를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평안을 느끼고 평화롭기보다는 도약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때때로 고통이 수반될 텐데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혼란을 거쳐야 지혜를 얻는다면 혼돈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겠다. 각오만큼은 단단하다. 불이익이나 위험을 마주하더라도 내가 정의에 눈을 감지 않기를 바란다. 정의를 선택한 대가로 행복은 내놓을 수 있지만, 고통과 위험은 사실 많이 무섭다.’  우연히 만난 문장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이러한 반응 속에 나의 가치와 두려움이 존재했다. 투쟁하고 싶은 것들과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보였다. 반응이 곧 나..

2015년 성찰일지 (2)

2015년, 2월이 되었다. 한 달의 마지막 나흘 동안 나의 귀가 시간은 항상 자정을 넘겼다. 고향에서 친구가 올라오기도 했고, 마지막 철학 수업을 마치고 뒤풀이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는 오늘도, 나는 집에 있지 않았다. 귀가하니 새벽 1시 18분이었다. 나는 분명 욕심쟁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새로운 달로 넘어가는 찰나에 지난 한 달을 돌아보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야밤에 노트북을 켰다. 1-1. 올해는 월마다 빛나는 책을 읽어야지. 책 선정을 신중히 할 뿐만 아니라 최대한 많은 책을 읽어야지. (읽는 족족 그런 책을 만날 순 없을 테니까.) 이것이 나의 독서 목표였다. 글쓰기 과정(플로라이팅 4기) 1주차 수업을 위해 파리 리뷰..

사랑은 삶의 재발명이다

두 세계가 있다. 노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 눈에 보이는 차이가 뚜렷하니 노소(老少)는 쉽게 구분된다. 차이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세계도 있다. 인정의 세계와 만족의 세계. A는 외부로부터의 인정을, B는 내면으로부터의 만족을 중요시한다. A는 인정의 관점으로, B는 만족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전혀 다른 두 세계다. 그런 세계는 또 있다. 감각의 세계와 직관의 세계. C는 세상의 본질을 물질이라고 보지만, D는 정신이 본질이라고 믿는다. C는 유물론자가 되고, D는 관념론자가 된다. 눈에 보이는 차이보다 보이지 않는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중요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졌다.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거나 판단하고, 나름의 관점대로 세상을 본다. 두 사..

나는 왜 이 글을 썼을까

1. 평생동안 우리가 진정 사랑했던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당신이 좋아하는 다른 것과 비교하면, 이를 테면 책을 좋아한다면 읽은 책의 권수,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을 갔던 도시들과 견주면 사랑의 숫자는 더욱 초라해진다. 대다수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것은 우리가 형편없이 살아서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힘든 존재인 것이다. 아름다운 삶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숫자를 늘려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름다움을 논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다음의 질문이다. 상실은 우리를 어떻게 바꿀까? 이 글을 쓰게 한 동기이기도 하다. ('상실이 우리를 바꾸기나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는 부럽다. 소중..

2015년 성찰일지 (1)

2015년이 보름 남짓 지났다. 사람의 생애 첫 한 두 해가 비슷하듯이 누구나 새해 첫 한 두 주는 비슷하게 보낼 것이다. 새해 결심을 그런대로 지켜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는 2주를 그런대로 잘 살았다. 헤르페스 각막염이 살짝 재발했지만 이내 가라앉았고, 힘든 일이 있었지만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소통에 임했다. 철학 수업 준비에도 성실히 임했고, 날려버린 원고의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성장한 나로 올해를 살고 싶었기에. 1. 고트프리트 마르틴 『진리의 현관 플라톤』, 미하엘 보르트 『철학자 플라톤』. 플라톤 이해에 도움을 얻은 두 권의 책이다. 남경태 선생의 『개념어 사전』은 읽다가 너무 쉬워서 내려놓았다. 『문학비평의 이해와 활용』이라는 책은 교과서적인 책인데, 비평은 혼자..

멍하게 TV를 시청하고서

어젯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서울에 도착했다. 2박 3일 동안 많이 돌아다녔다. 공주에서 강연이, 진주에서 4기 와우의 결혼식이 있었다. 목요일에는 모기업 연수원에서, 금요일에는 대전 대림호텔에서 잤다. (베니키아 호텔인데도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예약했는데 후지긴 했다.) 여행은 좋지만, 장시간 운전은 고달프다. 그래서 하행길에서 대전에서 숙박했었다. 오는 길에도 중간에서 하루 더 숙박할까 고민했지만 숙박비도 아끼고 업무도 밀려서 서울행을 택했다. 상행길은 진주 - 양평 집 - 서울 작업실로 이어지는 먼 거리였다. 도착하여 잠시 누워서 '씻어야 하는데... 씻어야 하는데...'를 반복하여 중얼거리다가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휴일이어서인지, 며칠 떠돌이 생활을 해서인지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했다. TV를 틀었..

너무나 인간적인 허삼관

인간적인 허삼관, 사랑스러운 일락이. 영화 을 관람한 간단 소감이다. 그러니 나의 소감을 늘이면, 무엇이 인간적인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기회가 되겠고, 일락이를 향한 애정 표현을 쏟아내는 장(場)이 되리라.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사랑을 표현해서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이렇게 세상에 글 하나를 보내는 민망함을 달랜다.) 1. 허삼관(하정우)은 허옥란(하지원)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마음앓이 하던 허삼관은 삼촌(주진우)에게 물었다. “삼촌, 어떡해야 결혼해요?” “결혼하려면 네가 가진 것을 모두 주어야지.” 가난한 허삼관은 피를 팔아 번 돈으로 허옥란에게 냉면, 만두, 불고기, 향수를 선물했다. 돼지고기 한 덩이도 사주었다.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오늘 제가 쓴 돈이 2천원예요...

명실상부가 나를 위로하다

1. 명실상부한 삶은 오랫동안 나의 바람이었다. 명실상부의 적은 내면에 존재한다. 허영심, 불성실, 자기기만은 대표적인 적이다. 필요 이상의 겉치레를 자주 하거나 실제보다 많이 아는 척하는 허영심. 필수적 노력마저 기울이지 않는 불성실. 타인의 부정확한 칭찬을 듣고 자신이 그 정도는 아닌 줄 알면서도 제3자에게 퍼트리는 자기기만. 나는 3가지를 명실상부를 방해하는 악덕으로 여기고, 이것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했다. 외부에도 강력한 적이 있다. 사람들의 착각도 명실상부를 위협한다. 사실 누구나 종종 착각한다. 헷갈리게 기억하거나 사물을 혼동한다. 때로는 사람에 대해서도 착각하는데, 실제보다 과소평가 또는 과대평가한다. 과소평가는 그럭저럭 괜찮다. 인생살이에서 오해는 불가피하니까.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의..

<토토가>로 떠난 추억여행

1. 나흘에 걸쳐 무한도전 를 시청했다. 나흘이나 걸린 것은 의도적 '노력'이었다. 아껴보고 싶었고, 그래서 하루에 두 세 가수만을 만끽했다. 정말 행복한 시청이었기에, 다음 가수의 공연을 더 시청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행복을 극대화하고 싶었고, 내일도 이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다. 만족지연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인내가 즐겁기도 했다. ‘행복’과 ‘좀 더 짙은 행복’ 사이의 선택이었으니까. 2. 90년대의 음악을 사랑‘한다’. 최초로 좋아했던 가요는 이선희의 (1986)이었고, 이후에도 이정석의 (1987), 등을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가요에 빠져든 것은 1990년이었다. 변진섭의 를 운명적으로 들었고, 90년대 초반부터는 조정현, O15B, 김원준, 푸른하늘, 김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