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마음을 주고받은 만남

* 주말이다. (주중에 못 다한 일들이 침범한 주말!) 명절이 있던 주간임을 감안해도 이번 주말은 할 일이 많고, 여유는 없다. 원인은 간단하다. 토요일 점심에는 개인 면담과 와우들 저녁식사 모임이, 일요일에는 강연회 하나, 독서토론 미팅 하나, 그리고 식사 약속이 있다. 이만하면 올해 들어 제일 바쁜 주말이겠다. (이제 고작 2월 중순이긴 하지만.) * 이쯤되면 일정을 하나 정도는 취소하고 싶어진다. 다수의 약속 중에는 상대적으로 변경하기 쉬운 약속이 하나쯤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토요일 점심 약속이 1순위다. 개인 면담을 요청한 20대 청년과의 만남인데, 꼭 해야 하는 의무도 하고 싶은 소원도 아닌, 편안한 약속이다. 강렬한 유혹일지라도, 유혹은 유혹일 때 아름답다. 이런 이유로 약속을 취소하거나 변경..

배움에 관한 단상

1. 배우려면 귀를 열고 눈을 떠야 한다. 지금까지의 생각, 행동, 습관을 버릴 각오야말로 배움을 위한 최고의 준비다. 저항과 벗해야 변화에 성공한다. 들을 줄 알아야 성장한다. 누가 듣는 사람인가. 지위가 낮지 않으면서도 들을 줄 아는 이들이 성장의 주인공들이다. 결국 낮아질 줄 아는 자들이 깊이 오래 배운다. 2. 여기 이제 막 훈련소를 퇴고한 군인이 있다. 곧 이등병이 되는 그에게 짧은 외출이 허용되었다. 군필자들에게 군생활에 관한 조언을 30분 동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자. 그가 조언을 심드렁하게 듣겠는가. 질문 하나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있겠는가. 그는 묻고 경청할 것이다. 이것이 학습자의 겸손함이다. 3. 학습자의 교만을 이해하려면 같은 자리에 상병이나 병장을 앉혀 놓으면 된다...

목표 추구는 삶의 질을 높이는가

2016년의 한 달이 지났다. 지인들의 새해 목표가 어찌 진척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목표 수립' 담론은 자기계발 열풍의 무가치한 잔재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하는 능력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았다. 뉴욕대학교의 긍정심리학 교수인 캐롤라인 애덤스 밀러는 와튼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수여하면서 목표설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밀러 교수와 그녀의 동료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인생 목표를 이룰까 Creating Your Best Life』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2012년 번역). 목표 설정에 관한 현재까지의 과학적 이론을 담은 실용서다. 밀러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해 목표를 세운 사람은 6개월 뒤의 달성률이 46퍼센트에 달한 반면, 목표를 세우지 않은 사람은 ..

거울과 창문을 닦는 휴일

1. 달력은 일주일에 한번 휴일을 표시한다. 휴일은 내게 정리정돈, 여유, 홀로됨, 자유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날이다. 어떤 이는 주일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휴일이라 부르고 또 다른 이는 일요일이라 한다. 나는 휴일(休日)이란 말이 좋다. 상형문자의 의미 그대로, 나무 옆에 기대어 쉬는 사람 이미지도 그려진다. 나무에 등을 기대어 본 적이 있는가. 대지에 맨발로 섰던 적이 언제인가. 산과 나무는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다. 대지는 생명과 역사의 어머니다. 나무에 기대고 대지에 서면, 자연과 역사의 근원에 맞닿은 것이다. 그때 인간은 성찰, 겸손, 꿈에 접속한다. 이것이 휴식의 의미리라. 돌아온 날을 되짚어보며 나를 성찰하고, 인생의 깊이와 우주의 넓이 앞에서 겸손해지며, 일상의 소용돌이에 내어주었던 꿈을 끄집..

걱정 말고 꿈을 꿉시다

2015년이 이틀 남았습니다. 소중한 인연들께 문안을 여쭙고 안부를 전하는 요즘입니다. 날마다 한분 두분 소식을 전하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윽해집니다. 연말만이 아닌 연중 내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내년도를 잘 살아갈 비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오늘은 와우카페에 세 편의 짧은 '송년서신'을 썼습니다. 그 중 하나를 블로그 인연들에게도 전합니다. ^^ 여러분, 건강하고 안녕하신가요? 2015년의 끝자락을 잡고 안부 전합니다. 드라마 이 요즘 화제인가 봅니다. 음악 APP ‘멜론’을 애용하는데 첫 화면에 드라마 OST가 자주 등장하더군요. ('MILK'도 마찬가지고요.) 그 중 는 지난 해 곽진언을 통해 알게 된 노래입니다. 이적이 부른 버전도 좋네요. 가사가 마음을 만집니다. ..

