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세 가지 질문

5 Star 항공사 이번 브라질 여행은 카타르 항공사를 이용해 다녀왔다. 내가 카타르(QATAR) 항공을 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교포 분들은, "KAL 타고 오신 거 아니네요?" 라고 물으신다. 네, 중간에 예약 변경을 하느라구요. 이 말은 사실이지만, 내가 대한항공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결정의 최우선 조건은 가격이었다. 카타르 항공은 2백 3십만원 대의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내가 원하는 일정의 좌석을 구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그랬지만, 교포 분들에게도 카타르 항공은 낯설었나 보다. 고생했다는 듯이 염려하신다. "(항공사) 괜찮었어요?" 나는, 조금 좁긴 했지요, 하며 화답했다. 카타르 항공의 수준이 어떠한지는 나도, 그들도 몰랐다. 그러나, A는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것이 없는 듯한 A..

생일 선물받기의 어려움

"최근 생일은 모두 서울을 떠나 맞으시고 계시는 선생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 생일은 선물을 받으라고 있는 날인데..." 며칠 전, 제 생일날에 어느 와우팀원이 온라인 와우카페에 짧게 남긴 글의 일부입니다. 이 글은 나를 이런 저런 생각으로 이끌었습니다. 내가 생일을 보내는 모양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을 터인데, 저리 말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맞습니다. 언젠가부터 제가 태어난 날짜가 가까워지면, 저는 서울을 떠났습니다. 와우팀원들이 나를 선생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은근히 해 온 일입니다. 예전에도 생일 당일 날에는 지방 강연을 잡곤 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갈 좋은 구실이 되니까요. 2010년에는 제 양력 생일을 전후하여 대구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와우팀원들에게 혹여나 부담이 될까 봐 염려했던..

기기 부담감을 아시나요?

2월 10일은 이번 브라질 여행에서의 첫 강연이 있는 날이었지요. 코윈(KOWIN, 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이란 단체에서 주최한 강연이었습니다. 강연을 진행시킨 결정적인 역할은 솔개 와우분들이 해 주셨지요. 자주 올 수 없는 곳인 만큼, 솔개와우들은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들을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겁니다. 동시에 너무 많은 강연 일정이 될까 봐 적절하게 조절하시느라 애를 쓰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맙고 기쁜 일입니다. 이것은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싫지 않은 부담감입니다. 오히려 반갑고 고마운 부담감입니다. 내가 너를 믿는다, 라는 말을 들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은 부담감이니까요. 어쩌면 기쁜 책임감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담감이라 표현한 것은 강연이 ..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법

김재철 이연주 김성지 김선형 정유라 하수진 안명기 전명훈 김태종 이지영 박요한 무명씨 8기 와우팀에 도전한 분들입니다. 아마도 저의 어떠한 모습을 좋게 보아서 지원하셨거나, 어제와는 다른 오늘, 오늘보다 빛나는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 도전했을 것입니다. 제 강연을 들으셨거나, 제 글이나 책을 보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기대한 제 모습은 찾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어제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저는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의 작가가 아닙니다. 그 저자는 4~5년 전의 제 모습일 뿐입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작가의 과거요, 그 작가의 일부입니다. 그가 성장하는 영혼이라면 말입니다. "오늘의 그로 보라!" 다른 팀원들의 발표를 듣는 와우팀원들에게 종..

꿈꾸는 자가 가져야 할 태도

오전 일을 끝내고 점심 먹기 전, 그림 하나를 그리자고 생각했다. 포틴세이아를 그렸던 카페에 앉아 있던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릴 만한 것을 찾기 위해서다. 카운터에 딸린 케잌 진열대,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왔지만, 시선이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그리지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어제 그림용 수첩 하나를 샀다. 새 수첩의 첫 장을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패작'으로 채우기는 싫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난하고 쉬운 대상을 그려야 할 것이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1편부터 봐야 하는 성미인지라, 첫 장이 중요했다. 뭐가 좋을까? 가방은 그려 두면 ..

