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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힘이 세다

“위기의 순간을 무사히 넘기면, 환자는 깨어나 몸에 삽입했던 관을 제거하고 퇴원한다. 이렇게 병원을 떠난 환자와 가족은 계속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결코 예전과 같지 않다.” (p.198) - 『숨결이 바람될 때』 중 지금의 상황은 감기 바이러스가 물러난 게 아니다. 위기(!)의 순간을 넘긴 것이다. 완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생명의 위기가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위기의 주소는 저 멀리 우주가 아니다. 환자의 일상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폴 칼라니티)는 이렇게 말했다. "의사의 말은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불확실성과 병적 상태는 환자 본인이 계속 씨름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암으로 죽어가는 상황에 비하겠냐마는, 살다보면 결코 예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더 힘을 내는 게 중요해요

"에마, 다음엔 뭘 해야 하죠?""폴, 더 힘을 내세요. 그게 중요해요."- 말기 암 환자 폴과 담당의(에마)의 대화,『숨결이 바람될 때』 중에서 『숨결이 바람될 때』(폴 칼라니티 저)는 아름답고 탁월한 책이다. 무엇이 그러한가? 폴의 필력이 아름답다.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자신과 마주하는 폴의 용기와 의지가 탁월하다. 과학과 문학이라는 진리 탐구의 양날을 사용하여 벼리어낸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 역시 놀랍다. 이러한 장점들은 내게는 슬픔이자 고통으로 작용했다. 2년 전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으니까. 슬픔을 마주하리란 걸 예상하고서 읽었다. 아니, 마주해야 했다. 마주하고 싶기도 했다. 나에게는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희망을 창조하는 영혼의 성소에 머물기도 해야..

정리에 관한 3가지 단상

윤선현 정리컨설턴트의 '정리'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올해 처음으로 내의를 입는 바람에 실내가 더워, 혼자 들락날락하느라 강연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타이밍 좋게 주워 들은 세 가지가 인상에 남았다. 1) 강사는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니멀리즘에 관한 나의 문제인식과 맞닿은 얘기라 솔깃했다. 인터넷에서 '미니멀리즘'이라고 검색하면 환상적인 사진, 하지만 따라하기에는 만만찮은 이미지를 만난다. 실제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위 사진이 상단에 올랐다. 저러한 공간에 머물고 싶긴 해도, 좁은 집에서 실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한 삶이 주는 에너지를 경험하고, 미니멀리즘이 선사하는 미적 즐거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미니멀리즘에 무관심하기도 싫다. 강사..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절망도 고통도 끝이 아니다. 죽음만이 끝이다. 살아 있다면 끝이 아닌 것이다. 냇물 앞에 섰으면 뛰어 건너라. 옷이 젖을까 염려하거나 머뭇거리지 마라. 오늘의 바람과 내일의 햇빛이 옷을 말린다. 산이 가로막으면 오르고 올라 봉우리에 서라. 산마루에 서서 이마의 땀을 씻어내며 다음 봉우리의 손짓을 바라보라. 어제가 갔으니 오늘이 왔다. 살아 있으니 시작이다.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어제의 문은 닫혔지만, 오늘의 문이 열리리라. 지금도 새로운 문이 열린다. 그곳이 어디든지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태풍이 몰아닥친 후에도 삶은 또 다시 시작된다. 내가 이곳에 있다.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새로운 시작을 맞으며. "아무도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

미루지 말고 타협도 말고

친구는 그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소한 약속이었다. 길거리에서 나를 세워 둔 것도 아니고,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인해 내 일에 차질을 받은 것도 아니다. 내게 보내기로 한 자료를 보내지 않았을 뿐이다. 단언컨대, 실망은 없었다. (그는 평소에도 시간 약속을 거의 지키지 못한다. 이것은 불만의 토로가 아니다. 오히려 변호다. 대부분의 실망은, 실망한 이의 비합리적인 기대에서 비롯되는 법.) 아쉬움과 서운함도 없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은 허언'의 한 사례를 명징하게 인식했을 뿐이다. 친구에게서 나의 부족함을 발견했을 뿐이다. 게으름과 타협하는 바람에 오늘 하기로 생각한 일을 내일로 미루었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작은 약속이라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적은 또 얼마나 잦았나! 특히 나 자신과의 약속..

