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일 오후, 느긋한 시간이었다. 양평 서재의 책들을 만지작거리며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다가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발견했다. '쿤데라의 책이 여기에 있었구나.' 이 책을 찾았던 것도 아닌데, 반가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같은 제목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의 단어라는 사실을, 책 뒤표지를 보고야 알았다. 쥐스킨트 책은 화장품의 하나인 향수(Perfume)였고, 쿤데라 책은 그리워하는 마음의 향수(Nostalgia)였다. ‘쥐스킨트의 『향수』는 읽었으니, 언젠가 밀란 쿤데라의 『향수』도 읽어야지’ 하는 치기 어린 생각을 하면서 뒤표지의 글을 읽었다. "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이다. 괴로움은 '알고스'이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탤지어' 즉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