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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권의 책을 집안에 들이며

세 권의 책을 허벅지 위에 떨어지지 않게 올려 놓고 이 글을 쓴다. 11월 들어, 우리 집에 세 녀석들이 '침입'했다. 내 허락없이 우리 집에 들어왔기에 침입이라 표현했지만, 사실 책 구입을 자제하리라는 내 의지를 짓밟고 들어왔으니 '정복'이라 표현하는 것이 이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렇다. 11월에도 기어이 나는 두 권의 책을 사고 말았다. (한 권은 선물 받았다.) 먼저, 나를 정복한 두 권의 책. 『왜 도덕인가?』와 『책을 읽을 자유』. 『왜 도덕인가?』는 변명의 여지가 있다. '도덕주의의 유익과 한계'는 요즘 나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가 아니라, '중 하나'라는 게 조금 머쓱하긴 하지만, 요즘의 내가 자주 도덕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분명하다. 도덕주의, 곧 도덕적 가치..

환상적인 부석사 여행

10월에 전라남도 장성과 충북 단양에 다녀왔지만, 단풍을 보지는 못했다. 2010년 단풍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떠났다. 내년 단풍은 2010년의 단풍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떠날 이유는 충분했다. 이것은 삶의 모든 순간을 맛보려는 욕심이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실험하는 일종의 도전이다. 나는 매주 1회 여행 떠나기가 과연 현실적이긴 한지,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닌 내 삶에 실제로 유익한지 따져 보는 중이다. 그 따짐이란, 현명함과 위험함이라는 두 극단을 연결하는 스펙트럼 위에서 내가 위치하고 싶은 건강한 중간 지점을 찾는 과정이다. 욕심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추구하는 것은 현명함이다. 반면, 욕심이 지나치면 위험해진다. 욕심을 쫓고, 실험을 한다는 것은 명분일지..

생애 최고의 일주일을 위하여~!

독서 매주 400페이지의 책을 읽자. 하루에 50페이지씩 읽고, 주말에는 50페이지를 더 읽자. 그러면 400페이지가 된다. 얇은 책들은 2권에 해당되는 분량이고, 두껍지 않은 경우라면 한 권은 읽는 셈이 된다. 철학 원전이나 어려운 이론서인 경우에는 더욱 꼼꼼하게 읽어야 하므로 일주일에 200페이만 읽자. 그래도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은 비슷할 테니까. 영화 매주 한 편의 영화를 보자. 어느 날이든 한 번 즈음은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자. 관람한 후에는 간단하게라도 리뷰를 쓰자. 이왕이면 테마를 정해 관람하면서 언젠가 주제별로 묶어 책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자. 월별 테마를 정하여 영화로도 공부하자. 11월은 사랑, 12월은 가족으로 정하자. 하지만, 일차 목적은 소박하게라도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이..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

두 달 전인가, 나는 한 소설가에 관하여 신나게 떠들어 댔다. 김영하가 얼마나 훌륭한 글을 썼는지에 대해서 나는, 『퀴즈쇼』의 어떤 대목을 그대로 읽기도 하고, 나의 견해를 덧붙이기도 하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지루했을 법한 긴 이야기를 '갑자기' 들어야 했던 이는 친하게 지내는 동네 누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기는 하지만, 책에 대해서 이리 침 튀기며 이야기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퀴즈쇼』라는 소설이 내게 안겨다 준 감동은 컸다. 누나가 20대에 대해 알고 싶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의 김영하 자랑은 분명 누나에겐 뜬금없음이었고,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퀴즈쇼』 이후, 나는 김영하의 단편집 두 권을 더 읽었다. 『오빠가 돌아왔다』(이하 오빠)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평화로운 아침에 껴안은 질문 하나

내가 김광석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인식하기 오래 전부터 나는 이미 김광석을 듣고 있었다. 내가 목욕하기를 좋아한다는 건, 다른 이에게서 "저는 목욕을 좋아해요"라는 말을 들으면서야 알았다. 그래, 나도 목욕을 좋아하지. 아침마다 샤워 끝내는 걸 무척이나 아쉬워하지. 더 오랫동안 샤워하고 싶지만,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샤워기를 올려 놓고 몸을 닦는 거잖우. 그러니까 내가 목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전부터 이미 내 몸은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스물 세 살이던가, 네 살이던가, 내가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인식하기 몇 해 전부터 나는 열심을 책을 읽어 오던 터였다. 그렇다. 많은 경우, 삶이 먼저였고, 인식은 나중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얼 잘하는지..

