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이었던가. 대학 다니며 책 산다고 빌린 돈과 취직하며 혼자 살아갈 방 구한다고 빌린 돈을 모두 갚았던 때가. 천오백만원이 넘는 돈을 모두 갚았을 때, 나는 짜릿했다. 그것은 자유라고 불릴 만한 것이었다. 군대에서 얼차려를 받다가 풀려 났을 때 느껴지는 자유, 혹한기 훈련이 끝나고 자대로 돌아올 때의 자유 같은 것이었다. 훈련이 다가오면 막막해지고 갑갑해진다. 그 갑갑함으로부터의 자유 말이다. 반면 매달 갚아야 할 빚이 있을 때의 감정은 혹한기 훈련을 앞두고 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그러니 빚을 진다는 것은 가난과는 다른 문제다. 빚은 은근히 자유를 제한하고 죄책감을 동반한다. 빚이 있었을 때에는 물건을 살 때마다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요즘 내 삶에 여유가 사라지고, 가슴이 갑갑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