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인생 무상의 세 가지 결말

4월에 스무 명 남짓 되는 지인들과 안동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다섯 대의 차량에 삼삼오오 나눠 탑승했더니 오가는 길에서도 즐거운 대화가 가득하더군요. 제가 운전한 차에는 이십대 청년 셋이 탔습니다. 안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십대 초반의 여대생이 묻더군요. 어떻게 하면 그리 멋지게 살아갈 수 있냐고 말이죠. 쑥쓰럽지만, 제가 열정적인 사람처럼 보였나 봅니다. 누구나 다른 이의 일면만을 볼 뿐이고, 젊음은 종종 사람을 서둘러 판단하기도 하지요. 여튼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저는 인생을 각성 상태로 사는 것 같습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깨어있음의 상태라고 할까요. 저는 인생이 정말 좋고, 한날 한시가 정말 소중하여 시간을 허투루 쓸 수가 없어요. 치열하게 살려는 마음이 가득한 겁니다. 각박한 삶..

참 좋은 말, 진인사 대천명

열흘하고도 이틀 만의 블로그 포스팅이다. 6.4 선거일 즈음부터 어제까지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다. 특히 최근 일주일은 잠도 못자고 일손도 흐지부지했다. 친구의 병세가 깊어진 탓인데, 여느 때보다 일상을 더욱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병 문안에 힘쓸 수 있을 테니까. 일주일간 미뤄 온 일부터 챙겨야겠다. 마침 일주일의 시작이다. 지난 주와는 다르게 살자. 지난 주간은 어떠했나? 4일 저녁엔 브라질에서 오신 귀한 손님을 만났다. 3년 만의 만남이고 연배 차가 적지 않는데도 반갑고 정겨웠다. 이번 방한 일정 중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게 아쉬웠다. 5일엔 친하게 지내는 형님 내외를 만났다. 한참 손아랫사람이라 더욱 예를 다해야 하는데,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했다. 아산병원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했지..

편안함을 지양하려는 이유

글쓰기를 주제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가 말했다. “저희 어머니도 글쓰기에 관심이 많으세요. 어렸을 적에 작가가 되는 게 꿈이셨대요.”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어, 지금은 어떠신지 물었다. “그렇잖아도 저도 글을 좀 쓰시라고 권했거든요. 블로그 같은 것도 운영하시면 재밌을 거라고. 근데 싫으시데요.” 이유가 궁금했다. “이제 아등바등 살기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편하게 지내고 싶으시데요.” 자당의 말씀은 십분 이해가 되었다. 나 역시도 요즘 부쩍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 하는데, 연배가 스무 살이나 많으신 중년 부인이야 오죽하랴. 나도 많이 달라졌다. 이상을 품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몸과 마음 편하게 살자’는 생각을 하며 안주하거나 현실과 타협할 때가 많다. 나만 그러..

[5월의 3대 뉴스] 아, 정도전!

1. 드라마 을 사랑하다 한 달 새 서른다섯 편의 드라마를 시청했다. 최고의 정통역사 드라마 !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갈등 그리고 역사인물의 생생한 부활, 작가와 연출자는 이 모든 요소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듯했다. 매우 재밌게 역사공부를 한 느낌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고증이 약해진 느낌인데, 정말 그러한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드라마 은 50부 예정이란다. 드라마는 끝나지만, 드라마의 영향은 내 일상에 남을 것이다. 요즘 틈나는 대로 조선사를 공부 중이다. 조선사 전체를 훑을 생각이나, 여의치 않더라도 개국과 조선 전기까지는 정리해 두고 싶다. 정몽주, 정도전, 이성계를 공부하며 삶의 교훈을 얻을 생각이다. 드라마의 전반부를 지배했던 이인임의 명언..

깨끗한 부자가 내 길일까?

