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소소한 일상 들여다보기

1. 롯데마트 입구에 진열된 행사 매대 앞을 지날 때였다. “좋은 행사에 참여하는 거라 저희가 싼 가격에 내어드리는 거예요”라는 말이 들렸다. 약장사 같지 않은 점잖은 목소리였지만, ‘왠지 모르게’ 진정성이 느껴지진 않았다. 왠지 모르게? 정말 몰라서 한 소리다. 말투만으로도 진실과 과장을 잡아채는 감각이 생긴 것인지 혹은 오늘따라 내가 회의적이어서인지. 그게 아니라면, 그가 유달리 들통 날 법한 어조였는지 혹은 좋은 행사와 싼 가격이라는 말이 진실인지. 나는 그가 판매하는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다. 행여 내게 필요한 물품이어다고 해도, 오늘만큼은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판단은 이성이 아닌 감정의 산물이리라.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거짓된 선전도 어떤 기능을 해낸다..

어떤 언어를 잘하고 싶나?

1. 칸트냐, 헤겔이냐? 오래 묵은 질문이다. 사유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사숙하고 싶은 철학자들이 있다. 니체는 다른 철학자와 사상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 칸트를 택하든, 헤겔을 택하든 니체는 계속 읽어갈 것이다. 칸트와 헤겔은 선택을 강요한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저들을 알지 못하니 선택할 수 없다. 이제 칸트와 헤겔을 공부할 때가 왔다. 피상적이나마 철학사를 살폈고, 스스로 끌어올린 화두도 품었으니. 2. 젊은 날에 어학 공부를 해 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앞으로도 종종 아쉬워할 것이다. 그만큼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아직 내가 젊다는 사실도 안다. 심정으로는 이십대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에 더욱 눈길이 가지만, 이성으로는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을 때가 지금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십년 ..

아직 나는 실감이 안 난다

1. 7시에 눈을 떴다. 숙모는 어젯밤부터 내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시는 눈치다. 아무래도 아침 식사는 집에서 해야 할 것 같아 둘러가는 동선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갔다. 피곤한 내게는 밥보다 잠이 필요했지만, 숙모의 애정을 뿌리칠 수도 없었다. 집에 가서 밥상을 받으니 ‘잘 왔구나’ 싶었다. 나를 위해 몇 가지 반찬을 마련하신 것. 난 숙모가 좋다. (요즘 나답지 않게, 다시 말해 연락을 좀처럼 하지 않는 못된 습관을 이겨내며 매주 연락을 해서일까.) 이유야 어찌됐든 숙모를 생각하면... 효도하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고,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올해 안으로 용돈 100만원을 안겨 드리겠다는 바람은 꼭 실천해야겠다.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 - 성경, 마..

피곤과 슬픔이 뒤범벅이 되어

1. 오늘은 중요한 일정이 많았다. 밤새 준비하느라 새벽에 1시간 30분만을 자고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얼른 일을 끝내고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친구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했지만,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티를 내고 싶지도 않았다. 내게는 친구지만, 그들에겐 타인이다. 어느 정도 배려는 해 주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두 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니 저녁 여섯 시였다. 대구행 7시 열차를 기다리며 기차역에서 빵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식사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것이지만, 요즘엔 어쩔 수 없다.) 안도감도 잠시, 열차 안에서는 ‘마음편지’를 써야 했다. 잠이 몰려왔지만, 퇴고까지 마음을 기울였다. 2.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넋을 잃었다. ..

뜻밖이라고 당황하지 말고

1. 아뿔싸! 여느 때 같으면, 이 시각에 이동할 리가 없다.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각없이 나섰다가, 정체에 걸리고 말았다. 서울과 양평을 오갈려면 6번 국도 경강로를 거쳐야 한다. 주말 교통량이 많은 도로다. 토요일엔 양평 방면으로 가는 길이 막힌다. 특히 하남에서 팔당대교를 건너 경강로에 진입하는 구간의 정체가 심하다. 일요일 오후부터는 서울 방면이 막히기 시작해 저녁 시간이 지나야 뚫린다. 일요일 오후 4시 30분이면 서울 방면 경강로가 한창 막히는 시간대다.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니나, 잠실 사무실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급한 마음에 하루 일정을 효과적으로 조율하지 못했다. 미리 출발했거나 집에서 다른 일을 하고서 좀 늦게 출발했어야 했다. 차를 세워 실시간 도로 검색을 했더니..

