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빚을 진다는 것

2008년 12월이었던가. 대학 다니며 책 산다고 빌린 돈과 취직하며 혼자 살아갈 방 구한다고 빌린 돈을 모두 갚았던 때가. 천오백만원이 넘는 돈을 모두 갚았을 때, 나는 짜릿했다. 그것은 자유라고 불릴 만한 것이었다. 군대에서 얼차려를 받다가 풀려 났을 때 느껴지는 자유, 혹한기 훈련이 끝나고 자대로 돌아올 때의 자유 같은 것이었다. 훈련이 다가오면 막막해지고 갑갑해진다. 그 갑갑함으로부터의 자유 말이다. 반면 매달 갚아야 할 빚이 있을 때의 감정은 혹한기 훈련을 앞두고 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그러니 빚을 진다는 것은 가난과는 다른 문제다. 빚은 은근히 자유를 제한하고 죄책감을 동반한다. 빚이 있었을 때에는 물건을 살 때마다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요즘 내 삶에 여유가 사라지고, 가슴이 갑갑할 ..

빗물에 흘려보낸 나태함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내 몸에 비에 젖지 않은 곳은 없었다. 하늘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세찬 비가 내리는 날에 나는 우산을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 거리를 걸었다. 옷은 순식간에 젖었고 안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은 눈앞을 가렸다. 추석 하루 전날이어서인지, 너무 거센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지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혹여나 한 사람이 걸어오면 나를 다른 골목길로 들어섰다. 노래를 불렀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떠오른 노래를 부르다가 부르고 싶은 노래로 바꾸어 불렀다. 힘들 때마다 나를 붙잡아 준 노래인데, 오늘은 결연함을 담아 불렀다. "나의 마음 동일 때 예수의 마음을 알게 하소서 나로 당신의 편에 서게 하셔서 당신의 모습 닮게 하소서" 마음 속으로, 종교적인 사람이 되기 보다는 좀 더 ..

이런 휴식, 반갑고 기쁘네.

17일 목요일 19시 30분~22시 30분 : 보보의 독서토론회 18일 토요일 09시 30분~12시 30분 : 아트백 프로젝트 2기 첫모임 18일 토요일 14시 00분~11시 50분 : 7기 와우팀 수업 19일 일요일 09시 30분~14시 30분 : 아트백 프로젝트 1기 Finale 모임 과장되이 표현하면, 최근 3일은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날들이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와우팀원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다 보니 일정이 이처럼 빠듯해졌다. 부산에 1박 2일 다녀오느라, 아트백 1기 모임을 한 주 늦춘 것이다. 참석만 하는 되는 모임이 아니라, 4개의 모임 모두 내가 준비하고 진행해야 했다. 스트레스는 없었다. 그저 즐겼다. 여유를 잃지 않았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즐기고,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

불평없이 살아보기, 힘드네!

"아! 정말 덥네." 덥다, 라는 표현 만으로는 불평인지, 사실을 말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불평인지, 아닌지는 말하는 이가 내적으로 불만을 느끼는가, 아닌가에 달렸다. 저 말은 분명 짜증이 섞인 말이었다. 나는 지금 막 우체국 기사님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택배를 받는 일인데, 기사님과 약간의 신경전을 벌였다.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이미 나는 투덜거렸다. 오전에 전화를 했더니 안 받으셨다. 오후에 다시 했더니 집에 왔다가 오셨다가 지나가셨다고 한다. 일원동에 소재한 강남우체국에 와서 찾아가란다. 내일 그냥 놓고 가 달라고, 분실하면 유실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더니 '등기'라서 안 된단다. 오실 때 전화 한 통화만 주시면 바로 달려가겠다 했더니 등기는 전화하는 '시스템'이 아니란다. 서비스 직원..