연말연시 & X-mas 이브

연말연시 바람이던가 휙휙 지나가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네 일정과 약속 품은 다이어리는 영혼의 기록과 의미는 담지 못했네 마음은 푸근하니 벗들과 함께한 시간 시간을 채웠던 대화 대화로 영근 그윽함 또 바람이던가 年末이 훠이 흘러가니 年始가 찡긋 살랑이며 살갑게 다가오네 365일 새 날들을 잔나비라고 부르던가 힘써 재주를 부려야겠네 떨어져봐야 하늘을 날지 * 휙휙 지나가는 연말의 날짜들을 보니 매일 일기를 쓰면 좋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화수 3일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월요일 12시간, 화요일 11시간을 사람들과 어울리느면서 보냈다. 수요일에는 용인에서 3시간짜리 강연을 진행했고 저녁에 다시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라고 해 봐야, 나는 막걸리 한 병 또는 와인 반 병이지만.) 그..

시간에게 미안해서라도

1. 나의 심장은 살아 있다. 성찰 의식은 예리하게 빛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한 열망이 펄떡인다. 내면에는 우울한 감정이 숨쉴 공간이 없다. 순수한 바람과 기분 좋은 긴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 있으면서도 나를 키울 특정한 장소를 동경한다. 영혼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나의 아지트를! 12월이다. 나는 연말에 더욱 깨어난다. 어젯밤 바람이 몹시 차가워 몸이 으스스 떨렸지만 머리는 청랭해졌다. 날씨와 몸은 추운데, 머리와 영혼은 맑고 시원했다. 살아야겠다. 아쉽게 보낸 세월에게 미안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계절로는 겨울이지만 봄의 새싹들보다 푸르고 싱그러운 생동력으로 하루하루를 지낼 생각이다. 내가 머무는 곳곳에 생기가 돋아나도록! 2. 올 한해 읽었던 책들을 살펴보았다. 이름하여 2015년 독서..

매우 중요한 끼적임들

1. 마치 공기와 같다. 언제고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무심하게 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 그것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데, 소중함을 잊고 산다. 그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우리는 다급해진다. 완전히 부재하면 우리는 끝이다. 시간 말이다. 시간을 사유하게 만드는 이런 끼적임은 중요하다. 내가 심오하게 사유해서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주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2. 시간의 소중함은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아침 지하철 역으로 사람들이 뛰어내려간다. 그들에게는 지금 5분, 아니 3분이 귀하다. 지지난 주엔 대통령이, 지난 주엔 거물급 정치인이, 이번 주에는 연예인이 죽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아직 내게는 닥치지 않을 일'이라 생각하며 살지만, 모르는 일이다.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 ..

고통이 나를 일깨우니

허리를 삐긋했다. 숨이 턱턱 막혀 억, 억 하는 신음이 연신 흘러 나왔다. 희망이 나를 다독인다. 하루 가고 이틀 후면 나을 거라는 소망이 통증 틈에서 숨 쉰다. 친구가 아른거린다. 췌장 속에 팔개월 동안 악성 종양을 품고 살며 절망까지 감내했던 그. 삶의 희망이 사라지면 절망 아닌 공포가 된다. "어젯밤엔 좀 다르게 아팠어. 이번 주일까봐 겁이 나." 요통으로 몸부림치며 어찌할 수 없었던 도망갈 수도 없었던 친구의 공포를 체감한다. 그는 떠났고 해가 바뀌었다.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나의 곁에서 그가 종종 속삭인다. "내 친구가 되어 주어 고맙다." 고통이 나를 일깨운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유대감과 살아있음에 펄떡일 이유를. 살아있으니 겁 먹을 필요 없음을. 고통이 다듬은 감수성으로 푸른 하늘을 ..

이 인간도 멋진 인간들처럼

부모를 잃은 사람보다 부모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행복한 순간마다 나의 잘됨을 가장 기뻐해 줄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힘겨운 순간에 버팀목이 되어 줄 가족이 없다는 사실로 외로운 밤을 보낸 경험이 있는 이들이 부모의 존재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표현이 좀 불경스럽지만) 부모의 가치에 대해 몸으로 알고, 한번뿐인 인생을 부모 없이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삶으로 안다. 그들이 효자라는 말은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과 효자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어떤 이성을 사랑한다는 것과 그의 연인이 되는 것이 별개이듯이. (짝사랑을 떠올려 보라.) 효자가 되려면 누군가의 자녀이어야 한다. 더 핵심적인 사안도 있다. 부모의 부재로 효심을 키웠던 이들도 실..