자기돌봄이 진실한 섬김을 낳는다

1. 일주일 만에 집에 왔다. 전국(全國)까진 아니어도 나라의 반(半)은 돌아다닌 느낌이다. 쏘다닌 거리도 만만찮지만, 그보다는 이곳저곳을 잇달아 다닌 탓이다. 교육과 병문안이 뒤섞인 일정이었다. 즐거운 여행만으로 채워진 일주일이면 얼마나 좋았으랴. 지금 나는, 평범한 날들이 어찌나 그리운지! 가족과 친구들 중 아픈 이들이 없고, 큰 성취가 없더라도 큰 상실이나 실패도 없는 보통의 날들! 내 몸 아프지도 않고 마음이 어지럽지도 않은 날들! 시간은 흐른다. 머잖아 다시 그런 날이 찾아들면 힘껏 안아줘야지. 2. 짬날 때마다 이병주 선생의 소설 『정도전』을 읽었다. (선생은 『정도전』『정몽주』『허균』 등의 역사소설을 남겼다.) 틈나는 시간에 밀린 일을 했으면 좋으련만, 그럴만한 에너지는 없었다. 독서는 에너..

병세도 우정도 깊어진 주말

심경은 복잡하고, 마음은 분주했던 어제. 1. 1박 2일로 다녀온 MT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나쁘지 않았다는 긍정적 뉘앙스지만, Good이나 Great의 수준은 아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충분히 좋은 MT 였을 테지만, 2년 교육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MT로서는 미흡했다. 그간의 수고를 서로 격려하고, 교육 수료를 축하하는 의미를 갖지 못했다. 내 불찰이다. 마지막 MT를 빛낼 프로그램을 준비치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해도, 신경써서 정성껏 피날레 행사를 마련했어야 했다. 2. MT에 대해 반성하거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20분 만에 다시 나서야 했다. 샤워를 하고 며칠짜리 짐을 챙기기엔 빠듯한 시간이었다. 짐을 제대로 챙기긴 했는지 모르겠다. 대구에 다녀올 생각이다. ..

심란한 날을 사는 법

1. 동대구행 열차에 앉아 있으려니 눈물이 난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힘겨움이 있을 터, 나도 마찬가지다. 자기 힘겨움을 넘어설 노하우를 갖지 못한 이의 삶은 고달파진다. 나의 위로자는 글쓰기다. 글을 써야만 넘어설 정도의 아픔은 아닐지라도, 오늘은 열차 안에서 노트북을 열어야 했다. 몸이 피곤했지만, 뭐라도 써야 했다. 2. 힘듦을 토로할지라도 도와달라는 뜻은 아니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글쓰기’라는 치유자에게 손길을 내민 것뿐이다. 글을 시작할 때에는 복잡하던 심경이 글을 맺을 때에는 한결 나아질 때가 많으니, ‘심경복잡’을 두고 나를 걱정할 일도 아니다. 살다가 잠시 힘들었음을 기록하고 싶을 뿐. 3. 좋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말벗이 되는 이들이 있기에 인생이라는 여행이 ..

어떤 퇴원은 고통 어린 슬픔이다

오늘 친구가 아산병원을 떠났다. 고향인 대구로 간다. 건강하게 퇴원하여 집으로 가는 것이면 더없이 좋으련만, 녀석은 상황이 악화되어 호스피스 병동으로 간다. 형의 차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니 온몸에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했다. 1층 로비 접수대 앞 의자에 앉았다. 한동안 멍했다. 지나간 3주 동안의 병원 생활이 스쳐지나갔다. 퇴원하는 과정도 떠올랐다. 친구는 건강을 회복하여 웃으며 걸어 나가는 게 아니라,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녀석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착잡함에 두려움과 절망이 버무러진 어떠한 느낌일 것 같다고 추측할 뿐이다. 휠체어를 밀고 가던 나는 간호대 앞에서 잠시 멈춰야 했다. 친구가 나를 세우더니, 간호사들에게 인사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간호사들이 밝게 인사했지만..

열심으로 살았던 어느 하루

12시 취침은 일상경영의 원칙 중 하나다. 렉티오 리딩 강연을 마치고 귀가한 11시 45분. 얼른 씻고 자면 원칙을 사수할 수 있는데, 고민했다. 원칙을 지켜 동그라미 하나를 채울까, 아니면 동그라미 하나를 포기하고 일을 할까? 후자를 택했다. 일이 좀 밀리기도 했거니와 오늘을 기록하고 싶기도 해서다. 이런저런 단상들과 주고 받은 연락들(문자 메시지) 그리고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1. 일상경영의 나머지 원칙을 궁금해할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그것부터 적어둔다. 매일 행하려고 애쓰는 7가지 일들이다. 글을 썼는가, 와우들과 소통했는가, 지식을 습득했나, 운동했는가, 건강 3식을 먹었나, 21시 이후 금식했는가 그리고 24시 전으로 잠자리에 들었는가. 2. 아침,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깼다. 러시아가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