책 지름신과 타협하기

내가 이렇다. 책 구매금액을 월 10만원으로 제한해 두었는데, 스물스물 선을 넘어버렸다. 그것도 벌써 7월부터 10월까지 연속 4개월 동안 줄곧 나의 원칙을 깨뜨려왔다. 이만하면 원칙이라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지경이다. 2010년 봄, '리뷰 3개 작성시 10만원 도서 구매 허용'이라는 나름의 원칙은 여름 즈음에 허물어졌으니 계절의 변화와 함께 사라진 셈이다. 이래선 안 된다. 책은 그만 사자. 돈 모아야지~! (단순히 10만원 아낀다는 차원이 아님은 글을 읽으며 알게 되시리라.) 뭘 샀나? 7월 구입도서를 살펴 보았다. 사실, 책을 살 때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 아니다. 다른 이들에게 책을 추천할 땐 부담을 느끼며 정선하는 편인데 정작 내가 읽을 책은 쉽게 고른다. 나름의 책 선정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원할 때마다 여행을 떠나는 비결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떠나는 편이지만 매년 가을이면, 좀 더 자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단풍 나들이를 즐기며 낙엽길을 걷고 싶은 게지요. 그래서 영주 부석사, 소수서원에 다녀왔습니다. 자주 떠나다 보니, 몇몇 분들이 걱정을 하거나(철이 덜 들었다고), 오해를 하시더군요(돈이 많다고). 걱정도 덜어 드리고 오해도 풀 겸, 오늘은 여행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쓰고 나니 걱정을 덜지는 못했고, 오해는 조금 푼 듯 합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시지만, 생각에 그치시는 분들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저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진 않습니다. 노년이 되어 여행을 하는 것도 멋스럽지만, 청년의 때에 떠나는 여행도 활기차고 즐..

꼬마여행자 리노

햇빛이 화창한 날,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키워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저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께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들의 여행을 돕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아무 것도 도와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리노야, 엄마가 항상 너를 지켜 줄께." 돌아가신 아빠 대신 홀로 아이를 키워 오느라 아들에게 쥐어 줄 여행비가 없었던 게지요. 아이는 이해했습니다. 엄마의 가난을.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지난 일 년 간 열심히 일해서 벌어 둔 돈을 챙기고 엄마의 마음을 가슴에 담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는 이제 여행자입니다. 새로운 도시, 비엔나를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아이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내가 잘한 것일까? 이 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게으름

또 한 달을 보냈습니다. 2010년 10월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과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느낀 감정은 아쉬움입니다. 대개 이 즈음의 느낌은 퓨전 감정입니다. 아쉬움과 희망이 뒤섞여 있으니까요. 지나간 달에 아쉬움, 다가온 새 달을 향한 희망! 언제나 End는 또 하나의 And이기에 저는 새로운 다짐을 하며 힘을 냅니다. 하지만 오늘은 새로운 다짐을 하기보다는 지난 달을 향한 아쉬움이 유난히 짙습니다. 꼭 해야 할 일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을 마무리 못한 저녁이 찜찜하듯, 10월에 꼭 했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니 허탈하고 아쉽습니다. 게을리 살았던 것은 아니지요. 분명 저는 무언가를 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꿈의 실현을 방해하는 것이 게으름만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너만의 길을 걸어라

그대여, 너만의 길을 걸어라. 서두르지 않되, 쉬지도 말라. 휘파람 불며, 콧노래 부르며 거닐 수 있는 길을 선택하라.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를! 내딛는 걸음 하나 하나마다 웃음과 진지함으로 밟기를! 그대여, 너만의 길을 걸어라. 행진 자체가 선물이 되는 길을. - 리노 짧은 글 하나 지어 보았습니다. (한 번쯤 천천히 읽어 주실래요? ^^) 시라고 하기엔, 저는 시가 무엇인지 모르네요. 하지만 보기 좋은 말을 데려다 놓은 글은 아닙니다. 제가 믿는 것들을 마음 속에서 꺼낸 말들이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