생애 첫 그림을 그리다

카페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창가에 놓인 화분 하나를 그렸다. 30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중하여 그린 그림이다. 자의에 의해 가만히 앉아 그림을 그린 적은 처음이니 내 생애 첫 그림이라 할 만하다. 그럭 저럭 마음에 든다. 언젠가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라는 회화 입문서를 읽을 터인데, 독서 전후의 그림 실력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서 그린 것이기도 하다. 삼색 볼펜을 이용하여 그리기에 딱 어울리는 화분인 것도 반갑고 그려 둔 그림에 흡족한 마음이 드는 것도 반갑다. 그래서 글귀 하나 적어 넣었다. 깨어 있는 역사가 진보하듯이 깨어 있는 사람만이 성장한다 겨울에도 피어나는 저 꽃을 보라 내년에는 나도 활짝 피어나리라 31년 전의 12.12 사태를 생각하니 그래도 역사는 진보했다. 깨어 ..

조바심은 학습자의 적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놀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생겨 카트에 책 몇 권을 넣어 두었다. 연말에 몇 분께 선물할 책들, 내가 읽고 싶은 책 두 세 권을 골랐다. 이금이 작가의 동화 한 권과 세계문학명작이다. 『햄릿』은 김재남 역본, 여석기 역본 이렇게 두 권을 넣었다. 수많은 번역본 중에 두 권 정도를 골라 읽을 생각이다. 민음사의 최종철 역본까지 훑어본 후에 고를 예정이다. 번역본까지 따져가며 책을 구입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두 가지 점에서 유익하다. 첫째, 좋은 번역서를 고르는 것 자체가 해당 원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책을 선정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다. 둘째,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것은 책 한 권 덜 사는 문제가 아니라, 책을 보관하는 비용의 문제다. 예전에는 '에이 만원 ..

일상에서 만난 리영희 선생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잠드시옵소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목이 뻣뻣하여 잠깐 휴식하려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상쾌했다. 테헤란로의 고층 빌딩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예뻤다. 청랭한 바람이 불어와 주어 정신이 맑아졌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어제 새벽에 저 먼 하늘나라로 떠나신 리영희 선생님이 떠올랐다. (잇달아 어머니와 배수경 선생님, 그리고 저 먼 곳에 사는 분들의 소중한 얼굴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나는 지식인 담론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 강준만, 진중권은 늘 내게 감탄을 주던 지성인이었고, 월간지 을 읽는 일은 즐거움이었다. 좌파나 진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는 나의 흥미로운 관심사였다. 그 중 강준만 교수님의 글이 가장 큰 ..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들에게

광열 : 고니야, 너 근데 왜 나랑 같이 다니냐? 고니 : 고향이 남원이라며? 고니 역 : 조승우 고광열 역 : 유해진 아귀에게 손등을 찍힌 고광열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응급실로 들어가기 직전 고니의 손을 잡고 묻는다. 자신에게 끝까지 우정과 의리를 보여 준 고니에게 고마움과 함께 궁금함이 들었나 보다. "고니야, 너 근데 왜 나랑 같이 다녔냐?"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 둘은 함께 다녔다. '같은 고향'이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우정은 어떤 하나의 동질성을 느끼는 것만으로 쌓이는 것은 아니니까. 250만 대구 시민이 모두 나의 친구는 아닌 것처럼. 나는 "무엇이 우정을 만드는가?" 라는 류의 질문에 회의한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께 생각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위의 ..

예비군 훈련장에서의 하루

특별한 외출인지라, 집을 나서기 전 기온을 확인했다. 이미 어젯밤 뉴스를 통해 오늘 날씨가 어떠한지는 들었다. 나는 기상청 예보가 틀렸기를 바랬다. 오늘 날씨는 내 소박한 바람을 외면한 영하 0.5도. 11월 첫째주부터 연속 3주째 주초마다 추위가 닥쳤다. 삼한사온이라는 다소 모호한 단어가 곧잘 맞아 떨어진다고 신기해 하던 터였지만, 오늘은 그 단어가 못마땅하다. 마음부터 추워지는 단어, 예비군훈련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한 후 흰색 반팔 셔츠, 전투복 상의, 오리털 파카, 야전 상의 순으로 껴입었다. 몸이 뚱뚱해졌다. 움직임이 불편했지만, 추위에 떠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입지 않을 것 같아 "할머니 뭐 이런 걸 사셨어요. 저 내의 잘 안 입어요" 하며 받아 들었던 얇은 회색 내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