과도기에 선 요즘 내 모습

#1. 열정. 내게도 열정이 있다. 성실도 있다. 어제 보낸 하루가 그 증거다. 헉, 무슨 '증거'씩이나. 어제 그러니까 9월 6일, 나는 열심히 일했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밤 12시까지 일만 했다. 와우팀원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한 90분, 잠깐 산책을 하고 온 30분, 잠시 눈을 붙인 10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모두 일하며 보내었다. 저녁 식사는 빵과 우유 그리고 커피와 소시지로 간단히 해결하고 12시까지 일했다. 즐거웠다. 카페를 나서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상쾌했다. 아! 시원한 밤바람~! 룰루랄라다. #2. 열심. 열심히 일하면 기분이 좋아지긴 하지만,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상황은 싫다. 요즘의 열심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내게 부과한 열심이다. 내가 선..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

핸드폰은 집에, 나는 밖에. 1박 2일 일정으로 집을 나섰는데, 핸드폰을 놓아 두고 왔네요. 저는 괜찮지만, 혹여나 급한 일로 찾으실 분에게 죄송합니다. 이런 공지성 글, 전혀 저답지 않은 행동인데 한 번 해 봅니다. 예전엔 자유인이었으나, 지금은 '조직에 속한 몸'이니 어쩔 수가 없지요. 핸드폰을 집에 두고 간 적은 여러 번이었지만, 오늘처럼 이리 안절부절한 것은 처음이네요. 지금 저는... 사무실 계약 완료 건으로 부동산에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고, 중고 책상과 의자 양도 관련 전화가 오늘 오기로 했는데, 핸드폰이 없네요. 이미 오전에는 핸드폰이 없어 불편을 겪었지요. 전화번호를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전화번호를 물어 물어가면서 겨우 한 번의 통화에 성공하여 업무 하나를 진행..

친구에게 (4) 나를 벤치마킹하시게.

얼마 전, 와우팀원 한 명이 이렇게 말하더라. 수제자가 되고 싶다고. 그는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난 것처럼 보였고, 자신의 고질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이제는 인식을 넘어서서 실천하고 행동하여 새로운 삶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싶어 했지. 이제는 그에게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왔구나, 힘껏 따르겠다 하니, 나도 힘껏 무언가를 나눌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고 감격스러웠지. 지금까지의 내 노력이 그가 스스로를 사랑하도록 돕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가 사람을 더욱 이해하고 자신의 세계에 공헌하도록 돕고 싶다. 수년 전, 어느 날 나는 강연을 했고, 그는 청중이었어.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그는 나와 같은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그랬지. 나처럼 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니! 얼..

친구에게(3) 나의 우유부단함

친구야. 나는 어제와 오늘, 결정 하나를 하지 못해 많은 시간을 우물쭈물하며 보냈다.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오랜 약점이었지.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에 운동화 하나를 살 때에도 그랬잖우. 겨우 선택하여 구입한 운동화를 들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선택에서 밀린 다른 운동화를 떠올리곤 했지. '혹시 그게 더 내게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 때, 옆에 있던 네가 "난 아까 그게 더 낫던데.."라는 말이라도 하면... 으악, 난 최악의 카오스로 빠져 들곤 했다. 물론, 너는 좋은 장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말야.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이후에도 20대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다행스럽게도 20대 후반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할 때도 많다. 결정이 ..

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

그와 나는 오랜 친구입니다. 알게 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요. 그간 서로를 신뢰하고, 좋아하고, 아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 살 더 많지만, 친구같은 녀석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릅니다. 무슨 합리적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습니다. 똑같은 이유를 가진 어떤 사람이 있더라도 우리처럼 이리 친해지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이성을 가진 우리지만, 합리적으로 사는 건 아니니까요. 말하자면, 그저 그이기에 좋은 게지요. 나를 좋아하기에 나도 좋은 게지요. 8월 첫째 날 오후 3시 30분, 우리는 양재역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예배 전에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고, 예배 후에는 진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를 나서기 전 나는 ..

iPad 내기 가위바위보

친구랑 가위바위보를 했다. 내기 가위바위보를 하기 전, 가슴이 떨렸다. 지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 재정 파탄이니. 동시에 행복하기도 했다. 친구도 나도 기꺼이 선물하고픈 마음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지면 '좋은 선물 하는 셈으로 치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결과는 3:1. 야호! 이것이 진짜 행복이구나! ^^ 조금 전의 행복은 행복도 아니었구나. 하하하하. iPad 내기 가위바위보를 한 그 날 이후, 종종 친구에게 묻는다. "근데, iPad는 언제 나와?" 그러면, 친구는 나의 농담에 마구 웃는다. 나도 웃겨서 따라 웃는다. 친구도 웃고 나도 웃고. 하하하. 근데, 녀석도 웃겨서 웃는 것이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