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3 2

비 오는 날의 단상

비 오는 날의 끼적임 그리고 생각. 이것들이 교차하며 내어놓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단상. 1. 비 온 후의 질척거림은 싫지만 비 내릴 때의 차분한 분위기는 좋다. 비를 맞는 양가적 감정. 짚신 장수는 비가 오니 할 일 없어 무료해 하고 우산 장수는 비가 와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즐거워 한다. 세상 만사에 깃든 양면성. "당신이 싫어하는 것들을 긍정하라. 부정 안의 긍정성 발견, 이것이 양면성이다. 나아가, 당신이 믿는 긍정적인 것들을 부정하라! 긍정적인 것들의 부정성 발견 또한 양면성이다. 양면적 사유는 우리를 자유케 한다. 몰이해로부터, 몰이해가 가져온 고뇌와 갈등으로부터. 그리고 양극적 사유는 우리에게 지혜를 선사한다. 모순관계로 점철된 인생을 이해하게 만듦으로." - 연지원 2. 감수성과 낭만을 지닌..

비 오는 날의 벤쿠버

보슬비가 내리는 아침, 즐겨 찾는 카페에 왔다. 추적추적,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자동차들, 우산 쓴 보행자, 차분한 쓸쓸함,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지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이루마의 이 어울리는 장면. 그날 아침, 나는 벤쿠버에 있었다. 가는 비가 약하게 내리는 날씨였다. 자동차가 오가는 길 건너편에 스타벅스가 보였고 내 등 뒤에 선 건물은 시립도서관이었다. 하늘은 흐렸고,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여행자였다. 비 올 때마다 종종 떠오르는 장면이다. 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카페에 앉아 창 밖으로 비가 내리는 장면을, 나는 듣는다. 그리고 노란색 단풍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본다. 6년이 지나, 태평양 건너의 도시 서울에서 사는 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