친구를 만나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었다.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터라 소화를 도울 겸, 구경도 할 겸 느긋한 걸음이었다. 가로수길엔 예쁜 카페와 매력적인 행인들이 많지만, 왕복 2차선 차로가 있어 조금은 번잡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나는 가로수길과 연결된 이면도로가 더 좋더라. 우린 도산대로 11길을 걷다가 나즈막한 이층의 창가로 들여다보이는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았던 그 창가 자리에 앉았다. 멋진 색감의 가죽 소파는 편안했고, 창밖으로는 상점의 모습과 길을 오가는 행인들이 보였다. 커피와 빵을 주문하고서 우린 약속이나 한듯이 잠시 창밖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의 경제력을 생각했다. 강연보다는 공부에 집중하는 몇년동안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

배려는 감수성의 발현이다

지인이 부모님과 함께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께 드린 감사의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배려의 힘겨움과 중요성을 생각했습니다. 우선, 그녀가 쓴 여행기를 요약해 봅니다. "첫날은 여행하기에 참 좋은 날씨였지만, 계획했던 여러가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인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내 기준에서 좋은 것들은 부모님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며 여행을 준비했다. 첫 식사는 비빔밥집 였다. 지난 와우투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맛났던 메뉴이고 정성껏 차려졌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하지만 엄마는 추어탕만 맛나게 드시고 비빔밥은 거의 드시지 않았다. 원래 비빔밥을 좋아하시지 않았던 것. 저녁메뉴는 계획을 바꿔 엄마가 원하시는 메뉴로 갈치조림을 선택했는데 두 분 모두 국..

격몽요결, 정도전, 좋은 하루

1. 『격몽요결』을 도학자의 마음으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 속에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 속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음미하면서 읽겠다는 말이다.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 긍정적이고 경건한 변화가 일어날 거라 기대한다. 변화는 내게 달린 일! 2. 드라마 이 일상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하룻밤을 새가며 드라마에 빠지기도 했다. (, 과 함께 가장 흥미롭게 시청한 드라마다.) 이참에 조선의 역사를 개괄하는 기회로 삼기로 하여, 틈날 때마다 조선사를 공부했다. 조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주요개념, 핵심인물, 역사적 장면을 뽑고 연표와 지도를 찾아가며 정리했다. 3. 그저께 친구를 만났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밤늦게까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멀리 대구에 살아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올해 어버이날은 함께하는 시간으로!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 대구에 다녀왔다. 전야(前夜)를 함께 보내고 어버이날을 아침부터 맞이하기 위해 7일 저녁에 도착했다. 우리 집은 새벽 1~2시에 잠드는 편인데, 이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한다. 매번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 모두가 TV를 시청하며 말없이 보내는 시간도 많다. 허나 이것 역시 우리 식구가 정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내게는 TV 시청 시간이 매우 아깝지만 가족을 향한 애정으로 잘 즐기는 편이다.) 어버이날,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경남 합천의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로 떠났다. 금강산만 식후경이겠나, 가야산도 식후경이다! 해인사 IC로 진출하자마자 보이는 중국집 으로 갔다. 고기와 양파가 들어가지 않은 스님을 위한 자장면을 파는 곳이다. (양파는 왜 안 먹느냐고? 매운 음식..

일상 속에 깃든 행복의 순간들

1. 오전에 교회 후배랑 둘이서 농구를 했다. 그늘로 들어가면 서늘하고 햇볕에 있으면 더워지는 날씨였다. 우린 몸을 풀고 일대일 게임을 했다. 숨이 차 오르고 땀을 흘릴 정도로 뛰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번 즈음은 벗과 함께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것은 곧 여유와 행복을 느끼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매주는 아닐지라도 자주 그리 살아야겠다. 농구를 한 곳은 반포 한강공원이었다. 반포대교 남단 서쪽에 세빛둥둥섬이 있고 근처에 농구장이 있다. 반포지구는 여의도 다음으로 쾌적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한강공원이라 생각했다. 세빛둥둥섬 내의 CNN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반포대교 동쪽(고속터미널 쪽)의 잔디밭에선 시민들이 텐트나 돗자리를 들고 와서 휴일 오후를 즐겼다. 아! ..

좋아하는 시간대가 언제입니까?

하루 중에서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시간대가 있을 겁니다. 나는 점심식사를 마친 후의 한 두 시간을 싫어합니다. 나른해져서 활기가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대책은 두 가지. 1) 점심식사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 (가능하다면 점심 약속을 13시에 잡는 편입니다.) 2) 짧은 낮잠을 취하는 것. (저는 15~20분짜리 오침을 즐기는 편인데, 낮잠이 주는 신체적 회복에 자주 놀라곤 합니다.) 23시 이후의 밤 시간대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던데, 저는 야밤이 조금 부담스럽더군요. 얼른 잠자리에 들어 이튿날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약간의 죄책감이 듭니다. 죄책감까지 들 필요는 없는데, 아마도 도덕적이고 의지력을 강조하는 청교도적인 자기경영을 추구했던 때의 유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