긍정심리학 강좌 안내

긍정심리학은 삶의 굴곡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고 최고의 삶을 설계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성공과 행복에 관한 지식을 권하지만 학교에서 듣는 훈화 말씀이 아닙니다. 긍정심리학의 지적 성과물들은 과학적 방법을 통해 얻어진 것들이니까요. 개인의 일화와 주장에서 나온 20세기의 자기경영 콘텐츠는 긍정심리학의 세례로 거듭나지 않으면 구닥다리 지식이 될 겁니다. 삶의 향상을 이끄는 확실한 지식을 쌓고 싶은 분, 자기경영 콘텐츠 생산에 관심이 많은 강사나 작가 분들에게는 긍정심리학은 필수 지식입니다. 4주 동안의 이번 수업은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긍정심리학 공부 첫 길 내기'에 유익할 겁니다. ▪ 기간 : 1월 4일~25일(4주), 매주 수요일 저녁 7:30~9:30▪ 장소 : 토즈 홍대점 (..

안주하면 나아갈 수 없다

1.이라는 독서 모임의 2주년 파티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가장 열심히 읽은 소설이고 이 책에 대해 쓴 글이 많은데도, 자평하자면 흡족하지 못한 강의였다. 무엇보다 시간을 초과했고 청중에게 어울리지 않은 방식의 진행이었다. 좀 더 청중들의 관점과 성향을 헤아렸어야 했다. 심해로 나아가는 잠수함처럼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가기보다는 시냇물을 건너듯이 여러 주제를 경쾌하게 다루어야 했다. 다른 책이 아니라 『그리스인 조르바』였기에 감동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평범한 강연에 머물렀다. '정상'을 꿈꾸는 이가 '8할 높이의 산등성이'에서 안주할 순 없다. 또한 함께 등정한 이들과의 인연도 놓치고 싶지 않다. 몇몇 분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기억한다. 그분들 덕분에 즐겁게 진행했다. ..

멈춰라 그리고 생각하라

1.교보문고 홈페이지에 독립선언문들이 올라왔다. 독립(讀立)이란다! 읽고 선다, 라고 생각하니 독서를 통한 성장과 삶의 변혁을 꿈꾸는 이들이 좋아하는 말놀이겠구나 싶었다. 교보문고에서는 "독서 실천의 뜻을 세우다"라고 단어 뜻의 외연을 조금 더 확장했다. 수많은 선언에 나도 한 줄 보탰다. 과연 2017년은 책 52권을 읽는 해가 될 수 있을까? "2017년에는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겠다. 사유하고 실천하는 독서! 배움의 깊이를 더하는 서평!" 2.『그리스인 조르바』는 내게 하나의 경이다. 내 삶도 하나의 경이가 되기를 꿈꾸게 하는 소설이다. 이 책으로 여러 번 수업을 진행했는데, 오늘 또 한 번의 수업을 하게 된다. 설렌다. 나는 열린책들 번역본만 해도 두 권을 가지고 있다. 더 오래된 책..

훌륭한 책만을 읽어야겠다!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주머니 속의 돈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돈을 벌지 말자는 뜻도 아니고, 돈의 중요성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돈을 버는 활동만큼이나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살뜰한 관리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섣불리 말하기 전에 주어진 시간을 살뜰히 경영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렇지만 인지상정은 어쩔 수 없다. ‘읽을 책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 말이다. 24시간을 들여다보면 낭비하는 시간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낭비의 틈을 다 메꾼다고 해도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인생의 필멸성과 시간의 유한함이 삶의 본질이니까. 결국 아쉬움을 줄여주는 것은 ‘욕망의 우선순위’와 ‘살뜰한 시간 관리’에 대한 지혜로운 실천..

측정하면 관리하고 싶어진다

1.오랜만에 블로그 유입 키워드를 살펴보았다. 블로그측 안내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추출된 키워드’란다. 유입수가 1인 키워드는 무의미하게 보였다(이를 테면, 빵다방, 상쇄피드백, 서른여덟 등). 포스팅의 어떤 단어 하나가 한 네티즌에게 ‘얻어 걸린’ 것이다. 상위 5위까지는 의미 있게 다가왔다. 행복한 거북이의 인생여행(5회), 비전 목표(3회), 렉티오 리딩(3회), 멜버른 맛집(3회), www.yesmydream.net (3회) (횟수는 유입수). 몇몇 분들이 '행복한 거북이의 인생여행'이라고 정확하게 검색해서 들어온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누군가는 나의 강연에 관심 가져 준다는 사실도 참 고맙다. ‘그러고 보니 렉티오 리딩(독서의 기술) 강연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구나.’ 내년 초에는 렉티오 리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